비디오가게서 발견된 미라 시신…범인이 직접 녹화한 '살인 비디오테이프' 살펴보니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비디오가게서 발견된 미라 시신…범인이 직접 녹화한 '살인 비디오테이프' 살펴보니

2025. 09. 10 10:38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보험사기 위해 폭행 부탁받아

돌변해 살해 후 "악마가 시켰다" 주장

1998년 부천 비디오가게에서 주인이 살해됐고, 범인은 스스로를 ‘3000살 악마’라 칭하며 범행을 녹화했다. /셔터스톡

불에 탄 비디오가게에서 발견된 미라 형태의 시신, 범인이 직접 녹화한 영상에는 스스로를 '3000살 악마'라 칭하며 피해자를 살해하는 끔찍한 장면이 담겨 있었다. 이는 보험금을 노린 한 남성의 부탁으로 시작된 엽기적인 '부천 비디오가게 살인사건'의 전말이다.


10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 따르면 사건은 1998년 3월 2일 새벽, 경기도 부천의 한 비디오가게에서 발생한 화재로 세상에 드러났다. 불길을 잡은 소방대원들은 가게 안에서 온몸이 붕대와 테이프로 감긴 채 참혹하게 살해된 주인 김모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단순 화재 사망이 아닌 명백한 살인 사건이었다.


경찰은 끈질긴 수사 끝에 피해자의 고향 후배이자 가게 직원이었던 임모씨를 용의자로 특정했다. 임씨의 입에서 나온 자백은 충격적이었다. "가게 운영이 어려워 빚에 시달리던 형(사망한 김씨)이 보험금을 타내게 강도처럼 위장해 때려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이다.


합의된 폭행 녹화 중 돌변 "나는 3000살 악마다"

죽은 자는 말이 없었지만, 범행 현장에는 모든 진실을 담은 비디오테이프가 있었다. 임씨의 자백대로 그의 방에서는 범행 과정이 고스란히 녹화된 영상이 발견됐다.


영상 초반부에는 두 사람의 계약 내용이 담겨 있었다. 임씨는 김씨의 몸을 붕대로 감싸며 "형님, 조금만 참으세요. 아프지 않게 빨리 끝내겠다"며 존댓말을 사용했다. 보험 사기를 위한 합의된 폭행임을 증명하려는 듯한 장면이었다.


하지만 임씨가 몽둥이를 몇 차례 휘두른 뒤 잠시 화면 밖으로 나갔다 오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임씨는 돌연 "내가 누군지 아느냐. 난 3천살 먹은 악마다. 널 응징하기 위해 수천 년을 기다렸다"는 섬뜩한 말을 내뱉으며 김씨를 무자비하게 폭행해 살해했다.


김동현 변호사(로엘 법무법인)는 방송에서 "임씨의 행동과 표정, 말투가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해버렸다"며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섞으며 잔인하고 공격적인 말들을 내뱉기 시작했다"고 당시 영상의 참혹함을 전했다.


'다중인격' 주장, 법원은 왜 받아들이지 않았나

임씨는 재판 과정에서 "악마처럼 변해 공격을 휘두르던 모습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며 사실상 다중인격을 주장했다. 이는 자신의 주된 인격이 아닌 다른 인격이 저지른 범죄이므로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이른바 '심신상실' 상태였다는 취지의 주장이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1977년 미국 '빌리 밀리건' 사건처럼 다중인격장애를 이유로 연쇄 강간범이 무죄 판결을 받은 사례가 있다. 그러나 국내 법원에서 이러한 주장이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김동현 변호사는 "국내에서는 다중인격 주장이 범행을 모면하기 위한 시도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아 법원에서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법원은 임씨의 주장을 일축했다. 재판부는 임씨가 범행 전 피해자의 아내에게 연심을 품고 몰래카메라까지 설치해 훔쳐보는 등 숨겨진 동기가 있었던 점을 지적했다. 이를 근거로 처음부터 피해자를 살해할 명확한 의도를 가지고 보험 사기를 빙자해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다고 판단했다.


스스로를 악마라 칭하며 끔찍한 살인을 저지른 임씨에게 법원은 최종적으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