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아내 위협한 옆집의 매캐한 담배 연기…'내 집 흡연'도 위자료 물어야 합니다
임산부 아내 위협한 옆집의 매캐한 담배 연기…'내 집 흡연'도 위자료 물어야 합니다
법원, 아파트 간접흡연 첫 손해배상 판결
임산부 부부의 꼼꼼한 기록이 스모킹 건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임산부가 사는 옆집에 담배 연기를 계속 피워 올린 이웃이 위자료 150만 원을 물어주게 됐다.
복도식 아파트에 거주하던 신혼부부 A씨와 B씨는 매일 코를 찌르는 매캐한 냄새와 사투를 벌여야 했다. 원인은 옆집 주민이었다.
집 안과 베란다를 가리지 않고 피워대는 담배 연기는 벽 틈과 베란다를 타고 A씨 부부의 집으로 고스란히 흘러 들어왔다. 당시 아내 A씨는 출산을 앞둔 임산부였다.
참다못한 부부는 관리사무소를 통해 여러 차례 흡연 자제를 요청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황당함을 넘어 기괴했다.
2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대한법률구조공단 소속 이승윤 공익법무관에 따르면, 당시 출동한 경비원의 근무 일지에는 옆집 주민이 "자기는 흡연을 하고 있고 베란다에서 담배 연기가 나는 건 내가 담배를 펴서 가는 게 아니고 마귀가 보내는 거다"라고 주장한 내용이 고스란히 적혀 있었다.
결국 간접흡연 스트레스로 병원까지 찾게 된 부부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주관적 피해를 객관적 증거로 바꾼 '꼼꼼한 기록'
이 사건의 가장 큰 쟁점은 '내 집에서 담배를 피우는 행위'를 민법상 불법행위로 입증할 수 있느냐였다.
공동주택관리법상 세대 내 흡연으로 이웃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고 관리 주체가 권고할 수는 있지만, 개인의 주거 공간인 만큼 법적으로 흡연을 강제해서 막을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측정도 어려운 담배 냄새 피해를 입증한 결정적 무기는 부부의 기록이었다.
부부는 단순히 "냄새가 났다"고 주장하는 대신 치밀한 피해 일지를 작성했다.
이승윤 법무관은 "5월 며칠, 시간 언제 이런 식으로 냄새를 맡은 장소가 어딘지와 강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적어 두신 게 있었어요"라며, "베란다에서 담배 냄새가 난다, 출입문을 통해서 냄새가 난다 등 구체적 상황 설명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밝혔다.
여기에 부부가 이웃과 직접 대면해 감정싸움을 하는 대신 관리사무소를 통해 대응한 민원 기록, 그리고 제3자인 경비원이 현장에 출동해 나눈 대화가 적힌 경비 근무 일지가 더해지며 증거 신빙성은 더욱 높아졌다.
법원 "개인의 흡연 자유가 이웃의 건강권 앞설 수 없다"
재판부는 부부의 손을 들어줬다. 내 집에서 흡연할 개인의 자유가 타인의 권리와 충돌할 때, 그 자유가 이웃의 건강권과 평온한 주거 생활까지 침해할 수는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속적인 자제 요청에도 흡연을 이어간 점, 아파트 관리 규약(흡연 금지 안내문)을 어긴 점 등이 위법성을 인정하는 근거가 됐다.
법원은 태아의 건강에 미칠 위험까지 고려해 임산부 A씨에게 100만 원, 남편 B씨에게 5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개인 공간의 흡연 권리보다 이웃의 건강권과 생명권이 우선한다는 것을 명확히 한, 공동주택 간접흡연에 대한 사실상 최초의 유의미한 배상 판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