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 리치 이기 '노무현 전 대통령 모욕 공연' 취소…법적 책임은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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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퍼 리치 이기 '노무현 전 대통령 모욕 공연' 취소…법적 책임은 어디까지

2026. 05. 20 15:18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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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격권 침해 인정되면 유족 위자료 청구 가능

형사는 좁고, 민사는 넓다

래퍼 리치 이기 /연합뉴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일을 노골적으로 연상시키는 기획으로 파문을 일으킨 래퍼 리치 이기(Rich Iggy)의 공연이 결국 무산됐다.


노무현재단이 강경한 법적 대응을 예고하자 공연기획사와 공연장 측이 사과와 함께 행사 취소를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문제의 공연은 노 전 대통령 서거 17주기인 5월 23일 오후 5시 23분 개최 예정이었고, 티켓값도 5만 2300원으로 책정돼 고인을 향한 의도적 모욕이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공연은 무산됐지만, 형사 처벌과 민사상 책임을 둘러싼 법리 공방의 여지는 그대로 남았다.


모욕죄 적용은 불가…사자명예훼손은 '허위 사실' 입증이 관건

고인을 조롱한 행위에 형사 처벌이 가능한지가 첫 번째 쟁점이다.


결론부터 보면 형법 제311조 모욕죄 적용은 어렵다. 대법원은 모욕죄의 보호 법익을 생존한 '사람'의 외부적 명예로 한정해 왔고, 이미 사망한 고인에게는 같은 법리가 미치지 않는다.


남은 선택지는 형법 제308조 사자명예훼손죄다. 다만 이 조항은 단순한 경멸 표현이나 조롱만으로는 성립하지 않는다. 구체적인 '허위의 사실'을 적시했을 때에만 처벌이 가능해 입증의 문턱이 높다.


가사가 서거 방식을 연상시키는 숫자나 단어를 나열하는 수준에 그쳤다면, 추상적 감정 표현으로 분류돼 사자명예훼손죄로 의율하기 어렵다.


반면 아동 대상 성범죄와 같은 중대 범죄를 고인의 실명과 결부시키거나 타살 의혹처럼 객관적 사실과 배치되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암시했다면 사자명예훼손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크다.


민사상 손해배상은 폭넓게 인정

형사 처벌이 좁은 길이라면 민사상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은 상대적으로 넓은 길이다. 구체적 사실의 적시가 없는 단순한 경멸적 표현이라도 그 수위가 사회상규를 벗어나면 인격권 침해에 따른 불법행위가 성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도 표현의 자유와 명예 보호의 한계를 다룬 판례에서, 표현의 형식과 내용이 모욕적·경멸적 인신공격에 이르거나 타인의 신상에 관한 인격권을 침해한 경우 의견 표명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판단해 왔다.


이번 사안은 공연 날짜·시간·티켓 가격을 의도적으로 서거일과 연계하고, 고인의 실명을 사용해 서거 방식을 연상시키는 표현을 반복했다는 점에서 풍자의 외피를 두른 인신공격에 가깝다.


유족은 경애추모의 정 등 고유한 인격권이 침해됐다는 점을 들어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


공연은 취소됐지만 음원·후속 기획엔 가처분 유효

노무현재단이 예고했던 공연금지가처분 신청은 인격권 침해에 기한 방해예방청구권을 근거로 한다. 주최 측이 공연을 공식 취소한 만큼 해당 공연에 대한 가처분의 실익은 사실상 사라졌다.


그러나 음원 플랫폼에 전체 공개 상태로 유통되고 있는 문제의 음원, 그리고 향후 유사한 방식으로 기획될 수 있는 후속 공연에 대해서는 유통 금지 및 공연 금지 가처분 신청이 여전히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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