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벼락 맞았다" 검찰의 황당한 거짓말…부녀를 15년 살인자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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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벼락 맞았다" 검찰의 황당한 거짓말…부녀를 15년 살인자로 만들었다

2025. 11. 01 07:28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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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술이 유일 증거" 1심 무죄 뒤집고 중형

재심서 드러난 강압수사 진실

전문가 "지적 능력 낮은 피의자, 윽박지르면 허위 자백 가능성 높아"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의 피의자로 조사를 받던 아버지 백 씨의 모습. /CBS 김현정의 뉴스쇼 유튜브 캡처

2009년 전남 순천의 한 마을, 새참으로 마신 막걸리 한 병에 4명의 운명이 갈렸다. 청산가리가 든 막걸리를 마신 여성 2명이 숨지고 2명이 중태에 빠졌다. 수사는 미궁에 빠지는 듯했지만, 사건 발생 50일 만에 충격적인 자백이 나왔다. 사망자 중 한 명인 최 씨의 남편 백 씨와 막내딸이 "아빠와 공모해 엄마를 살해했다"고 진술한 것이다.


부녀가 15년간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왔고, 이를 눈치챈 어머니를 입막음하기 위해 살해했다는 검찰의 발표는 세상을 경악게 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조작된 비극의 서막이었다.


3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손수호 변호사의 분석을 통해, 한 가족을 파멸로 이끈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의 전말을 살펴봤다.


자백뿐인 증거, 앞뒤 안 맞는 진술들

검찰이 내세운 유일한 증거는 부녀의 자백이었다. 하지만 그 자백은 처음부터 허점투성이였다.


막걸리 구매처

검찰은 백 씨가 아내와 함께 읍내 식당에서 막걸리 3병을 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해당 식당은 범행에 쓰인 750ml 막걸리가 아닌 900ml 제품만 판매했다.


CCTV의 행방

백 씨 부녀의 자백과 동선이 일치하는 CCTV 영상은 없었다. 오히려 범행 전날 백 씨의 차가 다른 곳으로 향하는 장면만 확인됐다. 불리한 증거가 나오자 검찰은 법정에서 "CCTV 카메라가 벼락을 맞아서 자료가 남아있지 않다"는 황당한 거짓말까지 했다.


청산가리 구매처

아버지는 "17년 전 문 닫은 자전거 수리점에서 샀다"고 진술하는 등 오락가락했다.


범행 시간

딸은 "사건 이틀 전 저녁 8시에 옥상에서 청산가리를 넣었다"고 자백했지만, 당시 CCTV에는 8시 45분 순천 터미널에 있는 모습이 찍혔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시간이었다.


이처럼 객관적 증거가 부족하자 1심 재판부는 부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유죄를 확신하게 만들 증거가 없다"는 이유였다.


무죄 뒤집은 2심, 15년 옥살이의 시작

하지만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에서는 진술을 번복했지만, 수사기관에서의 첫 자백이 구체적이고 부녀의 진술이 일치한다는 점을 들어 유죄를 선고했다.


손수호 변호사는 "범인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며 아버지는 무기징역, 딸은 징역 20년을 선고했고 대법원도 이를 확정했다"고 설명했다.


결정적 물증 없이 오직 자백만으로 중형이 확정된 것이다. 우리 형사소송법에는 '자백의 보강법칙'(자백이 유일한 증거일 경우 유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원칙)이 있지만, 2심 재판부는 이를 엄격하게 적용하지 않았다.


"검사가 윽박지르면 주눅"⋯드러난 허위 자백의 진실

15년의 억울한 옥살이 끝에 지난해 재심이 결정됐고, 마침내 무죄 판결이 나왔다. 재심 재판부는 왜 그들이 하지도 않은 범행을 자백했는지에 주목했다.


진실의 열쇠는 부녀의 지적 능력에 있었다. 딸의 지능지수는 70 중반의 '경계선 지능'이었고, 아버지 백 씨는 한글을 읽고 쓰지 못했다.


손수호 변호사는 "검찰이 윽박지르면서 이게 맞지 않냐고 추궁하면 주눅이 들어 그렇게 말하는 영상이 남아 있다"며 "조사받던 딸이 갑자기 책상을 닦거나 굽실거리는 모습은 약자의 본능적인 자기방어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강압적인 수사 환경에서 '아니오'라고 저항하는 대신, 권위자의 말에 수긍하는 것이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라고 무의식중에 판단했다는 것이다.


'CCTV가 벼락 맞았다'는 검사의 명백한 거짓말과 힘없는 부녀의 자기방어가 뒤엉켜 만들어낸 사법 비극. 15년 만에 정의는 제자리를 찾았지만, 한 가족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 뒤였다.


28일 광주고등법원 앞에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의 피고인이 사건 발생 16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뒤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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