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 속에 들어가지 않고는 모릅니다" 변호사가 말하는 '그루밍 함정수사'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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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속에 들어가지 않고는 모릅니다" 변호사가 말하는 '그루밍 함정수사'의 필요성

2021. 03. 08 11:08 작성2021. 03. 08 18:31 수정
강선민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mea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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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에게 성적인 권유⋅유인 행위 등 처벌하는 법 조항 신설

이를 뒷받침할 '함정수사'도 허용⋯'위헌⋅위법 수사' 논란도 있는데

함정수사 반대해 온 변호사의 소신 발언 "그루밍 함정수사는 필요하다"

'온라인 그루밍 처벌법'이 지난달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제는 사법경찰이 온라인 그루밍에 관해 신분위장수사를 할 수 있다. /경찰청 홈페이지⋅게티이미지코리아⋅그래픽 및 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지난달 26일 국회 본회의에 올라온 '온라인 그루밍 처벌법'(청소년성보호법 개정안)의 심의 과정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법 조항에 포함된 '함정수사' 때문이다.


법무부는 이에 대해 "수사기관이 향후 발생할지 모르는 더 큰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작은 범죄를 자행하는 것을 용인할 수 있는지 논란이 있다"며 지적했다.


하지만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개정안은 본회의를 통과했고, 오는 9월 법 시행을 앞두고 있다. 로톡뉴스는 법안에 대해 변호사들의 자문을 구해봤다.


그러자 한 형사법 전문 변호사(대한변협 인증)는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함정수사 문제점을 강하게 우려했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런 제 생각까지 바뀌었습니다. 적어도 그루밍 범죄에 관해서는요."


"수사대원칙에 반한다" 무리한 함정수사 반대해 온 변호사

천주현 변호사가 오래도록 지녔던 법적 견해까지 바꾸게 된 이유는 이러했다. /천주현 변호사 제공⋅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천주현 변호사가 오래도록 지녔던 법적 견해까지 바꾸게 된 이유는 이러했다. /천주현 변호사 제공⋅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천주현 변호사(변호사 천주현 법률사무소)는 오랜 기간 함정수사에 반대하는 입장을 내왔다. 형사 문제를 다뤄온 변호사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당연한 의견이었다.


천 변호사는 수사의 '신의칙(①)'과 '상당성(②)'은 형사사법의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전했다. 이 말을 풀어보면, 수사기관과 피의자간에도 최소한의 신뢰가 지켜져야 하고(①), 범죄 해결에 꼭 필요한 상황일 때 비로소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②)는 얘기다.


국가의 수사는 곧 형벌과 연결된다. 만일 수사를 남용한다면 자연히 기본권을 침해하는데, 이러한 가능성을 가진 함정수사를 무분별하게 허용할 순 없다고 봤던 것이다. 사건의 전말을 밝히려다 공권력이 남용될 수 있다는 우려와 일맥상통한다.


천 변호사는 "대법원은 마약이나 성매매 등 특수한 사건에 국한해서 함정수사 방식을 허용하고 있다"며 "사건의 전말을 밝힌다는 명목으로 오히려 국가가 범죄자가 된다면, 그게 바로 공권력 남용"이라고 했다.


국가의 날카로운 칼, 그래도 쓸 수밖에 없는 이유 있었다

그런데도 해당 법안이 통과된 이유는 명료하다. 그만큼 심각한 범죄였고, 이 방법으로만 뿌리 뽑을 수 있다는 이유였다.


함정수사를 반대하는 천주현 변호사도 이러한 방향성에 동의한다. 그 마음을 돌린 건 다름 아닌 'n번방' 사태였다. 충격적인 온라인 그루밍 범죄 행위와 교묘한 범죄 특성을 깨달은 순간, 그는 함정수사의 필요성을 체감했다.


천 변호사는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손쉽게 미성년자를 유인하고 조직적·폭력적으로 성노예를 양산한 것에 충격을 받았다"며 "가해자들은 추적이 어려운 사이트나 대화방을 이용해 연쇄 범죄를 저지르는데, 직접 잠입해 빠른 정보력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검거가 어렵겠다는 우려가 들었다"고 밝혔다.


적어도 이 유형의 범죄만큼은, 국가가 수사에 적극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천 변호사는 설명했다. 온라인 그루밍 현장에 잠입하지 않고서는, 미성년자인 피해자가 스스로 법의 도움을 구할 때까지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또한 천 변호사는 "그루밍 범죄가 심각하다는 이유만으로, 논란이 있는 수사방식을 묵인하자는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범죄 부추기는 수사? 그루밍 범죄에는 해당 안 된다

함정수사는 크게 두 가지 개념으로 나뉜다. 하나는 수사기관이 범죄 행위를 기획하고 적극 권하면서 범죄를 유발하는 방식(①)인데, 이는 엄격히 금지되고 있다. 다른 하나는 이미 범죄 의사가 있었던 사람에게 단순히 기회를 제공한 뒤 적발하는 방식이다(②).


천주현 변호사는 "이미 범죄 의사를 지니고 그루밍에 나서는 피의자들을 효과적으로 추적하는 것이 이번 개정 법률의 취지"라면서 "온라인 그루밍 특성상 수사방식 때문에 뜻하지 않은 범죄를 부추기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천 변호사의 설명에 따르면, 온라인 그루밍 처벌법의 함정수사는 후자(②)에 해당한다. 입법 당시 개정안을 검토했던 수사기관에서도, 온라인 그루밍 처벌법의 취지는 '기회제공형' 수사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통과된 온라인 그루밍 처벌법은 이미 범죄 의사가 있었던 사람에게 단순히 기회를 제공한 뒤 적발하는 방식이다. /게티이미지코리아⋅네이버 웹툰 '공부하기 좋은 날' 캡처⋅그래픽 및 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이번에 통과된 온라인 그루밍 처벌법은 이미 범죄 의사가 있었던 사람에게 단순히 기회를 제공한 뒤 적발하는 방식이다. /게티이미지코리아⋅네이버 웹툰 '공부하기 좋은 날' 캡처⋅그래픽 및 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여가부 "입법 취지 살리려면 수사기관 등 협력 필요"

이번 개정 법률의 주무관서인 여성가족부 권익증진국 아동청소년보호과에도 법률의 취지에 대해 문의해봤다.


지난 3일 로톡뉴스와의 통화에서 여가부 관계자는 "성인이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적 대화를 반복하거나, 성 착취 행위를 유도하고 권유하는 것을 원천차단하고자 만든 법"이라며 "입법 목적을 달성하려면, 그루밍 범죄 처벌과 잠입수사(함정수사)는 하나의 패키지처럼 기능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형태의 그루밍 범죄를 적시에 찾아내고 처벌하려면, 수사기관의 협력과 사법부의 엄정한 판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했다.


천주현 변호사도 "미성년 피해자는 스마트폰과 앱을 자유로이 이용하지만 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자신이 입게 될 중대한 피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국가가 후견적 차원에서 이들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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