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 법원도 "유죄 의심된다" 했지만…2.8억 대마 밀수범, 무죄 받은 결정적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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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법원도 "유죄 의심된다" 했지만…2.8억 대마 밀수범, 무죄 받은 결정적 이유

2025. 11. 02 13:08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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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포 유심' 쓰고 친구 집서 수령했지만

법원, 합리적 의심 남아 무죄 판단

부르키나파소에서 온 국제우편물 속 대마 5.7kg. 이를 받은 남성이 마약 밀수 혐의로 기소됐지만,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셔터스톡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서 날아온 수상한 국제우편물. 그 안에는 알루미늄 캔으로 위장한 대마 5.7kg(시가 2억 8000만원 상당)이 들어있었다. 이 우편물을 직접 수령한 남성 A씨는 마약 밀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법원은 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수사기관이 확보한 여러 정황 증거는 A씨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었다. A씨는 왜 자신의 집이 아닌 친구 집 근처에서 우편물을 받았을까. 왜 타인 명의의 유심(USIM)칩으로 집배원과 연락했을까.


수많은 의심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피고인의 이익'을 선언한 결정적 이유를 판결문을 통해 들여다봤다.


친구 부탁으로 받은 우편물…열어보니 '대마'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친구 B씨 등과 공모해 국제우편물로 대마를 밀수입하는 역할을 맡았다. 부르키나파소의 성명불상자가 대마를 알루미늄 캔에 숨겨 발송하면, A씨가 국내 지정된 장소에서 이를 수령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우편물은 지난 1월 13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고, 열흘 뒤인 1월 23일 A씨는 동두천의 한 주택가에서 이 우편물을 직접 받았다가 현장에서 체포됐다.


A씨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친구 B씨로부터 "음식이 담긴 우편물을 대신 받아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뿐, 내용물이 마약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는 주장이었다.


수상한 정황 가득했지만…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 과정에서 A씨에게 불리한 정황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 자신의 집이 아닌 친구 집 근처에서 우편물을 수령한 점
  • 친구 B씨에게 '대포 유심'을 받아 집배원과 연락한 점
  • 해당 유심의 전화번호가 이미 수사기관에 '마약 밀수 관련 번호'로 지정돼 있던 점
  • 수사기관에서 "우편물을 받아주는 대가로 300만원을 받기로 했다"고 진술했다가 법정에서 번복한 점


재판부 역시 "피고인이 사전에 공모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인정했다.


결정적 한 방, '범죄 완성 시점'의 증거가 없었다

법원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핵심은 공모 시점에 대한 증거 부족이었다.


재판부는 먼저 마약 수입죄의 법리를 명확히 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마약 수입 범죄는 "마약류가 선박이나 항공기에서 내려져 국내 땅에 반입된 순간" 이미 완성된 범죄다. 이 사건의 경우, 대마가 인천공항에 도착한 지난 1월 13일 범죄는 이미 완성됐다.


따라서 A씨를 '밀수입 공범'으로 처벌하려면, 검찰은 A씨가 범죄가 완성되기 전, 즉 1월 13일 이전에 범행을 함께 계획하고 역할을 나눴다는 사실을 증명해야만 했다.


하지만 법원은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 국내 반입 전, A씨가 관여했다는 직접 증거가 없다.
  • A씨는 우편물이 국내에 도착한 이후인 1월 18~19일경 친구로부터 처음 부탁받았다고 일관되게 주장한다.
  • A씨가 대포 유심을 건네받은 시점도 우편물 도착 이후인 1월 22일이다.
  • 우편물 발송인과 A씨의 관계를 입증할 자료가 전혀 없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우편물 안에 대마가 들어있다는 사실을 설령 알았다고 하더라도, 이는 대마가 국내에 반입된 이후의 사정에 불과하다"며 "이러한 사정만으로 대마 '수입' 범행을 공모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결국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증명되지 않았다면, 설령 유죄의 의심이 가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형사소송의 대원칙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의심스러운 정황은 넘쳐났지만, 범죄 완성 이전에 A씨가 가담했다는 결정적 고리를 검찰이 끝내 연결하지 못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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