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관·불침번서 동성 군인 간 성행위…대법원 "합의했어도 군형법상 추행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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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관·불침번서 동성 군인 간 성행위…대법원 "합의했어도 군형법상 추행죄"

2026. 05. 22 13:56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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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심 "사적 공간 내 자발적 합의" 무죄 판결 뒤집혀

재판부 "군기 확립 필요한 공간과 근무 상황, 기강 직접 침해"

대법원 /연합뉴스

동성 군인 간에 자발적인 합의로 성관계를 맺었더라도, 그 장소가 병영 생활관이거나 불침번 근무 중에 이루어졌다면 군형법상 추행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던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자발적 합의하에 이루어진 두 번의 성적 행위

피고인 A씨는 2019년 9월 입대해 육군의 한 부대에서 복무하다가 2021년 4월 전역했다.


A씨는 군 복무 중이던 2020년 7월 말 밤 11시경, 충남 논산시에 위치한 소속 부대 막사 2층의 격리 생활관에서 동료 군인 B씨의 침대에 함께 누워 성적인 대화를 나누던 중 신체 접촉을 했다.


이후 두 달 뒤인 2020년 9월 중순 새벽 2시경에는 부대 막사 화장실 대변기 칸에서 B씨와 성행위를 가졌다. 당시 B씨는 부대의 보안과 안전을 지키는 불침번 근무 중이었으며,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던 중 A씨를 만나 이 같은 행위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강제성 없는 합의 공방, 왜 추행죄가 적용됐나

이 사건은 일반 형법상의 강제추행과 달리 피해자의 고소나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 여부와 관계없이 수사 및 기소가 진행됐다. 적용된 혐의가 일반 형법이 아닌 '군형법 제92조의6(추행)'이기 때문이다.


해당 법 조항은 동성 군인 간의 성적 행위가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침해하는 경우, 당사자 사이의 자발적 합의가 있었더라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법이 보호하려는 대상이 특정 피해자 개인이 아니라 군의 기강 그 자체이기 때문에 B씨의 고소 없이도 형사 재판을 받게 된 것이다. 재판 과정에서도 두 사람이 합의하에 행위를 했다는 사실 자체는 모두 인정됐다.


1심과 2심 "사적 영역에서의 은밀한 행위로 무죄"

이에 대해 하급심 법원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인 의정부지방법원은 두 사람의 행위가 강제력이 없는 자발적 합의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재판부는 첫 번째 행위가 일어난 격리 생활관이 근무 외 시간에 이용된 공간이었고, 두 번째 행위가 벌어진 화장실 대변기 칸 역시 독립되고 폐쇄된 곳으로서 지극히 사적인 영역이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이들의 행위가 은밀하게 이루어졌을 뿐, 군 내부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침해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사유로 무죄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생활관과 불침번 근무는 군기 확립이 필수적인 상황"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동성 군인 간의 성행위가 자발적 합의에 의한 것이라도, 상명하복의 엄격한 규율과 집단생활이 요구되는 군 조직의 특성상 군기 확립이 필요한 공간이나 상황에서 이루어졌다면 군형법상 추행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의무복무 중인 병사들이 주로 생활하는 생활관에 대해 "군사훈련 내지 집단적 단체생활의 일부이면서 군율과 상명하복이 요구되는 공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사적 자유가 일부 보장되더라도 군사적 대비태세를 유지하는 기능이 우선된다는 취지다.


또한 불침번 근무는 부대의 인원 보호와 규율 유지를 위한 특별근무이므로, 임무 수행 중에 성적 행위를 하는 것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화장실 대변기 칸이라 하더라도 군기를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침해하는 행위라고 보았다.


원심 판결 파기, 의정부지법으로 환송

대법원은 원심 법원이 군형법상 추행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따라 무죄를 선고했던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결하도록 의정부지방법원에 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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