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으러 왔는데"... 롯데백화점 '노조 조끼' 제지, 과잉 대응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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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으러 왔는데"... 롯데백화점 '노조 조끼' 제지, 과잉 대응 지적

2025. 12. 12 12:16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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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지 시설관리권 vs 표현의 자유

법조계 "공공장소 성격 띤 백화점, 합리적 이유 없는 제한은 위법 가능성"

스테끼 X 계정 캡쳐

잠실 롯데백화점 푸드코트에서 민주노총 금속노조 조끼를 입었다는 이유로 고객이 퇴장 요청을 받는 영상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단순한 복장 논란을 넘어, 기업의 '시설관리권'과 개인의 '표현의 자유'가 충돌하는 법적 쟁점으로 비화되는 모양새다.


백화점 측은 "사유지 내 에티켓"을 주장했으나, 법조계에서는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적 대우로, 법적 정당성을 얻기 힘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밥 한 끼'조차 허락되지 않은 조끼... "여긴 사유지" vs "노동자 혐오"

논란의 불씨는 지난 10일 온라인 커뮤니티와 엑스(X·옛 트위터)에 확산된 영상에서 시작됐다. 영상에는 잠실 롯데백화점 푸드코트를 방문한 남성 고객 A씨가 백화점 보안 관계자로 추정되는 직원에게 제지를 당하는 상황이 고스란히 담겼다.


핵심 갈등 요소는 A씨가 착용한 '금속노조 조끼'였다.


직원은 A씨에게 "공공장소에서 어느 정도 에티켓은 지켜줘야 한다"며 퇴거를 종용했다. 이에 A씨는 "우리가 조끼 입었다는 이유로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느냐. 청와대 앞이고 어디고 다 이러고 다닌다"며 강하게 항의했다.


직원이 "여기는 사유지"라며 백화점의 권리를 내세우자, A씨는 "결국 백화점이 정한 기준이 노동자를 혐오한다는 것 아니냐"며 "이것이 혐오가 아닌지 잘 생각해보라"고 맞받아쳤다.


현장 목격담과 영상에 따르면 A씨는 구호를 외치거나 난동을 부리는 등 소란을 피우지 않았으며, 단지 식사를 위해 푸드코트에 앉아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 사건은 단순한 서비스 불만을 넘어, "백화점이 고객의 복장을 검열하고 퇴출할 권리가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졌다.


'사유지'니까 내맘대로? 법원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은 위법"

백화점 측이 내세운 논리는 '시설관리권'이다. 민법상 소유자는 자신의 소유물을 사용, 수익, 처분할 권리가 있으므로 원칙적으로 출입자를 통제할 수 있다.


하지만 법조계는 백화점과 같은 '불특정 다수에게 개방된 상업시설'의 경우 이야기가 다르다고 지적한다. 단순히 사유지라는 이유만으로 헌법상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유사한 법적 쟁점에서 법원은 '합리적 이유'와 '실질적 피해 여부'를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


과거 대법원은 병원 직원들이 근무 중 구호가 적힌 조끼를 입은 사건(대법원 1996. 4. 23. 선고 95누6151 판결)에서는 병원 측의 징계가 정당하다고 봤다. 환자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고 병원의 정숙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합리적 이유'가 인정됐기 때문이다.


반면, 최근 하급심 판례는 노조 조끼 착용 자체를 금지하는 것에 제동을 거는 추세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회사가 노조 조끼 착용을 이유로 교육장 출입을 막은 사건에 대해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부당한 제한"이라며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4. 2. 선고 2022나18050 판결).


이번 롯데백화점 사태의 경우 A씨는 ▲백화점 직원이 아닌 '일반 고객' 신분이었고 ▲업무 방해가 아닌 '식사'가 목적이었으며 ▲구호 제창 등 '소란 행위'가 없었다. 따라서 병원 판례보다는 교육장 출입 금지 판례의 법리에 따라, 백화점의 조치가 과도한 권리 남용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단순 착용만으로 퇴거? "국가인권위원회법상 평등권 침해 소지"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차별적 대우'에 해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입을 모은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9조는 노조 조합원이 어떠한 경우에도 신분 등을 이유로 차별대우를 받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한다. 비록 A씨가 롯데백화점 직원은 아니지만,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는 합리적 이유 없이 재화·용역의 이용에서 특정인을 배제하는 것을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백화점 푸드코트는 정장부터 트레이닝복까지 다양한 복장의 고객이 이용하는 공간이다. 유독 '노조 조끼'만 문제 삼아 퇴장을 요구한 것은 정치적·사회적 신분에 따른 차별로 해석될 수 있다.


법리적으로 볼 때 백화점 측이 정당성을 인정받으려면 ▲조끼 착용이 다른 고객에게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위협이 되었거나 ▲위생상 명백한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공개된 영상 속 상황만으로는 '에티켓'이라는 추상적인 이유 외에 구체적인 근거를 찾기 어렵다.


고객의 권리와 기업의 책임 사이... '매뉴얼 점검' 시급

이번 논란은 기업이 고객의 '표현의 자유'를 어디까지 용인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화두를 던졌다.


롯데백화점 측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이번 대응이 시설관리권의 한계를 일탈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헌법재판소 역시 건조물침입죄와 관련해 "정당한 시설관리권을 침해하는 경우에만 성립한다"며 권리 행사의 폭을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추세다(대구지방법원 2023. 6. 15. 선고 2022노3686 판결 참조).


결국 "노동자 혐오"라는 비판을 피하고 법적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자의적인 '에티켓' 기준이 아닌 헌법적 가치와 인권 기준에 부합하는 정교한 매뉴얼을 갖춰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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