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 공동 생활비로 샀다고 아내 타박한 남편, 틀리셨습니다..."당연히 공동부담"
'생리대' 공동 생활비로 샀다고 아내 타박한 남편, 틀리셨습니다..."당연히 공동부담"
생활비 범위 두고 신혼부부 갈등

“생리대는 네 개인용품”이라며 남편이 공동 생활비 사용을 막고 나섰다. /셔터스톡
결혼 3개월 차 신혼부부 A씨는 최근 남편 B씨와 생활비 문제로 크게 다퉜다. 함께 만든 공동 생활비 통장에서 생리대를 산 것이 화근이었다.
남편 B씨는 "생리대는 당신만 쓰는 개인용품인데 왜 공동 생활비로 사느냐"며 "그런 건 각자 용돈으로 해결해야 공평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생리대가 무슨 사치품도 아니고, 여성에게는 필수적인 물품인데 너무 서운하다"며 맞섰지만, 남편의 생각은 완고했다.
부부 사이에서 벌어진 사소하지만 현실적인 갈등, 법의 눈으로 보면 누구의 말이 맞을까.
어디까지가 '공동 생활비'인가
우리 민법 제833조는 "부부의 공동생활에 필요한 비용은 특별한 약정이 없으면 부부가 공동으로 부담한다"고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법이 정한 부부의 의무다.
여기서 말하는 '공동생활에 필요한 비용'이란 단순히 밥 먹고 잠자는 의식주 비용만을 뜻하지 않는다. 법원은 부부 각자의 자산, 수입, 사회적 지위에 걸맞은 평범한 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모든 비용을 포함한다고 본다. 구체적으로는 교육비, 오락비, 교제비는 물론 출산 및 의료비 등이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즉, 부부가 함께 살아가며 건강하고 일상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들어가는 돈은 '우리 돈'으로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다.
생리대는 '개인용품'인가, '생활필수품'인가
남편 B씨의 주장은 생리대가 아내 A씨만 사용하는 '개인용품'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이는 법적인 관점과 다르다.
생리대는 「위생용품 관리법」에 따라 국가가 안전을 관리하는 '위생용품'이다. 이는 여성의 생리라는 고유한 신체 현상에 따라 건강과 위생을 위해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필수품이지, 개인이 선택적으로 사용하는 기호품이나 사치품이 아니라는 뜻이다. 즉, 법적으로나 의학적으로나 생리대는 화장품이나 옷과는 그 성격을 완전히 달리한다.
법원이 공동 생활비의 예시로 든 '의료비'와 '일상생활에 필요한 비용'의 개념에 비춰볼 때, 여성의 건강과 직결된 필수 위생용품인 생리대는 이 범위에 충분히 포함된다.
생리대 비용, 당연히 '공동 부담'
대법원은 어떤 비용이 부부 공동생활비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때, "부부의 사회적 지위·직업·재산·수입능력 등 현실적 생활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98다46877 판결).
이 기준을 A씨 부부 사례에 적용해보자. 현대 사회의 통념상, 부부 중 한쪽의 신체적 특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필수적인 위생용품 비용을 '개인의 몫'으로 돌리는 것이 과연 합당할까?
부부는 정신적, 육체적, 경제적으로 서로를 부양하고 협조해야 할 의무를 진다. 아내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를 '나와는 상관없는 일'로 치부하는 것은 이러한 부부의 상호 부양 의무를 저버리는 행위로 비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아내의 생리대를 공동 생활비 통장에서 지출하는 것은 법적으로 타당하다. 이는 민법이 정한 부부의 공동생활비 부담 원칙에 부합하며, 생리대가 여성 건강을 위한 필수품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당연히 '함께' 책임져야 할 비용에 해당한다. 남편 B씨의 주장은 법의 정신과 사회적 통념 모두에 어긋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