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기요 배달원 5명, 근로자 인정⋯다른 배달원도 웃을 수 있을까?
요기요 배달원 5명, 근로자 인정⋯다른 배달원도 웃을 수 있을까?
고용노동부, 요기요 배달기사 5명을 근로자로 인정
출·퇴근 보고, 점심시간 관리, 근무지 지정⋯소속 직원처럼 지시한 것이 근거
요기요 배달기사 모두 정식 직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최근 고용노동부가 요기요 배달기사 5명이 제기한 진정에 "배달기사도 근로자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홈페이지
요기요 배달기사 채용 관련 홈페이지 영상 중
"업계 최고랑 같이 일을 하는 데 고민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행복을 배달하는 라이더"
현실은 광고와 달랐다. 음식 배달 대행 플랫폼 '요기요' 배달기사들은 고민이 많았다.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근로자로서 혜택을 받지 못한 탓이 컸다. 배달 건당 급여를 받고, 사고가 나도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업무도 종종 플랫폼 본사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 계약서엔 '사장님'이었지만 실상 일할 때는 근로자였다.
하지만 최근 고용노동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이 "근로자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요기요 배달기사 5명이 문제 제기한 진정사건에 대한 판단이었다. 근로자로 인정된다는 것은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는다는 의미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퇴직금과 휴일근로수당, 유급휴가, 4대 보험 등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요기요 배달기사 채용을 홍보하는 영상이 채용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다.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홈페이지
요기요는 고용노동부(노동부) 발표가 나오자 즉각 반박했다. 배달기사 5명에 대한 '근로자성 인정' 판단이 전체로 확대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노동부와 요기요 간의 쟁점은 3가지다. 변호사들에게 자문을 구해 이 쟁점들이 다른 배달 기사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지 정리해봤다.
① 시급(時給) 형태로 배달기사의 임금 지금
5명이 급여로 받은 '시급(시간당 급여)' 은 노동부가 '근로자성'을 인정한 근거 중 첫 번째였다. 실제 이들 5명은 요기요와 고정 시급 1만 1500원으로 계약을 맺었다.
이에 대해 요기요는 이들의 경우가 "특수한 케이스였다"고 주장했다. 요기요는 "해당 기사들이 속한 성북 허브(Hub⋅지점)는 주문 건수가 적었던 곳으로 배달기사들의 수익 보장을 위한 정책이었다"며 "한시적으로 두 달 정도만 1만 1500원을 지급했고 최근 들어서는 배달 건당 수수료를 가져가는 방식으로 전면 바꿨다"고 밝혔다.
배달기사들은 고정적인 시급이 아니라 일시적인 '지원책'을 받은 것뿐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변호사들도 "다른 배달기사들도 시급을 받았다면 근로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요기요 말대로 일시적으로 시급을 받다가 '배달 한 건당 수수료'를 챙기는 식으로 수익을 얻었다면, 근로자성은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 봤다.
요기요 배달기사들을 채용하기 위해 만든 홈페이지를 보면 요기요 배달기사의 급여 형태는 3가지다. 두 가지는 배달 건당 수수료를 가져가는 방식이지만, 나머지 한 가지는 건당 수수료와 시간당 지원금이 혼합된 형태다.
법률사무소 온길의 최진원 변호사는 "(세 번째와 같이) 시급제와 인센티브가 혼합된 경우엔 시급은 고정적인 임금에 해당하고 인센티브는 업무성과에 따른 성과급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되어 근로자성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자문했다.
요기요 배달기사들 중에 '건당 수수료와 지원금이 혼합된 형태'로 보수를 지급받은 사람이 많다면, 이들은 향후 노동청 조사를 거쳐 근로자로 인정될 길이 있다는 말이다.
법무법인 태일의 최재윤 변호사도 "요기요가 배달기사에게 시급을 지급하면서 (최종적인) 이윤 창출과 손실 초래를 책임지고 있는 구조로 판단될 경우, 배달기사의 근로자성 인정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했다.
배달기사들이 계약서대로 '사장님'이라면 사업에 따른 이익과 리스크 모두를 떠안아야 정상인데, 그게 아니라 요기요가 대신 떠안고 있었다면 배달기사는 (개인사업자가 아니라) '노동자'에 가깝다는 취지다.

② 회사 소유 오토바이 무상 대여·유류비 지원
노동부가 이들을 근로자로 인정한 두 번째 이유는 요기요가 지원한 오토바이 때문이다. 요기요는 배달기사들에게 회사 소유 오토바이를 무상으로 대여하고 유류비 등을 지원했다. 이런 점은 배달 기사를 근로자로 대우한 것이라는 판정에 힘을 보탰다.
여태까지 요기요를 포함한 음식 배달 대행 플랫폼들은 "우리는 소비자와 배달기사들을 연결하는 중개 역할을 할 뿐, 배달기사와 근로관계를 맺은 게 아니다"라고 말해왔다. 법적으로 개인사업자인 배달기사들이 알아서 구해온 오토바이에 플랫폼을 통해 확보한 배달 물량을 보내는 것뿐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노동부는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요기요가 오토바이를 무상으로 빌려준 건 배달기사들을 근로자에 가깝게 대우했다고 본 것이다. 실제 요기요 측이 게시한 배달기사 채용 공고엔 "몸만 오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바이크/유니폼/헬멧/배달통 제공/유류비 지원'이라고 나와 있다.
법률사무소 람의 김정민 변호사는 "노동부에서 판단한 근거가 근로자성을 강화하는 요소인 건 맞는다"며 "그러나 법적 판단을 받을 때는 결국 다른 요소까지 모두 고려해서 종합적으로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 소유의 오토바이를 무상으로 대여하고 유류비를 지원한 것은 근로자성을 인정받는 데 영향을 끼치겠지만 이것 하나만으로는 근로자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는 의견이다.
최재윤 변호사도 같은 취지로 "회사에 종속되어 근로를 제공하는 것으로 판단될 경우 배달기사의 근로자성 인정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보았다.
③ 직접 지휘·감독⋯근무시간과 장소 지정·출퇴근 보고
요기요 배달기사들이 자율적으로 근무하지 않았다는 점도 요기요에게 불리한 정황이었다. 보통 개인사업자는 자기 판단 아래 일할 시간과 장소를 결정한다.
하지만 배달기사들은 요기요에게 사실상 지휘·감독을 받았다. 출근과 퇴근도 본사에 보고해야 했다. 사실상 업무 자율성이 없었다.
지난 9월 배달대행업체 기사들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은 요기요가 배달기사에게 업무 지시를 내리는 카카오톡 메시지 캡처 사진을 공개했다. 이에 대해 요기요는 "배달원들과의 계약은 근로계약이 아닌 '업무위탁' 계약이며 지휘·감독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인터넷에 공개된 '요기요 근무 후기 글'에는 라이더유니온 측 주장을 보강하는 증거들이 많았다. 지난 7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엔 '요기요에서 1년을 근무한 후기 글'이 올라와 주목을 끌었다. 해당 글에는 "강제로 배정을 받아 (원래 일하는 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으로 지원을 나갔다"고 적혀있었다. 요기요 지시에 따라 영업 장소를 옮겼다는 글이었다. 이 말대로라면 요기요와 배달기사들 사이는 업무위탁 관계로 볼 수 없다.
김정민 변호사는 "근로자성 판단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용자의 지휘·감독"이라며 "이 사안의 배달기사들은 요기요에서 근무시간과 장소를 지정받고 출·퇴근 보고까지 했다는 요소가 근로자로 인정받는 데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다만 노동부도 '다른 배달기사까지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므로 일반 배달기사들이 모두 이러한 기준에 부합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요기요 배달기사 5명은 사업자가 아닌 근로자"라는 노동부의 판단은 플랫폼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 판단이 업계 전반에 적용될 경우 사업자 입장에서는 '인건비 폭탄'을 맞게 된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지난 2018년 10월 기준, 전체 취업자 2709만명 중 플랫폼과 관련한 일을 하는 사람은 47만 9000~53만 8000명에 달한다. 전체 취업 시장의 1.7~2%에 달하는 수치다.

만약 이들 전부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면 주휴수당을 포함해 연장근로수당, 퇴직금 등을 모두 지급해야 한다. 더 나아가서는 근로시간 제한과 휴게시간 보호, 고용 보장 등이 문제 될 수 있다.
당장 퇴직금만 보더라도 막대한 돈이 한 번에 지출된다. 요기요가 보장하고 있는 배달기사 월수입은 300~600만원이다. 평균 월급이 중간값인 450만원이라고 했을 때, 예상 퇴직금(1년 근무 기준)은 세전 기준 441만원 정도다. 요기요에서 일하는 배달기사를 1만명이라고 보면 퇴직금 총액은 441억원이다.
정현 법률사무소의 송인욱 변호사는 이번 노동부 결정에 대해 "요기요 등을 포함한 배달업체에는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근로자성을 부인할 수 없다면 그로 인하여 발생하는 사용주 책임은 매우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진원 변호사는 "특수고용 형태의 종사자들이 많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근로자성이 인정된 사례이기 때문에 플랫폼 측에서는 최대한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는 방식으로 업무위탁 형태를 변경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근로자성 판단은 일률적으로 판단될 수 없고 구체적인 사건마다 개별적으로 업무 형태, 지휘감독 여부, 계약 내용 등을 면밀하게 검토하여 판단하여야 하기 때문에 이번 결정으로 인해 다른 플랫폼 업계 종사자들에게도 근로자성이 당연히 인정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최재윤 변호사는 "요기요 등의 플랫폼 사업자들이 많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각 사업자는 자신의 서비스 질을 높여 경쟁력 우위를 점하기 위해 단순히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선 개입을 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자연적으로 플랫폼 이용자와 플랫폼 사업자 간의 사용자-근로자 관계 인정 여부와 연결된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이어 "노동부의 판결은 다른 플랫폼 사업자들에게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자문 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