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마친 강아지에 탈취제 뿌린 동물병원⋯대체 왜 동물 학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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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마친 강아지에 탈취제 뿌린 동물병원⋯대체 왜 동물 학대가 아닐까?

2020. 12. 07 19:48 작성2020. 12. 07 19:52 수정
성소의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oy@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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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취된 상태로 늘어진 강아지 몸에 동물병원 의료진이 탈취제 등을 분사하며 웃는 모습이 공개되며 많은 사람들의 분노를 샀다. /삼순이 보호자 인스타그램

진료대에 축 늘어진 어린 강아지 한 마리. 그 강아지 주변으로 다섯 명의 사람이 오간다. 지나치게 밝은 표정이다. 강아지는 수술을 방금 마치고 와 기도에 관이 꽂힌 상태지만, 이들은 아랑곳없이 "깔깔"거리며 웃음꽃을 피운다. 웃느라 몸이 앞뒤로 휘청이기도 했는데, 축 늘어진 강아지 위로 몸이 쏟아지듯 다가간 경우도 있었다.


이들이 그렇게 '빵' 터진 이유는 강아지 몸에서 난 냄새 때문이었다. 처음엔 물 없이도 쓸 수 있는 샴푸를 잔뜩 바르더니, 이후엔 탈취제, 디퓨저, 방향제, 향수까지 온갖 것들을 강아지 몸에 뿌려댔다. 그럴 때마다 자지러지게 웃었다. 총 여섯 가지 제품을 사용했는데, 이 중에는 화장실용 방향제를 강아지 코앞에서 분사한 경우도 있었다.


그렇게 마취된 상태로 온갖 화학성분을 그대로 맞은 강아지 '삼순이'는 몇 시간 뒤 숨을 거뒀다. 이에 주인 A씨는 "삼순이는 수술 후 온갖 수모를 당하며 눈도 못 감고 하늘로 먼저 떠났다"고 분노하며 해당 장면을 찍은 CC(폐쇄회로)TV를 인터넷에 공개했다. 그는 "수술한 강아지인데 미용이 돼 있고 머리가 아플 정도로 향기가 진했다"고 전했다.


병원 측은 "부적절한 행위였다"고 즉각 시인했지만, 사람들의 분노는 컸다. "해당 동물병원을 강력히 처벌해달라"는 목소리가 순식간에 10만명(7일 오후 6시 기준)이 모였다.


하지만 변호사들 이야기는 달랐다. "처벌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했다.


학대같지만, 법으로 따져보면 학대로 인정받기 어렵다

의료 사건 경험이 많은 복수의 변호사들은 동일한 의견을 보였다. "이 사건이 공분을 일으킬 만한 사건이지만, 동물보호법상으론 '동물학대'에 해당하기 어렵다."


동물보호법에서 말하는 '동물학대 행위'로 보기가 애매하다는 이유가 가장 컸다. 이 법에서 말하는 '동물학대 행위'는 모두 공통적으로 "상해를 입히거나, 신체를 손상하거나, 질병을 유발시킨 경우"라는 조건을 달고 있는데, 이 사건의 경우 어느 것에도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 변호사는 "탈취제 자체가 특별한 유해성이 없다는 점에서, 이것을 뿌린다고 '신체가 손상된다'고 보긴 어렵다"며 "동물보호법에서 말하는 '상해'를 입힌 행위에 해당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변호사 역시 "페브리즈나 미스트를 뿌리는 행위를 '신체에 손상을 가하는 행위'나 '상해를 입힌 행위'로 보기 힘들 것 같다"고 했다. "(이 행위로 인해) 신체의 완전성이 침해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두 변호사 모두 동물보호법에서 규정한 사유들에 해당할 정도로 가혹하거나 또는 가학적인 행위는 아닌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그 밖에도 동물병원 관계자들이 수술 후 체온을 올리지 않고 강아지를 목욕시킨 행위나 빗질과 얼굴 털 미용을 시킨 점도 모두 "법적으로 문제 삼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고를 겪은 강아지 보호자가 올린 국민청원은 순식간에 10만명이 동의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의료진의 '고의' 입증하지 못하면, 그나마 가능성 있는 재물손괴 적용도 어려워

로톡뉴스는 다른 혐의로 해당 동물병원을 처벌할 수 없는지 확인해봤다. 형법상 '재물손괴죄'를 고려해봤다. 우리 민법은 반려동물을 '물건'으로 간주하는데, 이 법리상 재물손괴죄가 성립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재물손괴죄에 해당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는 "형법상 재물손괴죄는 '고의'에 의한 재물손괴 행위만 범죄로써 처벌하고 있는데, (의료진들이 강아지를) '손괴하려는 고의'를 입증하지 못하면 이 죄로 처벌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민사상 손해배상 가능성은 있지만, 이 역시 피해자가 과실 입증해야

형사적으로는 방법이 막혀있지만, 민사적으로는 아닐 수 있다. 변호사들도 "강아지 보호자 A씨가 병원 측에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방법이 있기 하다"고 했다.


'넘어야 할 산'은 진료 과실 여부다. 강아지 삼순이의 죽음에 병원 측 과실이 인정되면, A씨는 병원 측과 의료진 측에 여기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병원 측은 "부적절한 처신은 있었지만 과실은 없었다"고 하고 있다.


오히려 병원 측은 "강아지가 (의료진 측의 문제 행위로 사망한 게 아니라) 기관지염으로 사망했다"고 주장 중이다.


익명의 변호사는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요구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지금의 사실관계만으로는 의료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를 따지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해당 동물병원 "학대 의도는 없었다"

해당 사건이 논란이 된 뒤 해당 동물 병원은 지난 4~5일 두 차례 사과문을 올렸다.


"마취에서 회복한 지 1시간 반 후에 의식이 저하돼 응급약을 투여하게 됐다"며 "마취가 회복되는 과정 중 좀 더 신경 써 주기 위해 빗질을 했는데 학대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다만 아이의 염증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 부적절한 제품을 사용한 것은 죄송하고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고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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