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액 110억' BTS 화보 사기 재판…판사가 "매우 불쾌하고 화가 난다" 말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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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액 110억' BTS 화보 사기 재판…판사가 "매우 불쾌하고 화가 난다" 말한 까닭

2021. 09. 02 18:31 작성
안세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y.ah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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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가 제출한 공소장 '부실' 하다는 점 지적하며 호통친 제주지법 장찬수 부장판사

근본적인 내용을 담은 촌철살인 발언들로 유명

"진지한 반성이 뭐라고 생각하느냐" "지나친 사랑으로 자식을 망치고 있다"

2일 제주지법, 장찬수 부장판사는 검사에게 "매우 불쾌하고 화가 난다"며 "일 좀 똑바로 하라"고 호통쳤다. 무슨 이유였을까. 해당 이미지는 기사와 관련 없는 참고용 이미지. / jtbc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 캡처·편집=조소혜 디자이너

2일 오전 제주지법의 법정 안. 누군가 호통을 쳤다. "왜 남에게 이런 식으로 피해를 주느냐. 매우 불쾌하고 너무 화가 난다."


재판받는 피고인에게 하는 말이 아니었다. 검사에게 향한 것이었다.


"검사라는 사람이 어떻게 일을 이렇게 처리하느냐. 본인의 직분에 충실해야지, 일 좀 똑바로 하라."


"범행을 저질렀음에도 처벌받지 않게 될 수 있다" 검사의 업무처리 미숙 지적

'업무처리 미숙'을 지적하며 호통을 친 건 제주지법 제2형사부 장찬수 부장판사. 방탄소년단(BTS) 화보 제작을 빌미로 투자금 약 110억원을 가로챈 일당에 대한 재판이었다. 이날 장 부장판사는 검사가 제출한 공소장이 부실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공소장이란 "어떤 사람이 무슨 죄를 저질렀으니, 이 법에 따라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문서다. 공소장에 구체적인 범죄사실의 기재가 없으면 법원은 피고인을 처벌할 수 없다. 해당 공소장엔 피고인들이 언제, 어떻게 공모해, 범행에 이르게 됐는지 등에 대한 내용이 명시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 부장판사가 호통을 친 배경이다. 그는 검사에게 "잘못하면 피고인들이 범행을 저질렀음에도 범행을 저지르지 않은 걸로 정리될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지적에 공판 검사는 "알겠다"며 수긍했고, 결국 재판은 다음 달 25일로 미뤄지게 됐다.


해당 사건 관련, 제주지법 관계자는 로톡뉴스와 통화에서 "기사에 보도된 것 이상의 상세한 내용을 파악하고 있진 않다"고 답했다.


"지나친 사랑으로 자식을 망치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봐라" 촌철살인

장 부장판사의 촌철살인 발언은 제주지법에서 이미 유명하다.


장 부장판사의 형사2부는 제주지법에서 유일한 1심 합의부다. 다른 합의부인 '형사1부'가 존재하긴 하지만, 해당 재판부는 항소부 역할을 맡고있다. 즉, 형사1부가 처리하는 사건은 이미 제주지법에서 1심을 받고 항소한 경우들인 것이다.


죄질이 나쁜 형사사건의 경우 단독 재판부 대신 합의부로 배당되는데, 그 말은 이런 사건은 대부분 장 부장판사의 손을 거친다는 말이다.


그러다 보니 친족 성폭행 사건, 아동⋅성착취물 제작⋅유포 사건, 살인 사건 등 심각하고 굵직한 사건들은 모두 장 부장판사가 맡았다. 장 부장판사는 이런 사건들을 맡아 처리하며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 것으로 유명해졌다.


8년 간 두 딸을 약 200차례 성폭행한 아버지에겐 이렇게 호통쳤다.

"신이 주신 귀한 선물에게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는가. 그 딸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느냐⋯"


전국이 텔레그램 'n번방' 사건에 분노했을 때 아동⋅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일당에겐 이렇게 호통쳤다.

"피해자들의 고통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나. 기록을 읽기도 괴로운 사건이라는 걸 알고는 있느냐."


옛 동거 여성의 중학생 아들을 살해해 신상이 공개된 백광석⋅김시남에게도 이렇게 호통쳤다.

"피고인으로부터 살해된 중학생에게 무슨 죄가 있느냐."


또다른 아동 성착취물 제작 사건에서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모두 청소년이었다. 장 부장판사는 재판 과정에서 가해자 중 한 명이 '전국대회'에 출전하느라 재판에 한 차례 불출석한 점을 지적하며 "진지한 반성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가해자에게 물었다.


이어 가해자의 부모에게도 '좋은 부모의 역할'을 고민해보라고 당부했다. 다음과 같았다.


"탄원서나 합의, 그게 끝이 아닙니다. 지나친 사랑으로 자식을 망치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자식이 올바른 인격체로 자라나고 성장하고, 어울릴 수 있도록 해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이번 재판을 진행하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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