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 공개가 대한민국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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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문 공개가 대한민국의 미래다

2020. 03. 11 15:29 작성
장성수 변호사의 썸네일 이미지
ss.jang@lawcompan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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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영국, 독일, 이스라엘, 일본 등 몇몇 국가에서는 이미 리걸테크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국내는 이런 흐름을 그냥 관망하는 모양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최근 혁신을 위한 정부의 태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대한민국의 데이터 산업 발전을 오랫동안 가로막고 있던 데이터 3법 개정안이 통과되었고, 사법부는 '타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후 안타깝게도 '타다 금지법'이라는 여객자동자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혁신의 시대인 만큼, 국회와 정부도 이에 맞춰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그렇다면 사법부는 어떠한가? 4차 산업혁명 시대 변화의 물결에 충분히 대응하고 있을까.


미래 법률 산업의 모습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법과 기술이 만나 법률서비스의 효율을 높이고 비용을 절약하는 '리걸테크'를 꼽고 있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 변호사를 통해 단순반복적이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서류 작업을 빠르고 저렴하게 처리하고, 인간 변호사들은 인공지능 변호사의 지원을 바탕으로 기존의 데이터로 해결하기 어려운 고도의 분야에서 창조적인 해결책을 찾아내는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미국, 영국, 독일, 이스라엘, 일본 등 몇몇 국가에서는 이미 리걸테크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2020년 2월 현재 전 세계 총 1219개의 리걸테크 스타트업이 존재할 만큼 수많은 스타트업이 생겨나고 있으며, 609개 투자사로부터 투자가 이루어졌다. Forbes에 의하면 2018년 리걸테크 투자금액은 전년도 대비 713% 증가했다. 스타트업뿐만이 아니다. 미국의 거대 정보기술업체 IBM은 ROSS라는 인공지능 변호사를 만들었고, 이 ROSS는 미국의 대형로펌 베이커&호스테틀러(Baker&Hostetler)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그러나 국내는 이런 흐름을 그냥 관망하는 모양새다. 전자소송시스템, 전자등기시스템 등을 성공시키며 많은 부분에서 민간보다 앞서 있던 법원도 최근 정체기다. 몇몇 대형 로펌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변호사 업무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고 있다.


뒤처지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해당 분야에 많은 관심을 갖고 생각의 변화와 투자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리걸테크'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양적으로 풍부한 지식 콘텐츠, 바로 판결문이다.


그러나 현재 법원은 개인정보의 유출을 이유로 대다수의 판결문을 공개하고 있지 않다. AI 등 기술 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데이터인 판례를 생산하는 곳이 원천적으로 제공을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


판결문 속 개인정보 유출이 걱정된다면, 해당 부분의 익명화를 통해 해결하면 된다. 사실 법원은 지금도 익명화 작업을 하고 있다. 더불어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전자소송과 전자등기 시스템까지 성공시킨 법원의 역량에 비추어 볼 때, 판결문 익명화는 그 기술적 난이도가 제로에 가깝다.


그렇다면 왜 공개하려고 하지 않을까? 혹시 판례 공개가 법적으로 금지돼 있는 걸까? 아니다. 오히려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해야 한다는 헌법 제109조에 의할 때, 판결의 내용을 문서로 작성한 판결문은 공공의 안녕질서를 방해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칠 염려가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공개되어야만 한다.


헌법 제109조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한다. 다만, 심리는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안녕질서를 방해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할 염려가 있을 때에는 법원의 결정으로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


판결문이 공개되고 여러 사람들에게 평가될 수 있을 때, 법관은 보다 심혈을 기울여 판결을 내리고 판결서를 작성할 것이다. 모든 국민이 재판의 논리와 결과를 쉽게 확인할 수 있을 때, 전관예우가 사라질 수 있다. 재판은 보다 공정할 것이며, 국민은 법원과 재판을 신뢰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신뢰를 바탕으로 사회가 발전할 수 있다.


변화의 물결에 잠시 맞설 수는 있겠지만, 계속 흐름에 저항할 경우 그 결과는 뻔하다. 오히려 그 흐름을 잘 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 대양, 즉 세계시장이라는 큰 바다로 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다. 변화 자체를 두려워하기보다는 기회를 놓치는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 법원의 판결문 공개는 대한민국 법률시장을 살리는 알파와 오메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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