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형필 변호사 칼럼 (4)] 부동산 분야의 대가라고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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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형필 변호사 칼럼 (4)] 부동산 분야의 대가라고 하니⋯

2019. 08. 11 23:31 작성
권형필 변호사의 썸네일 이미지
jeremy.kwon@llclog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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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분야의 대가라고 하더라”는 말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셔터스톡

재작년 어느 날, 1심과 2심을 모두 내리 패소한 사건의 당사자인 A씨가 나를 찾아왔다.

자신은 너무 억울하다고, 이 사건을 패소하면 그 이후에 구입한 몇 개의 건물 소유권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절박하게 말하였다.


그는 “권형필 변호사님이 부동산 분야의 대가라고 하더라”는 말을 덧붙였는데, 그 말에 괜히 어깨가 으쓱하기도 하고 절박한 심경에 동화되기도 하여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사건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동업관계에 있었던 A와 그의 지인인 B는 동업이 잘되어 어느 정도 규모의 재산을 일구게 되었다. 그러던 중 A는 경매에도 관심이 생겨 동업 시기 동안 건물을 낙찰받기 시작하였고, 그렇게 낙찰 받은 건물이 예닐곱 개 정도가 되었다.


이후 동업관계는 깨어졌고, 소송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런데 B는 “A가 동업관계에 있었던 시기에 낙찰 받은 건물들에 조합 자금을 사용하였으니, 내게도 해당 건물의 소유권이 있다”면서 “A의 건물명도 청구 및 거주함으로 발생하는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은 인정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의 주장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었는데, 그가 말하는 시기도 단지 동업시기와 건물의 구입시기가 겹친 것일 뿐이었다.


하지만 1, 2심에서는 조합재산이 건물의 구입자금으로 흘러들어갔다고 판단, B의 주장대로 B에 대한 건물명도 및 부당이득반환 청구가 모두 기각되었다.


대법원은 1, 2심 판단이 동일할 경우 해당 심급 판결을 존중하는 경향이 강하다. 심리불속행으로 종료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1, 2심 쟁점과는 다른 새로운 주장을 해야만 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고민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오전에 조깅을 하던 중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우리 법제에서 소유권을 취득하게 하는 것은 법률행위다. 법률행위라고 하려면 해당 법률행위를 하겠다는 의사가 존재하여야 하는데, 그러한 의사가 없다면 아무리 조합 재산을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사실행위에 불과하다.


즉 법률행위가 될 수 없는 사실행위에 소유권 취득이라는 법률효과는 발생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A가 단순히 조합 재산을 사용하였다는 사실행위만으로 B에게 소유권 취득을 인정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A가 조합 재산을 사용함에 있어 동의를 받고 빌렸다면 조합에 대한 차용금으로 변제하면 되는 것이고, 조합 재산을 임의로 사용하였다면 횡령죄로 형사처벌을 받으면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B는 이미 조합재산을 임의로 사용하였다는 이유로 A를 횡령죄로 고소한 상태에 있기까지 하였으니, 이와 같은 상황을 보더라도 A와 B 사이에 소유권을 취득하는 데에 필요한 법률행위 의사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 명확하였다.


이렇게 상황을 정리하면서 관련 법리를 찾아보니 소유권과 관련된 명의신탁은 명시적 합의가 존재하여야 한다는 판례가 떠올랐고, 결국 그 법리를 구사하여 상고이유서를 작성하였다.


결국 대법원은 “A와 B 사이 소유권에 관하여 명의신탁 약정을 인정할 수 없는 바, B에게 소유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현재 파기환송된 2심의 쟁점은 이전과 같이 A가 조합 재산을 사용하였는지 여부가 아니라, A와 B 간에 소유권 귀속 부분에 합의가 있었는지 여부로 정리되었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이고 결과란 늘 확신하기 어려운 것이지만, 대법원에서 주장이 받아들여져 쟁점이 변경된 것은 큰 성취다. “부동산 분야의 대가라고 하더라”는 A씨의 말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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