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공수처법, 과거 법안 철회 건너뛰고 재발의하면 불법"... 사실일까?
한국당 "공수처법, 과거 법안 철회 건너뛰고 재발의하면 불법"... 사실일까?
국회 대변인 "먼저 제출한 공수처법은 등록 안 돼... 재발의 아냐"

25일 국회 의안과 건물인 701호 앞에 '인간띠'를 세운 자유한국당=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C) 저작권자 연합뉴스
“국회법에 따라 한 번 제출된 법안을 철회하기 위해서는 발의에 동의한 의원의 2분의 1 이상이 철회 의사를 표시해야 하는데, 민주당은 이 절차를 생략했다”
26일 밤 열린 자유한국당의 비상의원총회에서 곽상도 의원이 제기한 비공개 발언입니다. 곽 의원은 ‘고위공직자부패수사처’(공수처) 설치법을 민주당이 발의하는 과정에서 국회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같은 법안을 재발의하려면 기존에 발의한 법안을 철회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생략됐다는 건데요. 도대체 이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한국당은 전날인 25일부터 법안을 제출하는 창구(의안과)인 국회 701호 앞에 ‘인(人)의 장막’을 쳤습니다. 1000여 명에 이르는 의원, 보좌진, 당직자들이 여기에 동원됐습니다. 한국당 관계자 일부는 701호에 들어가 안에서 문을 잠그는 방법으로 민주당의 출입 자체를 막았습니다. 민주당으로서는 서면으로 법안을 제출할 길이 사라진 것이죠. 문희상 국회의장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경호권을 행사했습니다. 하지만 한국당은 끝내 인력을 철수하지 않았습니다.
타개책을 검토하던 민주당은 결국 팩스로 공수처 설치법을 제출했습니다. 그런데 의안과에서 법안을 접수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합니다. 민주당이 야 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과 합의한 내용은 ‘백혜련 의원을 대표발의자로 공수처 설치법을 민주당에서 발의한다’입니다. 하지만 의안과에서 대표발의자를 지정할 때 백 의원이 아닌 같은 당 표창원 의원으로 잘못 기재된 겁니다. 어렵게 공수처 설치법을 발의한 민주당은 매우 허탈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회 의안과 과장에게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날 사소한(?)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팩스 실무자가 공수처 설치법을 접수하는 과정에서 한 가지 장애가 발생한 건데요. 실무자는 공수처 설치법에 서명한 10명의 민주당 의원 이름 하나하나를 온라인 의안정보시스템에 입력했습니다. 이때 별도로 대표발의자를 클릭해서 지정해줘야 하는데, 한국당의 물리력 행사때문에 이 과정을 마무리짓지 못했습니다. 이 바람에 실무자가 가장 먼저 입력한 이름인 ‘표창원’이 대표발의자가 된 것입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재차 ‘팩스 발의’를 시도합니다. 하지만 이미 팩스는 이은재 한국당 의원이 물리력 행사로 고장이 나 버린 상태였습니다. 민주당이 이 난국에서 3번째 방법으로 내놓은 방법이 ‘전자입법발의시스템’입니다. 2005년 국회 전산화를 위해 도입한 이 제도는 아쉽게도 이전엔 한 번도 사용된 적이 없습니다. 말 그대로 법안을 서면이 아닌 ‘전자적’으로 제출하는 방식입니다.
백 의원은 이날 오후 5시쯤 직접 전자입법발의시스템을 통해 공수처 설치법을 발의합니다. 의안과 직원이 아닌 본인이 직접 자신을 대표발의자로 지정했습니다. 그런데 율사 출신인 한국당 소속 곽 의원이 민주당에서 몇 시간 전 팩스로 제출한 공수처 법안을 철회(취소)하지 않았다고 문제 삼은 겁니다. 과연 이 과정이 국회법 위반일까요? 로톡뉴스는 29일 이계성 국회 대변인에게 전화통화로 문의했습니다.
“법안이 정식으로 등록된 것이 아니라서 취소하고 말고 할 일이 없다. 팩스로 법안을 받은 의안과 직원이 온라인 의안정보시스템에서 대표발의자를 클릭해야 하는데, 한국당이 물리력을 행사하면서 그 단계까지는 가지 못했으니까 애초 취소할 법률안 자체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곽 의원이 언급한 국회법을 찾아볼까요.
법안 철회 단계를 명시한 국회법 90조 1항은 “공동으로 발의한 의안에 대해서는 발의의원 2분의 1 이상이 철회 의사를 표시하는 경우에 철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곽 의원 주장은 ‘표창원’ 공수처 설치법과 ‘백혜련’ 공수처 설치법이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같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둘 중 하나는 철회했어야 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이 국회법 조항은 국회(국회의장실)와 의안과에서 공식적으로 답변한 상황에 잘 들어맞지는 않습니다. ‘표창원’ 공수처 설치법이 팩스로 제출은 됐지만, 접수 과정에서 오류가 있어 정작 등록되지 못한 까닭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