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돈 벌어와, 난 전업주부 할래" 상의 없이 사표 낸 남편... 이혼 사유 될까
"니가 돈 벌어와, 난 전업주부 할래" 상의 없이 사표 낸 남편... 이혼 사유 될까
"바람 피운 것도, 때린 것도 아닌데 왜 이혼?" 억울해하는 남편
변호사들 "기타 중대한 사유로 인정될 수 있어"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결혼 3년 차, 2살 딸을 둔 워킹맘 A씨는 요즘 남편이 아들처럼 느껴진다. 연애 시절, 남편은 영화 속 주인공처럼 로맨틱했다. 데이트 동선을 완벽하게 짜오는 것은 기본이고, 여행지에서는 A씨가 손 하나 까딱하지 않게 만들 정도로 자상했다. 그 모습에 반해 결혼을 결심했다.
하지만 결혼 후, 남편은 180도 달라졌다. 어느 날 저녁, 남편은 대뜸 "힘들어서 회사를 그만뒀다"고 통보했다. 상의 한마디 없는 결정이었다. "아이는 어떡하냐"는 A씨의 추궁에 남편은 태연했다.
"지금부터 내가 전업주부 할게. 당신이 능력 좋으니까 가장 역할 좀 맡아줘."
기가 막혔지만, 오죽 힘들었으면 그랬을까 싶어 넘어가려 했다. 하지만 남편의 전업주부 생활은 가관이었다. 청소기를 돌리며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주변에는 "능력 좋은 아내 덕에 집안일만 하니 행복하다"며 자랑하고 다녔다.
아이는 커가고 돈 들어갈 곳은 천지였다. 참다못한 A씨가 "다시 일을 나가라"고 다그치자, 남편은 억지로 재취업을 하긴 했다. 하지만 그때부터 집안은 지옥이 됐다. 남편은 입을 꾹 닫거나, 혼잣말로 "아, 회사 힘들다. 일하기 싫어 죽겠네"라며 온종일 징징거렸다.
A씨는 "도저히 못 살겠다"며 이혼을 요구했다. 그러자 남편은 되레 억울해했다. "내가 바람을 피웠어, 너를 때렸어? 난 잘못한 거 없으니 절대 이혼 못 해!"
책임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남편, 법적으로 이혼이 가능할까.
"때리지 않았으니 괜찮다"?... 민법 제840조 6호가 있다
남편의 주장대로 그는 외도를 저지르거나(제1호), 아내를 유기하거나(제2호), 심히 부당한 대우(제3호)를 하지는 않았다. 명확한 유책 사유가 없어 보이는 상황. 하지만 19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 출연한 법무법인 신세계로 임형창 변호사는 "이혼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우리 민법 제840조 제6호는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를 이혼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임 변호사는 "남편의 경제적 무능력이나 책임감 결여 등을 이유로 이혼 청구가 인용된 판례들도 종종 있다"며 "이에 대한 증명을 충분히 한다면 이혼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폭행이나 부정행위처럼 눈에 띄는 명백한 유책 사유는 아니기 때문에, 남편이 끝까지 이혼을 거부할 경우 소송에서 기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소송이 부담스럽다면? '조정 이혼'이 답
진흙탕 싸움이 될 수 있는 재판상 이혼이 부담스럽다면 '조정 이혼'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임 변호사는 "남편도 이혼 자체에는 합의한다면, 서로의 유책 사유나 잘잘못을 따지지 않고도 이혼이 가능하다"며 "이런 경우 소송 제기 전 조정신청을 먼저 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조정 이혼은 협의 이혼과 재판상 이혼의 절충 형태다. 법원이 지정한 날짜에 조정위원들의 중재 하에 타협과 양보로 분쟁을 해결하는 제도다.
임 변호사는 "이혼할 생각이 없다고 버티던 사람도, 막상 조정 자리에 가면 조정위원들의 설득을 통해 합의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2살 딸의 양육권은 누구에게?
이혼 시 가장 치열한 쟁점 중 하나인 친권과 양육권. 2살 딸의 경우, 경제 활동을 하는 엄마 A씨가 유리할까, 아니면 전업주부를 자처했던 남편이 유리할까.
법원은 아이와의 애착 관계, 양육 환경, 보조 양육자 존재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임 변호사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그는 "아이가 2살 딸이라는 점은 어머니에게 유리한 정황"이라며 "남편의 경우 책임감이 부족한 면모가 많이 보이므로, 이런 부분을 적극적으로 주장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친정어머니 등 보조 양육자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 양육권 확보에 도움이 된다.
결혼 3년 차, 재산분할은 초기 기여도가 핵심
재산분할은 혼인 기간과 기여도에 따라 결정된다. A씨 부부처럼 혼인 기간이 3년 정도로 짧은 경우, 결혼 전 각자 가져온 '특유재산'은 분할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임 변호사는 "혼인 초기 부부 공동재산 형성 과정에서 누가 더 많은 돈을 가져왔는지가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며 "A씨나 남편 중 어느 쪽이 초기 비용을 더 많이 댔느냐에 따라 기여도가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A씨가 아이의 양육권을 가져올 경우, 아이를 키우기 위한 부양적 성격이 고려되어 재산분할금을 조금 더 인정받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