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혼한 약혼자가 내 혼수 쓰고 있다면…캐시백 받은 가전제품 값, 전부 청구할 수 있을까?
파혼한 약혼자가 내 혼수 쓰고 있다면…캐시백 받은 가전제품 값, 전부 청구할 수 있을까?
결혼은 '없던 일', 내 혼수는 '계속 사용 중'
신혼집 눌러앉은 약혼자에게 청구할 돈, 얼마일까?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결혼 약속이 깨진 뒤에도 상대방이 내가 장만한 혼수품을 계속 쓰고 있다면, 할인 혜택을 받은 금액까지 모두 돌려받을 수 있을까. 변호사들은 "실제 지출한 비용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과 "전체 거래액을 청구하는 전략도 가능하다"는 의견으로 나뉘었다.
파혼 후에도 신혼집 차지한 약혼자
A씨는 파혼의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슬픔에 잠겨 있을 수만은 없었다. 파혼한 상대방 B씨가 A씨 명의로 계약한 신혼집에서 나가지 않고, A씨가 구매한 가전·가구까지 6개월째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B씨에게 내용증명을 보내 최후통첩을 한 뒤, 응하지 않으면 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다.
문제는 청구 금액이다. A씨는 가전제품 구매에 1,500만 원을 썼지만, 카드사 캐시백과 상품권으로 450만 원 상당의 혜택을 돌려받았다. 이 사실을 B씨도 알고 있다. A씨는 전체 구매액 1,500만 원을 청구해야 할지, 실질 지출액인 1,050만 원을 청구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가전제품 설치비까지 받을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변호사들 "실제 지출액 청구가 원칙" vs "전체 금액 청구 전략도 유효"
변호사들은 '실제 지출한 비용'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데 무게를 실었다.
법률사무소 파운더스의 강민정 변호사는 "실제 부담한 비용이 실손해로 책정되므로 그 기준으로 청구해야 한다"며 "캐시백 또는 포인트 혜택을 받은 것은 청구 금액에서 차감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법률사무소 조이의 윤관열 변호사 역시 "법적으로는 실제 부담한 비용인 1,050만 원이 청구액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윤 변호사는 "혜택 포함 전액을 청구하면 과다청구로 판단돼 법원에서 일부 기각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소송 전략상 전체 금액을 청구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법무법인 태강의 조은 변호사는 "소송에서는 전체 거래금액 기준으로 1,500만 원 전액을 청구한 뒤, 재판 과정에서 상대방이 혜택을 지적하며 감액을 주장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특히 그 혜택이 현금이 아닌 사용조건이 있는 상품권 등이었다면 실질 가치가 낮게 평가될 수 있으므로, 청구 단계에서는 1,500만 원 전액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창세의 김정묵 변호사와 법무법인 숭인의 임은지 변호사도 "실구매가인 1,500만 원을 기준으로 청구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의견을 냈다.
한편, 설치비에 대해서는 변호사들 대부분이 "혼수품의 정상적인 사용을 위한 필수 부대비용으로 간주되므로 청구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설치비 영수증 등 명확한 입증 자료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원 "결혼 단기간 파탄 시, 혼수품은 구매자 소유"
법적으로 파혼은 '혼인 예약'의 파기에 해당한다. 우리 민법(제806조)은 과실이 있는 상대방에게 파혼으로 인한 재산적·정신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혼수 비용은 '결혼을 전제로 한 증여'의 성격을 갖기 때문에, 결혼이 파탄 나면 원상회복이나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대법원 역시 사실혼 관계가 단기간에 해소된 경우 "혼인생활에 사용하기 위해 결혼 전후에 자신의 비용으로 구입한 가재도구 등은 여전히 구매자의 소유에 속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대법원 2003. 11. 14. 선고 2000므1257 판결).
따라서 A씨는 B씨를 상대로 혼수품 자체의 반환을 요구하거나, B씨가 반환을 거부할 경우 물품의 시가에 상당하는 금액을 청구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B씨가 A씨 명의의 신혼집과 혼수품을 무단으로 사용한 기간에 대해서는 '부당이득'으로 보고 임차료와 사용료 상당의 금액도 청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