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후유증, 합의 후에 나타났다면? 추가 보상을 이끌어낸 방법
교통사고 후유증, 합의 후에 나타났다면? 추가 보상을 이끌어낸 방법
합의 도장 찍었어도 끝 아니다
대법원이 인정한 '예측 불가능한 손해'의 반전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교통사고 이후 보험사와 서둘러 합의를 마쳤으나, 뒤늦게 나타난 극심한 통증으로 수천만 원의 치료비를 쓰게 된 피해자들에게 희망적인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이미 '향후 일체의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부제소 합의서에 서명했더라도, 합의 당시 도저히 예측할 수 없었던 중대한 후유증이 발생했다면 추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법률사무소 파운더스 이주헌 변호사는 "부제소 합의의 효력은 합의 당시 양 당사자가 인지하고 있었거나 예측 가능했던 손해에만 미친다는 것이 법원의 확립된 견해"라며 "따라서 합의서 작성 이후에 비로소 발견된 외상성 지배나 마비 증세처럼 일반적인 상식선에서 예상하기 힘든 결과가 발생했다면, 이는 합의의 범위를 벗어난 별개의 손해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우리 법원은 합의 당시 피해자가 포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당시에 예측 가능했던 손해'에 한정된다고 해석한다. 즉, 모든 손해를 확실히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조급하게 합의했다면, 이후 발생한 예상 밖의 중대한 손해까지 포기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는 취지다(대법원 1997. 8. 29. 선고 96다46903 판결 등).
700만 원 합의했는데 수술비만 6,000만 원? 법원이 뒤집은 '종결' 사고
실제 부산지방법원(2021가단336529)에서는 합의 후 발생한 후유장해에 대해 보험사의 추가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사고 3개월 뒤 700만 원을 받고 합의했던 피해자 A씨는 이후 극심한 두통과 요통으로 인공디스크 치환술을 받으며 치료비로만 약 6,100만 원을 지출했다. 최종적인 노동능력상실률은 27.96%에 달했다.
재판부는 A씨가 합의 당시 '특별한 후유증이 남지 않을 것'이라는 주치의의 통상적인 소견을 믿고 합의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합의금의 8배가 넘는 치료비가 발생한 것은 합의 당시 예견 범위를 완전히 벗어난 중대한 손해이므로, 합의의 효력이 후유장해 부분에는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후유장해 시 추가 보상" 수기 한 줄이 가른 3,000만 원의 향방
합의서에 적은 짧은 문구 하나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례도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2016가단5072583) 판결에 따르면, 피해자 B씨는 합의서에 "사고일로부터 3년 안에 상당인과관계 있는 후유장해 발생 시 추가 보상한다"는 내용을 수기로 직접 기재했다.
B씨는 합의 후 이명과 난청으로 인한 후유장해를 얻었고, 법원은 이 특약을 근거로 약 3,000만 원의 추가 배상을 인정했다. 합의 시점이 사고 후 3개월로 후유장해를 판단하기에 이른 시점이었던 점과 합의금이 300만 원에 불과했다는 점이 보상의 근거가 됐다.
섣부른 합의가 독 된다... 추가 보상 거절된 사례들의 공통점
반면, 추가 보상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사례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주지방법원(2021나10312)의 경우, 피해자가 이미 손해사정사의 조력을 받고 대학병원의 의료심사 결과까지 확인한 뒤 재차 합의를 진행했다면, 이후의 후유증은 이미 합의 과정에서 충분히 검토된 것으로 간주되어 추가 청구가 거절됐다.
합의 시점이 너무 늦은 경우도 불리하다.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2018가단95979)은 사고 발생 2년이 지난 시점에서 합의를 마쳤다면, 이미 증상 발현이 충분히 이루어진 상태이므로 이후의 통증은 합의 당시 예측하지 못했던 후유증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소를 각하했다.
보험사 꼼수 뚫는 '장해진단' 대응 전략, 핵심은 이것
추가 보상을 이끌어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장해진단서'를 통한 객관적 입증이다. 치료가 종결되고 장해가 고착된 시점에서 전문의로부터 노동능력상실률을 수치화한 장해진단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이는 합의 당시의 증상보다 현재의 손해가 현저히 초과함을 증명하는 핵심 무기가 된다.
이주헌 변호사는 "많은 피해자가 단순 진단서만으로 충분하다고 오해하지만, 법정에서는 사고와 장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의학적으로 증명된 맥브라이드 장해평가 등이 결정적 지표가 된다"며 "특히 의료 자문 과정에서 보험사 측 주장에 밀리지 않으려면 피해자에게 유리한 판정을 내려줄 수 있는 제3의 전문 의료기관을 통해 객관적 데이터를 확보하는 전략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기존 질환인 '기왕증'이 있는 경우 대법원(2009다100920)은 사고의 기여도를 따져 배상액을 산정하므로, 사고로 인해 상태가 얼마나 악화되었는지를 의료 기록으로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사고 직후 성급하게 합의하기보다 최소 6개월 이상의 충분한 치료 기간을 확보할 것을 권고한다. 만약 합의를 진행한다면 합의서에 후유장해 발생 시 추가 보상한다는 특약을 반드시 명시하고, 합의 이후에도 모든 치료 기록과 영수증을 철저히 보관해야만 뒤늦은 후유증의 습격으로부터 정당한 권리를 지킬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