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29년 숙원 사업 '통신요금 인가제' 폐지⋯n번방 방지법에 묶여 어부지리로 통과
이통사 29년 숙원 사업 '통신요금 인가제' 폐지⋯n번방 방지법에 묶여 어부지리로 통과
일명 'n번방 방지법',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통과
법안에는 'n번방'과 크게 상관없는 '요금 인가제 폐지' 등도 포함
29년 숙원 사업 통과에 이통사들 표정 관리⋯"통과될 법안에 일부러 끼워 넣었다" 비판도

2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78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가결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열린 20대 국회의 마지막 본회의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끈 건 일명 'n번방 방지법'이었다. 사업자들에게 성착취물 관련 책임을 지우는 '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중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찬성 170표 대 반대 2표로 압도적인 표차로 가결됐다. 'n번방'과 같은 사건을 다시는 허용하지 말자는 주장에 여야 모두가 찬성 몰표를 던졌다.
그런데 이 법안에는 성착취물 근절에 도움이 되는 내용만 담긴 것은 아니었다. 'n번방'과 무관한 내용도 한데 뭉쳐 한꺼번에 국회 본회의를 넘었다. 그중에는 이동통신 사업자(이통사)들이 지난 29년간 숙원 사업으로 목을 맸던 '이동통신 요금 인가제 폐지' 조항도 있었다.
국회는 지난 29년간 이 제도를 막아왔다. 정부의 인가 없이도 요금제를 적용할 수 있다면, 소비자들의 요금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인가제 폐지' 조항은 'n번방 방지법'이라는 옷을 입고 은근슬쩍 통과됐다. 대세를 형성한 'n번방' 이름 뒤에 숨은 덕택이었다.
인가제는 지난 1991년 도입됐다. 유무선 통신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현재 SK텔레콤)가 새로운 요금제를 적용할 때 정부에 인가를 받게 하는 내용이 골자다. 우선 정부의 인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이동통신 사업자(이통사)들은 마음대로 요금을 올릴 수 없었다.
이에 이통사들은 '신고'만 해도 요금제를 변경할 수 있는 '신고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했다. 지난 2003년과 2008년, 당시 정보통신부는 인가제 폐지를 발표하거나 관련 법안을 제출하는 등 폐지를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20대 국회에서도 '인가제 폐지'는 본회의 통과 가능성이 작았다. 여전히 통신요금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큰 힘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n번방 방지법'이라는 이름으로 언론에 오르내리면서 기회를 얻었다.
지난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으로 발의된 13개 법안을 하나로 뭉쳐 통합 개정안을 완성했다. 취지는 'n번방 방지법'을 서둘러 통과시키기 위해서였지만, 결과적으로 묶은 법안들을 한꺼번에 통과시키는 쪽으로 이어졌다.
그러다 보니 통합 개정안은 대부분 통신사업자, 통신서비스 등과 관련을 맺었다. '요금 인가제 폐지'(제28조)를 비롯해 △부가통신사업자의 서비스 안정 수단 확보 등 (제22조의7) △알뜰폰 사업자에 대한 도매제공의무제도의 유효기간 연장(부칙 제2조) 등이었다.
'n번방 관련 내용'보다 이동통신 산업계에 필요한 내용들이 대거 법안에 반영된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던 이유가 있다. 13개 법안을 뭉쳐 통합 개정안을 만들 때, 원재료 역할을 한 법안들이 대부분 '인가제 폐지'와 같은 이동통신 업계에 밀접한 내용이었다. 반면 'n번방 방지책'과 관련한 법안은 단 하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