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재해’ 탓했지만 준비 부족…삼척 바다수영 대회, 법적으론 환불 정당하다
‘자연재해’ 탓했지만 준비 부족…삼척 바다수영 대회, 법적으론 환불 정당하다
대체 장소 ‘마읍천’ 안전 심의조차 안 받아
법적으론 계약 위반, 주최 측 과실 책임 묻는다

강원 삼척시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바다수영 대회가 당일 취소된 가운데 주최 측의 미흡한 대처로 신청자들의 불만이 들끓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에서 삼척까지 새벽부터 교통비, 숙박비, 식비까지 쓰고 개인 시간까지 들여 참석했는데 허술한 대회 운영으로 귀한 주말을 날렸습니다."
지난 주말, 푸른 동해를 가르겠다는 부푼 꿈을 안고 강원 삼척을 찾았던 1,200여 명의 수영 동호인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주최 측의 안일한 준비 탓에 '제14회 삼척이사부장군배 전국바다수영대회'가 당일 전면 취소됐기 때문이다.
참가자들의 분노는 단순한 아쉬움을 넘어 법적 책임 문제로 번지고 있다. 주최 측인 삼척시 수영연맹은 '자연재해·불가항력' 규정을 내세워 참가비 환불조차 거부하고 있지만, 이는 주최 측의 명백한 '계약 위반'이자 '주의의무 위반'이며 참가비는 물론, 추가적인 손해배상 책임까지 질 수 있다.
약속했던 '대안'은 허상…준비 안 된 주최 측의 민낯
사건 당일 오전 8시 30분, 대회 장소인 맹방해수욕장은 높은 파도로 출전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해경의 취소 권고에 주최 측은 대회 요강에 명시된 대로 '플랜 B'를 가동했다. 참가자들에게 "걸어서 10분 거리인 마읍천에서 대회를 열겠다"고 구두로 알린 것이다.
하지만 참가자들이 마주한 현실은 황당했다. 주최 측은 참가자들을 대체 장소로 이동시킨 뒤에야 "안전 심의를 받지 못해 여기서도 대회를 열기 어렵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했다. 삼척시 수영연맹이 기상 악화에 대비한 대체 장소에 대한 안전 심의를 사전에 전혀 받지 않았던 사실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결국 대회는 완전히 취소됐고, 이마저도 제대로 공지되지 않아 참가자들은 하염없이 시간을 흘려보내야 했다.
참가비는 물론 교통·숙박비도 배상 대상
주최 측은 "자연재해로 인한 중지는 환불 불가"라는 규정을 방패로 삼고 있지만, 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참가자들이 참가비를 내고 신청을 완료한 순간, 주최 측과 참가자 사이에는 '대회 참가'라는 계약이 성립된다. 이 계약에는 '바다 수영이 불가능할 경우 강에서 진행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결국 주최 측은 안전 심의를 받지 않아 약속했던 대체 대회 개최 의무를 이행하지 못했으며, 이는 명백한 '계약상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 법적으로 볼 때, 이번 사태의 본질은 '불가항력적 자연재해'가 아니라 '주최 측의 중대한 과실'인 셈이다.
더 나아가, 참가자들은 민법상 불법행위(제750조)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하다. 주최 측은 대회를 안전하고 원활하게 진행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지만, 대체 장소에 대한 최소한의 행정 절차도 이행하지 않아 참가자들에게 시간적, 경제적 손해를 끼쳤다. 이에 따라 참가자들은 낸 참가비는 물론, 대회를 위해 지출한 교통비, 숙박비, 식비 등 실제 발생한 손해에 대한 배상까지 요구할 수 있다.
'환불 불가' 규정 자체도 법정에서 무효가 될 가능성이 크다.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은 사업자가 자신의 책임을 부당하게 줄이는 조항을 무효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주최 측의 과실로 대회가 무산됐음에도 환불을 거부하는 것은 이에 해당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동일 삼척시 수영연맹 회장이 "차선책을 강구하지 않은 것은 연맹의 불찰"이라고 인정한 만큼, '불가항력'이라는 항변은 법정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려워 보인다. 1,200명의 참가자들이 잃어버린 주말의 대가를 주최 측이 어떻게 책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