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사칭해 호텔 감금까지"...6억 골드바 현금화한 수거책, '단순 알바' 주장 통할까
"검사 사칭해 호텔 감금까지"...6억 골드바 현금화한 수거책, '단순 알바' 주장 통할까
피해자 호텔에 10일간 가둬놓고 골드바 갈취
제주도로 도주한 30대 체포

피해자를 호텔에 감금해 6억 원대 골드바를 뜯어낸 보이스피싱 수거책이 체포되었으나, 법조계는 '단순 가담' 주장에도 불구하고 중형을 예상하고 있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보이스피싱 범죄가 진화하고 있다. 현금을 인출해 전달하던 고전적인 수법을 넘어, 피해자에게 수 억 원어치의 '골드바'를 구매하게 한 뒤 이를 가로채는 신종 수법이 등장했다. 특히 피해자를 열흘간 호텔에 감금하는 대담함까지 보여 충격을 주고 있다.
인천 부평경찰서는 지난 3일, 보이스피싱 조직원 30대 남성 A씨를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특별법 위반 혐의로 긴급체포했다고 밝혔다. A씨는 피해자로부터 6억 원이 넘는 골드바를 건네받아 현금으로 바꾼 뒤 조직에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자산 보호해주겠다" 속여 호텔 감금... 6억 골드바 증발
사건의 전말은 한 통의 전화로 시작됐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피해자 B씨에게 검사와 금융감독원을 사칭해 접근했다. 그들은 "당신의 계좌가 범죄에 연루되었으니 결백을 증명하고 자산을 보호하려면 조치가 필요하다"고 B씨를 협박했다.
이들의 요구는 구체적이고 치밀했다. "현금보다 골드바가 자산 등록이 빠르다"며 B씨가 가지고 있던 자금으로 금을 사도록 유도했다. 심지어 "보호 감찰 처분이 내려졌다"는 거짓말로 B씨를 한 호텔에 열흘 동안 혼자 지내도록 강요하며 외부와의 연락을 철저히 차단했다.
심리적 지배 상태에 빠진 B씨는 결국 시가 6억 2천만 원 상당의 골드바를 구매해 조직이 보낸 '1차 수거책'에게 넘겨주었다. 이때 등장한 인물이 바로 A씨다. A씨는 조직의 지시를 받고 1차 수거책으로부터 금을 건네받아 이를 다시 현금화하는 '2차 수거책(자금 세탁)' 역할을 맡았다.
A씨는 범행 직후 제주도로 도주했으나, 경찰의 끈질긴 추적 끝에 지난 2일 덜미를 잡혔다. 체포 당시 골드바는 이미 현금으로 바뀌어 조직으로 넘어간 상태였다.
"시키는 대로 했을 뿐"... 법원 "비정상적 업무, 몰랐을 리 없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다른 조직원에게 골드바를 전달했을 뿐"이라며 범행의 전모를 몰랐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위 '고액 알바'인 줄 알았지 보이스피싱인 줄은 몰랐다는 전형적인 '단순 가담' 주장이다.
하지만 법조계는 A씨의 이러한 주장이 받아들여지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으로 ▲공동정범 성립 여부 ▲범죄수익 은닉 ▲미필적 고의 인정을 꼽았다.
우선, 수거책은 단순한 심부름꾼이 아닌 '공동정범'으로 처벌받는다. 법원은 보이스피싱 조직을 하나의 범죄단체로 규정하고 있으며, 말단 수거책이라 하더라도 조직의 범행에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했다면 공범으로서의 책임이 있다고 본다. 특히 A씨처럼 1차 수거책에게 물건을 받아 현금화하는 역할은 범죄의 완성을 돕는 핵심 행위다.
또한, 골드바를 현금으로 바꾸는 행위는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에 해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는 사기 범죄로 얻은 수익인 줄 알면서도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자금의 형태를 바꾸는 '자금 세탁' 행위이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미필적 고의'다. 법원은 ▲텔레그램 등 비정상적인 메신저로 업무 지시를 받은 점 ▲대면 면접이나 근로계약서가 없는 점 ▲하는 일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수당을 약속받은 점 등을 근거로 "자신의 행위가 범죄일 수 있음을 충분히 의심할 수 있었다"고 판단한다. 즉, "구체적인 내용은 몰랐다"는 변명이 법정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6억 넘는 피해액... 실형 피하기 어려울 듯
이번 사건의 피해 규모는 6억 2천만 원에 달한다. 보이스피싱 범죄 양형 기준에 따르면 피해 금액이 클수록 처벌 수위는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
법률 전문가는 "피해액이 5억 원 이상인 경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적용될 수 있는 중대 사안"이라며 "A씨가 골드바를 이미 처분해 피해 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라 구속 수사는 물론 향후 재판에서도 중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경찰은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한편, A씨에게 금을 건넨 1차 수거책과 상선 조직을 쫓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