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당해서, 성추행당했다고 말했는데⋯고소하겠다니" 한 공익 요원의 설움
"성추행당해서, 성추행당했다고 말했는데⋯고소하겠다니" 한 공익 요원의 설움
공익근무 중 치매 앓는 어르신에게 성추행당한 A씨
구청과 병무청 등에 피해 사실 알렸더니⋯"기관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고소 통보
변호사들의 예상은? "명예훼손 해당할 가능성 매우 작다"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하던 A씨는 성추행을 당했다고 알린 사실 때문에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할 위기에 처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셔터스톡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 중인 A씨. 얼마 전 살 떨리는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전화 상대는 이전에 복무했던 기관의 담당자. 그는 "너 때문에 우리 기관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고소하겠다는 의사를 알렸다. 하지만 A씨는 억울하기만 하다. 그곳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을 겪고, 여전히 고통받고 있는 건 A씨였기 때문이다.
사건은 치매를 앓고 있는 어르신 B씨가 A씨가 복무하던 기관에 방문하며 시작됐다. B씨는 A씨에게 다가오더니 갑자기 A씨의 엉덩이를 만졌다. 불쾌감을 느낀 A씨는 성추행을 당했다고 상부에 알렸다. 병무청에도 이 사실을 알렸다.
그로인해 근무지를 옮기게 됐고 그렇게 마무리된 일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그러던 중 고소 통보를 받은 것이다. 이전 복무지였던 기관의 담당자는 "만약 어르신 B씨가 A씨 몸을 만진 게 성추행으로 성립이 안 되면, 허위 사건으로 기관 명예에 손상을 입힌 것"이라 주장했다.
성추행이 아니라는 법적 판단이 내려지면, A씨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고소당할까 걱정되는 마음에 불면증까지 생긴 A씨. 그의 행동은 명예훼손의 여지가 있는 걸까.
변호사들은 A씨가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내다봤다.
법률사무소 황금률의 박성현 변호사는 "성추행 행위가 있었던 것이 명백하다면, (치매를 앓아) B씨가 심신미약으로 인해 강제추행으로 처벌받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기관에 대한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관 내에 그런 사건이 있었다는 것 자체만으로 기관의 명예가 훼손됐다고 보긴 어렵다는 취지다. '기관 자체'를 욕하거나 비방하는 정도의 사건에 이르러야 비로소 기관의 명예가 훼손되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공동법률사무소 인도의 안병찬 변호사와 법무법인 명재의 최한겨레 변호사도 "정당한 진정 등을 한 경우라면 명예훼손은 성립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리라법률사무소의 김현중 변호사 역시 "고소당하더라도 충분히 무혐의 처분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사안"이라고 했다.
또한, A씨의 이전 근무지가 공공기관 또는 정부기관이라고 한다면 더더욱 명예훼손으로 보기 어렵다. 대법원은 정부기관 등에 대하여 명예훼손의 피해자로 잘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상사의 행동은 '협박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한다. 박성현 변호사는 "(기관의) 담당자가 질문자를 고소하겠다고 통보한 행위는 협박죄에 해당한다"고 봤다.
협박죄는 해악(害惡·해로움을 끼치는 나쁜 일)을 전달해 타인에게 공포심을 느끼게 하면 성립한다. 실제로는 담당자가 고소할 의사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A씨가 그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인식한 정도라면 협박죄가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