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4명 목숨 앗아간 경산 아파트 방화⋯홧김? "보복 목적 살인 가능성도"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이웃 4명 목숨 앗아간 경산 아파트 방화⋯홧김? "보복 목적 살인 가능성도"

2026. 08. 14 09:13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경산 아파트 방화 사건, 고소당한 다음 날 참사

'보복범죄' 입증이 관건

지난 달 23일 오전 8시 29분께 경북 경산시 사동 한 아파트 관리실 안에서 당국이 화재 현장을 살펴보는 모습. /연합뉴스

관리비 갈등으로 이웃 4명을 불태워 죽인 70대 남성 사건의 이면에는 꺼진 CCTV 13대와 고소장이 있었다.


지난달 23일 아침 8시 반, 경북 경산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70대 입주민 A씨가 시너를 뿌리고 불을 붙였다. 이 불로 현장에 있던 8명이 심한 화상을 입었고, 치료를 받던 4명이 끝내 목숨을 잃었다.


14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 출연한 로엘 법무법인 임태혁 변호사에 따르면, 이 참사의 배경에는 무려 6년 가까이 이어진 아파트 관리비와 공사비 갈등이 자리 잡고 있었다.


사건 전날 고소당한 A씨, 그리고 꺼진 CCTV 13대


갈등은 사건 발생 하루 전날 극에 달했다. 입주민 A씨와 아파트 관리소장 측은 심한 언쟁을 벌인 끝에 경찰까지 출동했고, 관리소장은 A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A씨는 확성기를 들고 단지를 돌며 항의했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그날 오후에 벌어졌다. 임태혁 변호사는 "공교로운 건 같은 날 오후, 정상 작동하던 아파트 CCTV 14대 중 13대의 화면이 꺼졌다는 진술까지 나왔다는 겁니다"라고 밝혔다.


다음 날 아침, A씨는 관리규약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모여 있던 관리소장과 입주민들을 향해 불을 질렀다. CCTV 전선이 뽑혀 있던 것을 두고 고성이 오가던 중 벌어진 일이었다.


'현주건조물방화치사상' 적용⋯보복범죄 여부가 핵심 쟁점


현재 A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현주건조물방화치사상'이다. 이 죄는 그 자체로 최소 3년 이상의 징역, 사망자가 발생하면 최고 사형이나 무기징역, 최소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지는 중범죄다.


임 변호사는 "사람이 있는 공간에 불을 지르면 누군가 크게 다치거나 숨질 수 있다는 건 누구나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그 결과까지 무겁게 책임을 지우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피해자들이 사건 직후가 아닌 치료 중 화상 합병증으로 사망했더라도 책임을 묻는 데는 지장이 없다.


향후 수사와 재판의 최대 쟁점은 보복 목적의 입증이다. 전날 자신을 고소한 것에 대한 앙갚음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 증명되면, 단순 방화치사가 아닌 '보복 목적 살인'까지 검토될 수 있다.


이 경우 형의 하한선이 징역 10년 이상으로 크게 뛴다.


임 변호사는 "재판에서는 이 구분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계획적 범행은 형을 크게 끌어올리는 가중 사유고, 우발성은 참작 사유가 될 수 있거든요"라고 분석했다.


A씨가 언쟁 중 지하 창고에 있던 시너를 가져왔다는 점은 우발적 범행 정황이지만, 전날 CCTV 13대가 꺼진 점과 범행 후 집에서 흉기를 들고나온 점은 계획범죄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임 변호사는 "이 CCTV 경위가 이번 수사의 중요한 갈림길"이라고 강조했다.


수억 원대 치료비 앞 막막한 피해자들⋯가해자 재산 없으면 '막막'


더 큰 비극은 살아남은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짊어져야 할 현실적인 고통이다. 심각한 화상으로 인해 생존자 한 사람당 수억 원의 치료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피해 배상 전망에 대해 임 변호사는 "현행 제도로는 충분치 않습니다"라고 지적했다.


가해자를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형사재판에서 배상명령을 신청할 수 있지만, "가해자에게 재산이 없으면 판결을 받아도 실제 배상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가나 지자체의 지원 제도 역시 대형 화상 치료비를 감당하기엔 한도가 턱없이 부족하다.


단순한 이웃 갈등을 넘어 4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 참사는, 가해자에 대한 엄벌과 함께 피해자 구제라는 무거운 숙제를 우리 사회에 던지고 있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