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 레인 잠수 횡단하다 남의 손가락 꺾고…"내 코뼈 부러졌으니 3천만원 내놔라"
수영장 레인 잠수 횡단하다 남의 손가락 꺾고…"내 코뼈 부러졌으니 3천만원 내놔라"
레인 넘어가 남의 손가락 부러뜨린 수영객
"관행이니까 피했어야 한다" 주장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수영장에서는 이용객들의 충돌 사고를 막기 위해 레인을 가로질러 건너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잠수로 레인을 횡단하다가 정상적으로 수영하던 사람과 정면으로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자신의 명백한 규칙 위반으로 사고를 냈음에도, 가해자는 오히려 "수영할 때 앞을 제대로 안 본 과실이 있다"며 피해자를 상대로 3,000만 원을 물어내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이 주장에 어떤 판결을 내렸을까.
"수영하다 앞을 안 봤으니 3천만 원 배상해라"
사건은 2023년 3월 8일 오전 11시경, 경남의 한 시민생활체육관 수영장에서 벌어졌다.
수영강습이 끝난 후 휴식시간, 원고 A씨는 수영장 밖으로 나가기 위해 7번 레인과 6번 레인 사이의 코스 로프 밑을 잠수하여 횡단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6번 레인에서는 피고 B씨가 자신의 레인을 지키며 수영을 하고 있었다. 잠수해서 6번 레인으로 불쑥 넘어온 A씨 코와 수영 중이던 B씨의 오른손 검지손가락이 강하게 부딪히고 말았다.
이 충돌로 A씨는 코뼈가 부러져 전치 3주의 상해를 입었고, B씨 역시 손가락이 꺾이는 부상을 입어 병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해당 수영장의 이용 및 안전수칙에는 분명히 '레인을 횡단하거나, 코스 로프를 누르고 기대는 행위를 금합니다'라고 명시되어 있었다.
하지만 A씨는 B씨를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형사 고소했다. 결과는 A씨의 완패였다. 검찰은 규칙을 어긴 A씨에게 기소유예를, 정상적으로 수영한 B씨에게는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을 내렸다.
A씨는 민사소송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B씨가 전방 및 좌우 주시 의무를 게을리해 사고가 났다며 치료비와 위자료 등 3,000만 100원을 청구한 것이다.
황당함을 느낀 B씨 역시 A씨를 상대로 자신의 치료비를 배상하라는 맞소송(반소)을 제기했다.
항소심 재판부의 일침 "불법행위를 용인하라는 것인가"
1심 재판부(창원지방법원 홍예연 판사)는 A씨의 청구를 단칼에 기각했다.
수영장 안전수칙상 레인 횡단이 금지되어 있는데, 자기 레인에서 수영하는 사람이 다른 레인에서 불쑥 횡단해 들어오는 사람까지 예상하며 수영할 의무는 없다고 본 것이다.
오히려 원고 A씨에게 안전수칙을 위반한 100% 과실이 있다며, B씨가 지출한 치료비 44만 9,300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A씨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항소심에서 A씨가 내세운 주장은 "휴식 시간에는 레인을 횡단하는 관행이 있으므로, B씨도 이를 예상하고 피했어야 했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B씨는 이 사고로 다치지도 않았다"며 억지를 부렸다.
2심 재판부(창원지방법원 제1민사부, 재판장 이영훈)는 판결문을 통해 A씨의 주장을 반박하며 묵직한 일침을 가했다. 재판부가 판결문에 남긴 문구는 단호했다.
> "안전수칙을 위반하는 관행은 전체 법질서의 관점에서 정당성과 합리성이 없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재판부는 수영장 안전수칙이 이용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것임을 강조하며, 룰을 지킨 사람에게 억지 책임을 물으려는 A씨의 태도를 강하게 질타했다.
> "피고가 안전수칙을 준수한 이상, 안전수칙을 준수하지 않은 원고의 행위에 대한 책임까지 부담하게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을 뿐 아니라 '불법행위를 용인하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되어 부당하다."
또한, B씨가 다치지 않았다는 A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원고의 부상(코뼈 골절) 정도와 비교하면 피고의 손에도 상당한 충격이 있었음을 경험칙상 인정할 수 있다"며 배척했다.
결국 법원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규칙을 위반하고 책임을 떠넘기려던 A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