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속에서 쓴 '창녕 9살 아이'의 일기는 부모를 단죄할 '핵심 증거'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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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 속에서 쓴 '창녕 9살 아이'의 일기는 부모를 단죄할 '핵심 증거'가 될 수 있을까

2020. 06. 15 17:02 작성
박선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w.park@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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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수수색에서 피해 아동이 작성한 일기장 발견⋯주 2~3번 쓴 것으로 알려져

일기장, 의붓아버지 '아동학대' 혐의 밝힐 증거될까

변호사 "주관적인 내용이 들어가 증거가치는 떨어질 수 있지만⋯"

창녕 아동학대 의붓아버지(모자를 착용한 남성)가 15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창원지방법원 밀양지원에 출석했다. 법원은 이날 오후 3시 30분쯤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의붓아버지를 구속했다. /연합뉴스

"아직도 (딸을) 많이 사랑한다."


9세 의붓딸의 몸을 쇠사슬로 묶고, 프라이팬으로 지지는 등 잔인한 학대를 일삼은 의붓아버지. 그가 15일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간 법원에서 세상을 향해 뱉은 말이다.


피해 아동인 A양은 의붓아버지의 고문 같은 학대를 피해 목숨을 걸고 4층 높이의 건물을 탈출했지만, 그는 오히려 '딸에 대한 사랑'으로 자신을 방어하기에 급급한 모습이었다. 혐의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의붓아버지의 학대 혐의를 밝히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는 물건 하나가 발견됐다. 의붓딸 A양의 '일기장'이다. 지난 13일, 경남지방경찰청과 창녕경찰서는 의붓아버지의 집을 추가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그간 A양이 쓴 '일기장' 여러 권을 확보한 것이다.


실제로 경찰은 일기장에 학대 정황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한다. 고통받는 상황에서도 자신의 감정을 꾹꾹 써 내려갔을 9살 A양의 일기. 이번 사건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변호사들과 함께 검토해봤다.


의붓아버지가 증거로 동의 안 해도⋯"내가 썼다" 아동이 인정하면 증거로 인정

사안을 검토한 변호사들은 A양의 일기장이 이번 사건의 유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법무법인 기회의 김완수 변호사는 "해당 사건의 일기는 피해자(참고인⋅이번 경우 피해 아동)의 자필 진술서로 분류되는데, 진술서의 경우 피고인(의붓아버지)이 동의하면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단, 아동의 진술 등과 함께 고려해봤을 때 그 내용에 일관성 등이 있다고 인정받아야 가능하다.


'변호사 박동균 법률사무소'의 박동균 변호사는 "일기는 피해자 개인의 주관적인 내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신빙성이나 증거 가치가 떨어질 수는 있다"면서도 "피해 아동이 작성한 일기 내용과 진술 등을 종합할 때 일관적이고 신빙성을 의심할 사유가 없다면 아동학대 혐의를 밝히는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장헌법률사무소의 김동우 변호사도 "9살 피해 아동이 스스로 작성한 일기장에 부모가 자신을 학대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기재돼 있고, 공판기일에 출석하여 자신이 작성한 일기장이 맞다는 취지로 진술한다면 증거능력이 있다"며 "사건 담당 판사는 이러한 일기장 기재 내용을 증거로 공소사실의 유무죄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법률 자문
'법무법인 기회'의 김완수 변호사, '변호사 박동균 법률사무소'의 박동균 변호사, '장헌법률사무소'의 김동우 변호사. /로톡 DB
'법무법인 기회'의 김완수 변호사, '변호사 박동균 법률사무소'의 박동균 변호사, '장헌법률사무소'의 김동우 변호사. /로톡 DB


"나이가 어리다"며 증거 부정해도⋯꾸준히 일기 썼다는 점이 증거능력 부여할 수도

그렇다면 의붓아버지나 친모가 향후 재판에서 아이의 나이나 지적 능력 등을 근거로 일기의 신빙성을 부정한다면 어떨까?


박동균 변호사는 오히려 A양이 일기를 썼다는 사실이 지적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근거가 된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A양이) 일기를 작성했다는 점에 비추어보면 적어도 일기를 작성할 당시 A양의 지적 수준이나 인지능력, 판단력 등을 의심할 사정은 별로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아동은 판단력이 성인보다 떨어진다고 볼 수는 있다"면서도 "피해 아동이 9살이고 초등학교에 다니며 일기를 쓸 정도의 능력이 있으므로 그 일기장을 허위로 썼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해 아동이 작성한 일기장이 증거로 전혀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은 적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동우 변호사 또한 "피해자가 진술 당시 평균 수준의 지능, 어휘력 및 지각 능력을 가지고 있어 자신의 경험에 대해 적절히 보고하는 능력이 있다고 확인되면 증언능력이 인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


실제 법원에서도 연령이 낮은 피해자들의 증언 능력을 연령만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지난 2004년, 사건 당시 만 4년 6개월, 만 3년 7개월 남짓이었던 피해자들의 증언 능력과 그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한 대법원 판례가 있다.


당시 대법원은 "증인의 증언 능력은 증인 자신이 과거에 경험한 사실을 그 기억에 따라 공술(供述·진술)할 수 있는 정신적인 능력"이라면서 "유아의 증언능력에 관해서도 그 유무는 단지 연령만에 의할 것이 아니라 그의 지적수준에 따라 개별적이고 구체적으로 결정돼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김완수 변호사는 "9세 아동이라도 증거로서 인정여부, 신빙성 부분에서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며 "대법원 판례에 비추어 보더라도 9세 아이의 일기장은 충분한 증거력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법원은 이날 오후 3시 30분쯤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계부를 구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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