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만 유튜버 '유준호'의 쓸쓸한 퇴장…더빙 콘텐츠, 진짜 주인은 누구일까
112만 유튜버 '유준호'의 쓸쓸한 퇴장…더빙 콘텐츠, 진짜 주인은 누구일까
원저작물 영상 쓴 더빙은 '2차적저작물'
원작자 허락 필수

112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준호의 유튜브 채널이 저작권 경고 누적으로 영구 삭제된다. /'유준호' 유튜브 캡처
112만 구독자를 보유한 1세대 더빙 크리에이터 유준호의 유튜브 채널이 오늘(20일) 자로 영구 삭제된다. 2013년 9월 첫 영상을 올린 지 약 13년 만이다.
채널 폭파 원인은 일본 소니 뮤직 엔터테인먼트 재팬(Sony Music Entertainment Japan)의 저작권 행사다.
소니 측이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 더빙 영상들에 대해 권리를 주장하며 저작권 경고 3회가 누적되었고, 결국 채널 종료 수순을 밟게 된 것이다.
유준호는 커뮤니티 공지를 통해 "일주일간 선처를 요청하는 메일 등 연락을 취해보았으나 해결 방안을 찾지 못했다"며 "저작권자가 본인의 권리를 행사하는 건 당연한 일이고 2차 창작자인 저는 그 결정을 수용해야 한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한 유명 크리에이터의 몰락을 넘어, 유튜브 생태계에 만연한 '2차 창작물'의 법적 취약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더빙 콘텐츠, 진짜 주인은 누구일까?
대중들은 기존 영상에 전혀 다른 대사와 목소리를 입힌 더빙 콘텐츠를 새로운 창작물로 여긴다. 법적으로도 더빙 콘텐츠는 저작권법 제5조 제1항이 규정하는 '2차적저작물'에 해당할 수 있다.
더빙 콘텐츠의 저작권은 이중 구조를 띤다. 화면에 쓰인 원저작물(영상·음악)에 대한 권리는 소니 등 원저작권자에게 있고, 새롭게 덧입혀진 목소리 연기나 편집에 대한 저작권은 크리에이터(유준호)에게 귀속된다.
문제는 한국 법원이 인정하는 '변형적 저작물'의 한계다. 법원은 2차적저작물로 인정받으려면 원저작물과 실질적 유사성을 유지하되 새로운 창작성이 부가되어야 한다고 본다.
유준호의 더빙 영상은 목소리와 대사를 바꿨지만(새로운 창작성 부가), 애니메이션 원본 영상을 그대로 사용했으므로(실질적 유사성 유지) 2차적저작물에 해당한다.
우리 저작권법에 따르면 원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이러한 2차적저작물을 작성·이용하는 것은 원저작권자의 복제권 등을 명백히 침해하는 행위다. 즉, 소니의 이번 권리 행사는 법적으로 정당하다.
13년 채널 통째로 삭제…과잉 제재 아닐까
일부 영상의 저작권 위반을 이유로, 유준호가 13년간 쌓아온 수천 개의 다른 영상까지 모두 삭제하는 것은 가혹하지 않을까.
법적인 관점에서 보면, 저작권법상 침해정지청구는 '침해행위에 해당하는 저작물'에 한정되는 것이 원칙이다. 침해와 무관한 콘텐츠까지 삭제하도록 법이 강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채널 전체가 날아간 것은 저작권법의 명령이 아닌 유튜브 플랫폼의 자체적인 '3진 아웃(채널 스트라이크)' 정책 때문이다.
유튜브는 권리자의 요청이 있으면 불법 전송을 차단할 의무를 지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다. 저작권 침해 신고가 누적되면 시스템 기계적으로 채널을 삭제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유준호 역시 "저작권 경고 3회가 채워지면서 채널이 삭제 수순을 밟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법적 과잉을 따지기 전에 플랫폼의 엄격한 자체 약관에 덜미를 잡힌 셈이다.
더빙 vs 패러디 vs 독립저작물…한 끗 차이로 갈리는 합법과 불법
그렇다면 유튜브에서 활발히 소비되는 2차 창작물들은 어떻게 법적 경계를 나누어야 할까.
먼저 유준호의 더빙처럼 원본 영상을 그대로 쓰면서 소리만 바꾸는 것은 2차적저작물로 분류된다. 실질적 유사성이 매우 높아 원저작권자의 허락이 필수적이다.
반면 패러디는 원저작물을 비평하거나 풍자하기 위해 변형한 것을 말한다. 한국에는 명시적인 패러디 면책 규정은 없으나, 저작권법상 '공정이용(제35조의5)' 조항을 통해 구제받을 여지가 있다.
법원은 독자적인 아이디어로 풍자적 요소를 강하게 부가하고 원저작물의 시장을 대체하지 않는 선에서 이를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다만 그 기준이 매우 엄격하다.
마지막으로 독립저작물은 원작에서 모티브만 얻었을 뿐, 실질적 유사성이 아예 없는 완전히 새로운 창작물을 뜻한다. 이 경우에는 원작자의 허락이 필요 없다.
유준호는 채널과 함께 사라지는 구독자들의 댓글이 가장 아깝다며 "더빙으로서의 유준호는 여기서 마침표를 찍고 다른 모습으로 찾아뵙겠다"고 작별 인사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