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내고 다짜고짜 욕한 운전자가 무서워서 "가세요" 했는데⋯이때는 뺑소니일까, 아닐까
사고 내고 다짜고짜 욕한 운전자가 무서워서 "가세요" 했는데⋯이때는 뺑소니일까, 아닐까
사고 현장에서 "그냥 가세요" 하며 보내줬으니 '뺑소니' 처벌은 어렵다는 경찰
경황없이 운전자를 그냥 보내줬다면, 영영 처벌은 어려운걸까
변호사들 "법적으로 뺑소니 맞는다⋯우선 상해진단서를 떼라"

밤길을 걷다 차와 사고가 난 A씨. 운전자를 뺑소니로 신고했지만, 경찰은 A씨의 "그냥 가세요"라는 말 한마디 때문에 이를 입증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한 대응책은 없는 걸까. /셔터스톡
"퍽!"
시장 안 골목을 걷다가 뒤에서 오던 차량과 팔을 부딪친 A씨. 놀란 마음을 추스르기도 전에 A씨를 더 당황스럽게 했던 건 '욕'이었다. 창문을 내린 운전자가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A씨에게 욕을 뱉은 것이었다. 늦은 시간 혼자 걷고 있던 A씨는 무서운 마음에 "죄송합니다. 가세요"하고 말았다. 피해자인 A씨가 도리어 가해자에게 사과한 것이다.
하지만 A씨는 나중에야 그 사고로 인해 팔 근육이 파열된 사실을 알게 됐다. 억울한 마음에 A씨는 경찰에 '뺑소니' 신고를 했다.
그러나 운전자를 조사한 경찰관은 A씨에게 "뺑소니 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말한다. 사고 현장에서 A씨가 운전자에게 가라고 말했기 때문에, 혐의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경찰관은 "법적으로 보면 뺑소니가 맞지만, 실무적으로 (뺑소니로 처리되는 게) 어렵다"고 했다.
정말 운전자를 처벌할 수 없는 걸까? A씨는 억울하기만 하다.
변호사들은 A씨의 사고는 법적으로 '뺑소니'에 해당한다고 했다.
도로교통법 제54조에 따르면 교통사고로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차량 등 물건을 손괴한 경우 즉시 정차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어길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도주차량 운전자를 가중 처벌한다. 사고를 당한 피해자를 돕지 않고 떠나버리는 '뺑소니' 행위가 여기 해당한다.
공동법률사무소 인도의 안병찬 변호사는 "운전자가 A씨의 구호 조치를 하거나 자신의 신원을 말하지 않았다면 뺑소니로 고소할 수 있던 사안"이라고 전했다.
강앤드강 법률사무소의 강인혁 변호사도 "구호조치 및 인적사항 제공과 같은 조치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뺑소니 죄가 인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종렬 법률사무소의 윤종렬 변호사에 따르면, 우리 법원은 ①사고 경위 ②사고 당시 피해자 구호 필요성 ③피해자 나이 ④상해 부위와 정도 ⑤사고 후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안을 판단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가세요"라는 말만으로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에게 면죄부를 주진 않는다는 취지다. 하지만 경찰은 A씨의 "그냥 가세요"라는 말 한마디 때문에 이를 입증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한 대응책은 없는 걸까.
강인혁 변호사는 "상식적으로 사고를 겪은 피해자가 도리어 운전자에게 '죄송합니다. 가세요'라고 말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그만큼 처한 상황이 무서웠기 때문임을 피력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반드시 병원에서 진단서를 떼고, 사고를 목격한 증인이 있는지 확인해보라고 조언했다. 상해 사실이 인정되는 경우 처벌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법률사무소 정(正)의 정지웅 변호사도 "피해자가 상해를 입은 사실이 인정되면 운전자는 뺑소니 죄로 처벌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병원에서 상해진단서를 발급받고, 수사기관에 사고 경위를 구체적으로 기술해 전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로탑 종합법률사무소의 김장천 변호사 역시 "상대방이 사고를 내고도 A씨에게 욕을 하며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경찰에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