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일한 기록 남기지 마" 김범석의 입단속, 법원은 '증거인멸 교사'로 본다
"열심히 일한 기록 남기지 마" 김범석의 입단속, 법원은 '증거인멸 교사'로 본다
김범석 의장, 산재 은폐 및 조사 방해 의혹 제기돼
변호사 "불리한 자료 축소 지시했다면 명백한 위법"

쿠팡의 산재 은폐 사례 발표 기자회견 모습. /연합뉴스
"열심히 일했다는 기록을 남기지 말라."
국내 유통 공룡 쿠팡의 김범석 의장이 직원들에게 이 같은 지시를 내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노동계는 이 발언의 배경에 조직적인 '산업재해 은폐' 의도가 숨겨져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19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는 법무법인 여는의 조혜진 변호사가 출연해 김 의장을 둘러싼 산재 은폐 의혹과 법적 쟁점을 상세히 짚었다.
"불리한 자료 없애라"… 방어권 넘어선 '범죄 교사' 의혹
조 변호사는 김 의장의 해당 지시에 대해 "법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며 의혹의 포문을 열었다. 그는 "보도된 자료에 따르면 자신들에게 불리한 자료는 축소하고, 유족에게 유리할 수 있는 자료는 은폐하려 한 정황이 있다"면서 "이는 산업안전보건법상 금지된 산재 은폐 행위이자, 노동부 장관의 조사를 방해하는 행위로 볼 소지가 다분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조 변호사는 김 의장의 행위가 단순한 방어권 행사를 넘어선 '범죄 교사'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본인의 죄를 감추기 위해 침묵하는 것을 넘어, 타인에게 증거를 없애거나 은폐하도록 시키는 것은 증거인멸 교사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방송에서는 쿠팡 측이 고 장덕준 씨 유족에게 CCTV 영상이 없다고 거짓말하며 제출을 거부했다는 의혹도 다뤄졌다. 이에 대해 조 변호사는 "CCTV 미제출이 고의적이었다면 문제 소지가 크다"면서도 "이것이 구체적인 증거인멸이나 산재 은폐 행위로 처벌 가능한지는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중대재해법 시행 직전 사퇴… "책임 회피용 꼼수" 지적
김 의장이 고 장덕준 씨 사망 직후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시점에 대한 의혹도 제기됐다. 사퇴 시점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시기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조 변호사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인한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쿠팡은 그동안 법의 테두리 안에서 책임을 회피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어 왔다"며 이번 사퇴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는 시각을 내비쳤다.
일명 '산재 대응 문건'의 존재도 논란이다. 조 변호사는 "문건 내용만 보면 단순 업무 매뉴얼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목적은 결국 산재를 은폐하고 외부 유출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김 의장의 태도와 직원들의 행동을 종합해 볼 때, 이는 산재 은폐를 위한 조직적 프로세스로 평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美 체류 김 의장, 처벌 가능성은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인 김 의장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조 변호사는 "고 장덕준 씨 사망 당시 김 의장은 한국 법인 대표로서 책임 있는 지위에 있었다"며 "확인된 사실을 바탕으로 고발 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오너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점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