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광고 독점한다" 그 말 한마디에…118억 계약 맺은 드라마 제작사의 '피눈물'
"손흥민 광고 독점한다" 그 말 한마디에…118억 계약 맺은 드라마 제작사의 '피눈물'
거짓말 논란 휩싸인 손흥민 전 에이전트
특경법상 사기 혐의로 피소
법조계 "기망행위 입증이 관건"

손흥민 /연합뉴스
한국 축구의 아이콘 손흥민(로스앤젤레스 FC)을 둘러싼 거액의 사기 고소 사건이 터졌다. 손흥민의 전 에이전트사 대표가 드라마 제작사로부터 100억 원대 계약과 관련해 사기 혐의로 피소된 것이다.
핵심은 손흥민의 광고 체결 독점권이 실제로 존재했는지, 그리고 그 권한을 미끼로 투자를 유도했는지 여부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뒤에 감춰진 에이전트 계약의 이면과 11억 원을 둘러싼 치열한 법적 공방을 들여다본다.
"광고 독점권 있다" 118억 계약의 시작과 끝
사건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드라마 제작사 대표 A씨는 당시 손흥민의 소속사였던 아이씨엠스텔라코리아(구 스포츠유나이티드)의 대표 장 모 씨를 만났다. A씨의 주장에 따르면, 장 씨는 "손흥민의 광고 체결 권한 등을 독점적으로 보유하고 있다"며 투자를 권유했다.
손흥민이라는 확실한 흥행 보증수표를 믿은 A씨는 2019년 6월, 장 씨와 스포츠유나이티드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무려 118억 원에 달했다.
A씨는 계약에 따라 1차 인수 대금으로 57억 원을 장 씨 측에 지급했다. 그러나 양측의 동행은 오래가지 못했다. 계약 체결 불과 5개월 뒤인 2019년 11월, 손흥민 측이 장 씨에게 결별을 통보했기 때문이다. 당시 손흥민 측은 결별 사유로 '신뢰 관계 훼손'을 들었다.
손흥민과 장 씨의 관계가 끊어지자, 손흥민의 독점적 권한을 보고 주식을 매수한 A씨 입장에서는 계약을 유지할 명분이 사라졌다. 결국 주식 매매 계약은 해지됐고, A씨는 이미 지급한 돈을 돌려받아야 했다. 하지만 A씨는 경찰 고소장에서 "지급한 57억 원 중 11억 원을 아직 돌려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장 씨가 애초에 독점권이 없거나 신뢰 관계가 깨진 상태였음에도 이를 속이고 계약을 맺었다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터진 신뢰' 숨기고 계약했나? 사기죄 성립의 열쇠
이번 사건의 법적 쟁점은 단순한 채무 불이행이냐, 아니면 계획된 사기냐로 좁혀진다. 형법상 사기죄(제347조)가 성립하려면 상대를 속이는 '기망행위'와 그로 인해 재물을 얻으려는 '편취의 고의'가 입증되어야 한다.
법조계에서는 계약 시점인 2019년 6월의 상황을 주목한다. 만약 장 씨가 당시 이미 손흥민과의 신뢰 관계가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훼손되었거나, 실제로 광고 독점 체결권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A씨에게 "권한을 독점 보유 중"이라고 거짓말했다면 이는 명백한 기망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대법원은 연예인 전속계약과 관련해 "계약 당사자 상호 간의 신뢰 관계가 깨어지면 연예인은 전속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9. 9. 10. 선고 2017다258237 판결). 즉, 신뢰 훼손은 계약 해지의 정당한 사유가 되므로, 장 씨가 이를 인지하고도 숨겼는지가 유무죄를 가르는 핵심이다.
피해액 5억 이상…무거운 처벌 기다리는 '특경법'
이번 사건은 일반 사기가 아닌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이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특경법은 사기로 인한 이득액이 5억 원 이상일 경우 가중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A씨가 돌려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금액은 11억 원이다. 특경법 제3조 제1항에 따르면 이득액이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일 때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할 수 있다. 실무적으로 전체 계약금인 118억 원이 아닌, 실제 편취하고 반환하지 않은 11억 원이 이득액으로 산정될 가능성이 높다.
유사 판례를 보면 법원은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차량 소유권을 넘겨줄 의사 없이 대출금을 받아 챙긴 사건(광주지방법원 2021. 6. 17. 선고 2021고단293 판결)이나, 허위 정보를 제공해 계약을 유도한 사건 등에서 법원은 기망행위와 재산상 이익 사이의 인과관계를 폭넓게 인정해왔다.
향후 전망 '진실의 시간' 2019년 6월엔 무슨 일이
결국 수사의 칼끝은 장 씨가 보유했다고 주장한 '광고 체결 권한'의 실체를 향할 것으로 보인다. 장 씨 측이 2019년 6월 당시 손흥민과 정상적인 위임 관계였음을 입증하는 계약서나 위임장, 그리고 당시 주고받은 이메일이나 문자 메시지 등이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 될 전망이다.
반면 A씨 측은 장 씨가 '빈 껍데기' 권한을 비싼 값에 팔아넘기려 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경찰은 조만간 양측을 소환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할 예정이다. 11억 원이라는 거액과 축구 스타의 이름값이 얽힌 이번 사건이 단순한 투자 실패로 결론 날지, 아니면 치밀한 사기극으로 밝혀질지 법조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