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국회가 '은혜' 베푼 것처럼 포장하나⋯애초에 안내견은 '허가'의 대상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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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국회가 '은혜' 베푼 것처럼 포장하나⋯애초에 안내견은 '허가'의 대상이 아닌데

2020. 04. 21 21:40 작성2020. 05. 11 16:03 수정
박선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w.park@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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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지 당선인의 안내견 '조이'의 국회 출입 논란으로 시작된 '인식 문제'

안내견 출입, 법이 보장하는 당연한 권리인데⋯'논란'인 것처럼 보도한 언론

안내견의 국회 출입을 '허가한다'는 표현도 틀린 표현

'원래 금지했던 것을 풀어줄 때' 사용하는 단어인 허가. 많은 언론에서 "조이의 국회 출입을 '허가' 한다"고 쓴 것은 우리가 장애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고스란히 보여주는 단어다. /연합뉴스

"국회는 이르면 이번주 내 미래한국당 김예지 당선자의 안내견 조이(4·래브라도 리트리버)의 본회의장 등 출입을 허가(許可)할 것으로 19일 알려졌다."


제40회 장애인의 날을 앞둔 지난 주말, 언론은 '허가'라는 단어로 온통 도배됐다. 시각장애인 안내견의 국회 출입이 처음으로 허가됐다는 소식이었다.


해당 안내견은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미래한국당 김예지(39) 당선인의 안내견 '조이'. 보수적인 국회가 드디어 장애인 인권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는 들뜬 목소리가 조이에게로 향했다.


안내견 '국회 출입'⋯논란거리 아닌데 언론이 논란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모두가 이 소식을 달갑게 보지만은 않았다. 안내견 출입은 법에서 규정한 시각장애인의 권리인데, 이 사안이 논란이 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비판이 이어진 것이다.


특히 논란인 것처럼 보도한 언론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국회가 시각장애인에게 '은혜'를 베풀었다는 식으로 서술한 언론도 있었다. 법무법인 덕수의 김원영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논란의 대상이 아닌데 논란의 대상으로 삼은 언론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로톡뉴스와 조이의 국회 출입 문제로 통화를 했던 김예지 당선인도 짚었던 부분이다. 김 당선인은 "이미 국회에서 조이가 본회장 등에 출입하는 것은 논의가 끝났다"며 애초 문제 되지 않는 사안이라고 전했다.


'허가'는 금지하던 것을 허용한다는 의미⋯조이의 출입은 '금지'의 대상 아니다

언론의 잘못된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준 단어가 있다. '허가했다'는 표현이다. 허가는 '원래 금지했던 것을 풀어줄 때' 사용하는 단어다. 통상적으로 가해지던 제약을 예외적으로 허용한다는 의미다. 법령에서 금지하는 행위가 존재하지 않으면, 허가라는 말은 사용해선 안 된다.


매듭을 풀려면 그 전에 묶여있어야 하는데, 묶여있지도 않은 매듭을 풀었다고 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론 보도만 놓고 보면 ①국회가 기존에 안내견 출입을 금지했고 ②조이에 한해 예외적으로 허용한다는 뜻이 된다. 그렇다고 국회에 안내견 출입을 금지하는 법 조항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법률자문


법무법인 갑을의 옥민석 변호사, 법무법인 참진의 이홍걸 변호사. /로톡DB


사안을 검토한 법무법인 갑을의 옥민석 변호사는 "허가란 법령에 의하여 금지된 행위를 일정한 경우에 해제해 적법하게 행할 수 있도록 한 행정처분"이라며 "안내견 조이는 국회법 제148조에서 정한 국회 본회의 등에 방해되는 물건에 해당하지 않아 조이 출입은 법령에 금지된 행위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허가'라는 단어는 적절치 않다고 보인다"며 "오히려 '허용'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 되겠다"고 했다.


국회 측이 밝힌 '허가'라는 용어가 학술적인 '허가'의 의미로 성립하긴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다. 법무법인 참진의 이홍걸 변호사는 "국회는 허가 신청 요건 등을 규정해놓지 않았고, 이 사안에서 김예지 당선인의 신청 역시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므로 국회에서 '허가'한다고 발표해도 이는 강학상(講學上⋅학문적인 의미에서) 허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냈다.


이 변호사는 "국회나 언론에서도 법률적 용어를 혼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행정법상 허가의 의미로 사용된 게 맞는지 엄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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