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무단이탈 후 소속사에 소송 건 걸그룹 멤버, 되레 '1억 배상' 판결…무슨 일이?
[단독] 무단이탈 후 소속사에 소송 건 걸그룹 멤버, 되레 '1억 배상' 판결…무슨 일이?
정산·CCTV 문제 제기하며 계약 해지 통보
오히려 위약벌·정산금 1억 2600만원 배상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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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 미지급·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전속계약 해지를 요구한 걸그룹 멤버가 패소했다. /셔터스톡
소속사가 정산을 제대로 해주지 않고 숙소에 CCTV를 설치해 사생활을 침해했다며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했던 9인조 걸그룹 멤버가 재판에서 패소하고 오히려 1억 2600여만원을 소속사에 물어주게 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47부(재판장 하성원)는 아이돌 그룹의 멤버 A씨가 소속사 B사를 상대로 낸 전속계약 효력 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동시에 소속사가 A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반소)에서는 "A씨는 소속사에 1억 2607만원을 지급하라"며 일부 승소 판결했다.
A씨 "정산자료 못 받고, CCTV로 감시당했다"
A씨는 2018년 8월 B사와 7년짜리 전속계약을 맺고 9인조 걸그룹으로 데뷔했다. 하지만 2023년 5월, A씨는 그룹을 무단이탈한 뒤 소속사에 내용증명을 보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정산자료를 제대로 제공한 적이 없다"며 계약 위반을 주장한 것. 또한 "숙소 현관에 불법으로 CCTV를 설치해 멤버들을 감시하고 대화를 도청했다"며 사생활 침해 의혹도 제기했다.
A씨는 소속사가 14일의 유예기간 내에 위반 사항을 바로잡지 않자, 이를 근거로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법원에 계약 효력이 없음을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A씨 측은 ▲소속사의 정산자료 제공 의무 위반 ▲CCTV 설치 등 불법행위로 인한 신뢰관계 파탄 ▲비용은 대부분 멤버에게 부담시키고 수익은 10~20%만 배분하는 불공정한 계약 등을 이유로 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법원 "정산 의무 위반 없었고, CCTV는 고의 아냐"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① 정산 의무
재판부는 B사가 5~6개월 간격으로 매출과 비용 내역이 담긴 정산서를 제공했고, A씨가 매번 "이의가 없다"고 서명한 사실을 지적했다.
계약서상 정산자료는 정산금 지급과 동시에 제공하게 되어 있는데, 그룹 활동이 수익보다 비용이 많아 지급할 정산금이 없는 상황에서는 증빙자료까지 매번 첨부할 의무는 없다고 봤다.
또한 A씨가 이의를 제기하면 그때 소명자료를 제공하면 되는 구조인데, A씨가 정해진 기간(30일) 내에 이의를 제기한 적이 없다는 점도 근거가 됐다.
② 신뢰관계 파탄
재판부는 CCTV 설치에 대해 "멤버들의 안전을 위해 설치했고, 직원의 실수로 음성 기능이 일시적으로 켜졌을 뿐 의도적인 도청이 아니었다"는 소속사의 해명을 "설득력 있고 수긍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계좌 내역을 확인한 것도 정산 업무의 일환으로 봤다. 그 외에 전문적 교육을 제공하지 않았다거나 일본 공연을 강요했다는 주장도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③ 불공정 계약
재판부는 "연예산업은 신인 발굴·육성에 초기 투자 비용이 적지 않다"며 A씨가 대부분의 활동 비용을 부담하는 계약 구조가 부득이한 측면이 있다고 봤다. 이를 근거로 민법 제104조의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소속사의 반격, 손해배상과 위약벌 청구
A씨의 계약 해지 주장이 모두 기각되면서, A씨의 무단이탈은 계약 위반이 됐다. 이를 근거로 소속사 B사는 "원고의 일방적인 계약 파기로 그룹 활동이 중단되고 결국 해체됐다"며 A씨를 상대로 손해배상과 위약벌 등 5억 8800만원을 청구하는 반소를 냈다.
법원은 A씨의 계약 위반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소속사가 청구한 금액 중 일부만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A씨가 소속사에 지급해야 할 돈으로 정산금 8793만원과 위약벌 3813만원을 인정했다. 정산금은 그룹 활동으로 발생한 총비용이 총수익을 초과해 발생한 A씨의 마이너스 채무로, A씨가 서명한 8차 정산서까지의 금액이다.
위약벌은 계약서에 따라 '직전 2년간 월평균 매출액 × 남은 계약 기간'으로 계산됐다. 다만 재판부는 소속사가 주장한 그룹 전체 매출액이 아닌, "A씨 개인의 월평균 매출액(약 206만원)을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계약서 문언이 불분명할 경우 계약서 초안을 작성한 소속사에 불리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다. 이 판단으로 위약벌은 소속사 청구액(3억 4300만원)보다 대폭 줄었다.
재판부는 소속사가 청구한 앨범 제작 무산에 따른 손해와 그룹 해체에 대한 위자료는 "A씨의 이탈이 유일한 원인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결국 A씨는 전속계약이 유효하다는 사실만 확인한 채, 소속사에 약 1억 2600만원의 빚을 지게 됐다.
[참고]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가합75223(본소) 2024가합41395(반소) 판결 (2025. 7. 24. 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