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아니다" 거짓말로 백병원 최소 27억원 손실⋯배상책임은 누가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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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아니다" 거짓말로 백병원 최소 27억원 손실⋯배상책임은 누가 지나?

2020. 03. 09 22:30 작성
안세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y.ah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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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사람 아니다"고 해 입원한 확진자, 이후 4차례 더 물어봤지만 모두 거짓말

서울백병원 전체 문 닫아 발생한 손실 어림잡아 최소 27억원

하지만 변호사들 "실제 배상금액은 미미할 것" 왜?

[아프지만 들어갈 수 없다] 대구 거주 사실을 숨긴 채 입원했다가 '코로나19'로 확진된 환자로 인해 서울 중구 서울백병원이 폐쇄됐다. 폐쇄 이후 9일 한 환자가 병원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의료진에게 증상을 말하고 있다. 이 환자는 구급차를 타고 다른 병원으로 이송됐다. /연합뉴스

"대구 사람 아닌데요."


말 한마디에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서울백병원 문이 허무하게 뚫렸다. 한사코 "대구에 방문한 적 없다"던 환자는 알고 보니 대구가 집이었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나서야 실제 거주지가 대구라고 털어놨다. 확진 때까지 6일간 병원에 입원한 뒤였다.


서울백병원은 발칵 뒤집혔다. 즉각 대응에 나섰다. 응급실 등 병동 일부를 폐쇄했고, 외래 진료를 중단했다. 의료진 격리, 모든 직원 이동 금지, 방문객 차단 등의 조치가 줄줄이 이어졌다. 동시에 "(이 환자에 대한) 법적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백병원이 일시 폐쇄되면서 주변 응급환자들은 더 멀리 있는 병원을 가야 했고, 원래 이곳에서 진료를 받던 일반환자들도 다른 병원을 찾아야 했다. 불편을 겪은 사람들은 "이 환자가 병원의 이런 손해를 모두 물어줘야 한다"는 반응까지 보였다. 거짓말로 병원과 지역사회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으니 그 손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사안을 검토한 변호사들은 "실제 배상액은 미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병원 소독 비용을 넘어서는 배상은 어렵다"는 의견이었다.


변호사들 "입원환자 A씨가 책임져야 하는 건 맞지만⋯"

변호사들은 의료진에게 거짓말을 한 환자 A씨(78⋅여)가 "법을 어긴 것은 맞는다"고 했다. 5명 모두 만장일치였다.


우리 감염병예방법은 이번 코로나19와 같이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일 때 "누구든지 감염병에 관하여 의료인에게 거짓 진술을 하거나 고의로 사실을 누락⋅은폐하여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병원 진료기록에 따르면 A씨는 "대구에 방문한 적이 있냐"는 의료진의 질문에 5차례나 "그런 적 없다"고 말했다. 앞서 소화계통 문제로 다른 서울 대형 병원에 입원하려 했으나, 대구 거주를 이유로 거절당한 게 거짓 진술의 배경이었다.


9일 폐쇄된 서울백병원 앞에서 의료진와 경찰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9일 폐쇄된 서울백병원 앞에서 의료진과 경찰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책임 범위 무려 네 가지 ①소독 비용 ②병원 휴업 비용 ③정신적 위자료

법리적으로 서울백병원이 A씨에게 물을 수 있는 책임 범위는 세 가지다.


① 병원 소독 작업 등에 들어간 비용

② 외래 진료 중단 및 응급실 폐쇄 등에 따른 병원의 휴업 비용

③ 퇴원 및 면회 불가능에 따른 다른 입원 환자들의 정신적 위자료


'②휴업 비용'만 하더라도, 병원의 손해는 천문학적이다. 법원은 휴업 손해를 전년도 매출액을 365일로 나눈 값에 휴일일수를 곱한 값으로 추정한다. 서울백병원의 지난해 매출은 약 723억원이었다. 약 2주(14일) 동안 정상적인 병원 업무에 차질이 생긴다고 가정하면, 27억원 정도의 손해가 예상된다.


하지만 실제 손해배상금액은 미미할 것⋯왜?

A씨가 이 비용을 모두 짊어져야 할까. 변호사들은 "그렇지는 않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사정을 세세하게 따졌을 때 이 모든 책임을 개인인 A씨 한 명에게 돌리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왼쪽부터) '법무법인 원일'의 유정훈 변호사, '법무법인 문장'의 임원택 변호사, '히포크라 법률사무소'의 서영현 변호사. /로톡DB
(왼쪽부터) '법무법인 원일'의 유정훈 변호사, '법무법인 문장'의 임원택 변호사, '변호사 서영현 법률사무소'의 서영현 변호사. /로톡DB


법무법인 원일의 유정훈 변호사는 "'①병원의 소독 등에 들어간 비용'은 청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나머지 비용(②⋅③)까지는 청구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문장의 임원택 변호사도 "법리적으로는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지만, 이 모든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올 것 같지는 않다"며 "실제 손해배상금액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고, 법무법인 서울의 이장우 변호사 역시 "'① 소독 비용' 정도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근거는 크게 다섯 가지였다.


'법무법인 서울'의 이장우 변호사, '태하 법률사무소'의 채의준 변호사. /로톡DB
'법무법인 서울'의 이장우 변호사, '태하 법률사무소'의 채의준 변호사. /로톡DB


임 변호사는 "❶A씨가 대구에 사는 사실을 숨기긴 했지만, 코로나 감염 사실을 숨긴 건 아닌 점 ❷거짓말을 하게 된 원인 중 이전 병원에서 진료를 거부당한 사실이 있는 점 ❸대구 거주 여부를 사실대로 말했다고 하더라도, 병원에서 소모했을 비용이 손해배상금액에 포함되어 있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변호사 서영현 법률사무소의 서영현 변호사도 "❹의료기관의 경우 감염병 조치에 따른 손해는 국가로부터 손실보상을 어느 정도 받을 수 있는 점도 참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태하 법률사무소의 채의준 변호사 역시 "❺일부 지역을 거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병원이 관리감독을 소홀히 해도 된다고 볼 수는 없다"는 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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