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신 안 만나겠다" 각서 쓰고 또 만난 상간자…위약벌 90% 감액 판결, 변호사들 반응은
"다신 안 만나겠다" 각서 쓰고 또 만난 상간자…위약벌 90% 감액 판결, 변호사들 반응은
법원 "통상 위자료보다 과도"
변호사들 "위약벌 성격 오해한 판단, 항소 실익 있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배우자의 불륜 상대방 B씨로부터 '다시는 만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A씨. 만약 약속을 어길 시 거액의 위약벌을 내기로 하는 각서까지 받았다.
하지만 B씨는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배우자와의 만남을 이어갔다. 결국 A씨는 B씨를 상대로 약 3000만원의 위약벌 청구 소송을 냈고, 법원으로부터 위약벌 약정이 유효하다는 판결까지 받아냈다.
그런데 법원은 인정된 위약벌 총액의 90% 이상을 무효로 봤다. A씨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항소를 고민하고 있다. 대체 법원은 왜 이런 판결을 내린 걸까?
3000만원 청구했더니…90% 감액
A씨는 배우자와의 1차 부정행위가 발각된 상간자 B씨로부터 위약벌 각서를 받았다. 내용은 '다시 연락하거나 만나면 위약벌을 지급한다'는 것이었다.
대면 시 500만원, 통화 시 300만원, 메시지를 보낼 시 하루당 100만원이라는 구체적인 금액도 명시했다.
그러나 B씨는 각서를 비웃듯 배우자와의 만남을 지속했다. A씨는 이를 근거로 B씨에게 약 3000만원의 위약벌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위약벌 약정이 유효하고 B씨가 약속을 어긴 사실도 대부분 인정했다. B씨가 주장한 '강박에 의해 각서를 썼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가 청구한 금액의 90% 이상을 무효로 판단했다. 대면 위약벌은 500만원에서 50만원으로, 통화는 300만원에서 20만원, 메시지는 1일 100만원에서 10만원으로 대폭 감액했다.
재판부는 ▲위약벌 금액을 A씨가 미리 정해와 B씨가 충분히 고려하기 어려웠던 점 ▲접촉 동기나 경위를 불문하고 청구할 수 있게 된 점 ▲재판 실무상 부정행위 위자료 액수에 비해 큰 금액인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변호사들 "위자료와 비교는 법리 오해…항소로 다툴 여지 충분"
변호사들은 1심 법원 판단에 항소로 다퉈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봤다. 특히 법원이 위약벌 액수를 '위자료'와 비교해 대폭 감액한 것은 위약벌의 법적 성격을 오해한 판단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울법률사무소 배진혁 변호사는 "위약벌은 손해배상액의 예정과 성격이 다르다"며 "단순히 손해배상액과 비교해 금액을 과도하게 감액한 것은 부당하다는 법리적 주장을 펼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위약벌은 약속을 어긴 것에 대한 벌칙이자 앞으로 약속을 지키게 하려는 이행 강제 성격이 강하다. 반면 위자료는 이미 발생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이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는 "1심 재판부가 위약벌의 제재적 성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단순 위자료 액수를 기준으로 단가를 과도하게 낮춘 것은 항소심에서 충분히 다퉈볼 실익이 있다"고 강조했다.
"위반 횟수 많아 총액 커졌다고 깎아주는 건 어불성설"
변호사들은 법원이 '위반 횟수가 많아 총액이 커졌다'는 점을 고려해 거꾸로 개별 단가를 낮춘 것으로 보인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이는 위약벌 제도의 본질에 어긋나는 판단이라는 것이다.
법률사무소 영신 임원균 변호사는 "위반 횟수가 많아 총액이 커지자 재판부가 역산해 단가를 낮춘 구조라면, 반복 위반은 피고가 약정을 지속적으로 어긴 사정이어서 오히려 위약벌을 무겁게 볼 근거"라며 "이를 감액 사유로 삼은 것은 억지 기능을 거꾸로 뒤집는 논리라고 반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태희 민경남 변호사도 "피고가 약정 내용을 정확히 인지하고도 반복적이고 악의적으로 위반행위를 지속했다는 점을 객관적인 증거로 입증해 부당성을 다퉈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법원은 위약벌 약정이 지나치게 무거워 사회질서에 반한다고 볼 때만 예외적으로 일부 또는 전부를 무효로 할 수 있다. 단순히 액수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법원이 임의로 깎을 수는 없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동규 변호사는 "위반 횟수가 많아 총액이 커졌다는 사정과 개별 위약벌 자체가 과도하다는 문제는 구별해서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결국 항소심에서는 1심 법원이 위약벌의 법적 성격을 오해했으며, B씨가 약속을 반복적으로 어긴 책임을 오히려 감액 근거로 삼은 논리의 모순을 파고드는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