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누군 줄 알고 명령을. 야! 가서 이름 알아 와" 의사 선생님, 그러다 큰일 나요
"내가 누군 줄 알고 명령을. 야! 가서 이름 알아 와" 의사 선생님, 그러다 큰일 나요
병원 내 편의점 알바 태도 문제 삼은 진료과장
메신저에 알바 사진 올리며 신상 파악⋯경위서 요구하기도
변호사 "경위서 안 써도 된다, 오히려 위험한 건 의사"

부산의 한 대학 병원 안 편의점에서 일하는 알바생 A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게티이미지코리아·재구성=박선우기자
"00 알바인 비쩍 마르고 키 큰 학생. 진료과장에게 명령함. 알바 학생 이름 무엇인가요?"
"000입니다"
부산의 한 대학 병원 안에 있는 편의점에서 일하는 알바생 A씨. 병원 직원과 편의점 알바생들이 있는 단체 카톡방을 보다가 기겁했다. 자기가 일하는 모습을 몰래 찍은 사진이 떡하니 올라와 있었다. 뒤이어 사진 속 A씨가 병원 진료과장에게 명령을 했다며, 이름을 묻는 글이 올라와 있었다. 누군가가 A씨의 이름을 카톡창에 적었다.
A씨의 신상이 공개적으로 오간 전말은 이렇다. 편의점에 온 과장은 커피 3개를 사겠다며 계산대에 올려놓더니 갑자기 사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때 A씨가 "구매 안 하는 제품은 제자리 원상복구 좀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한 게 화근이 됐다. 자신에게 명령을 했다고 생각한 과장이 카톡방에서 A씨의 신상을 캐게 된 것이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이 사건을 공개한 A씨는 "갑질 당했다"고 폭로했다. 명령한 게 아니었는데, 억울하다는 입장이었다. 과장은 A씨에게 경위서까지 쓰라고 요구했다.
단지, A씨가 일하는 편의점이 병원 안에 있을 뿐인데, 병원 과장의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변호사와 함께 하나씩 짚어봤다.
사건을 검토한 변호사들은 A씨가 "잘못한 게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A씨에게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대신 무단으로 타인의 신상을 공개하고 경위서를 요구한 과장이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점 1. 경위서 요구

A씨는 편의점 점주와 근로계약을 맺은 편의점 알바생이다. 과장은 병원에 소속된 직원이다. 즉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은 점주와 고용 관계에 있는 것이지 병원 직원들과 계약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과장에겐 A씨에게 경위서 작성을 요구할 권한이 없다. 법무법인 다움의 이성준 변호사는 "병원 과장이 A씨에게 경위서를 써라 말라 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만약 A씨가 경위서를 쓰지 않아 불이익을 준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변호사는 "경위서를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가한다면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한 없는 사람이 경위서를 쓰지 않았다고 불이익을 주는 것은 불법이므로,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의미다.
경위서를 쓰지 않으면 불이익을 줄 것처럼 말해도 문제가 된다.
경기남부법률사무소의 김정훈 변호사는 "만일 과장이 경위서를 요구하면서 경위서를 쓰지 않으면 신분상 불이익(해고)을 줄 것처럼 암시했다면 형법상 강요죄로 평가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문제점 2. 몰래 찍은 사진

A씨의 사진을 카톡방에 올린 것도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변호사들은 '초상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초상권이란 얼굴 등 특정인임을 알아볼 수 있는 신체 일부를 함부로 촬영하거나 공표(公表·널리 드러내 알림)되지 않을 권리를 말한다.
이성준 변호사는 "A씨를 몰래 촬영해 그 사진을 카톡방에 올리면서(공표 행위), '진료과장에게 명령한 알바생'이라는 글을 올린 것은 초상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 법에는 초상권 침해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
김정훈 변호사는 "우리 형사법에서 초상권 침해를 처벌하는 규정이 없어서 민사 소송으로 손해배상을 받아야 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신적 고통이 있다고 보는 게 대법원의 입장이므로 이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대법원은 초상권 침해로 피해자가 받은 정신적인 고통을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A씨는 이 부분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하는 방식으로 손해를 보상받을 수 있다.
A씨가 이 사건에 혼자 대응할 필요는 없다. A씨가 근무하는 편의점 점주에게 자신의 직원에 대한 보호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김정훈 변호사는 "A씨가 받는 초상권 침해와 정신적 스트레스를 고용주가 알면서도 방기한다면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 근거는 대법원 판례에 있다. 판례는 "점주는 직원에 대한 보수를 지급하는 의무 외에도 직원이 그 업무를 하는 데 있어서 손해를 받지 않도록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본다. 정리하자면, 점주는 A씨가 안전하게 근무하도록 할 책임이 있고, 만일 피해가 발생하면 "모른 체해선 안 된다"는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