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정경심 '11개 혐의'로 영장⋯그 중 '증거인멸' 눈여겨봐야 할 이유
검찰, 정경심 '11개 혐의'로 영장⋯그 중 '증거인멸' 눈여겨봐야 할 이유
11개 혐의⋯ 증거인멸죄는 쪼개서 '증거은닉교사⋅증거위조교사'로 구속 영장 청구
'쪼개기 전술'로 삼성 수사에서 재미 본 검찰⋯ '조국 가족' 수사에도 적용?

[검찰, 정경심 동양대 교수 구속영장 청구]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해 21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구속영장청구서에는 위조된 동양대 표창장과 서울대·공주대의 허위 인턴증명서를 활용해 자녀 입시에 불법적으로 개입한 혐의 등 11가지 범죄 혐의가 적시됐다. /연합뉴스
검찰이 21일 조국 전 법무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모두 11가지 혐의가 적용됐다. 이중 증거은닉 교사와 증거위조 교사가 들어있었다. 증거를 숨기도록 시키고 위조하도록 교사(敎唆)한 혐의다.
두 혐의는 모두 증거인멸죄에 해당한다. 형법 155조 ‘증거인멸죄’는 증거를 인멸, 은닉, 위조한 사람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검찰은 이 조항을 세세히 쪼개 은닉한 죄와 위조한 죄를 따로 적용했다.
법을 잘게 나누어 적용하는 일종의 ‘살라미(얇게 썰어 조금씩 먹는 이탈리아 소시지) 전법’이다.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사기 수사에서도 증거인멸죄가 적극적으로 활용됐다. 검찰은 증거인멸과 증거인멸 교사죄⋅증거은닉 교사죄를 적용해 삼성 임직원 8명을 구속했다. 당초 “수사가 쉽지 않을 것”이란 예측과 달리 큰 성과였다. 수사 본류라 할 수 있는 분식회계로는 아직 누구도 구속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볼 때 더 그렇다.
증거를 없앤 사람은 ‘증거인멸죄’로 구속하고, 그걸 지시한 상관은 ‘증거인멸 교사죄'로 잡아 넣었다. 없애지 말고 숨기라고 한 사람은 ‘증거은닉 교사죄'를 적용해 구속했다. 법률을 최대한 쪼개서 창의적으로 적용한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빨간불'] 검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 사건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지난 12월 13일 오후 인천 연수구에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 회계부서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회계 관련 장부 등을 확보했다. /연합뉴스
변호사들은 “검찰이 관련자를 어떻게든 구속시키기 위해 편법을 쓴다"고 비판했지만, 법원은 “증거인멸은 사법절차를 방해한 중대한 범죄"라는 이유에서 구속 영장을 대거 발부했다.
검찰의 이런 접근법은 과거에 없던 새 전술이다. 과거 증거인멸은 ‘구속심사의 한 요소’로 포괄적으로 제시됐었다. 하지만 최근엔 하나의 범죄 혐의로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제시되고 있다.
법원은 구속영장을 발부할 때 세 가지 요소를 가장 중요하게 본다. ① 검찰이 제시한 혐의가 어느 정도 입증됐는지 ② 피의자가 도주 우려가 없는지 ③ 증거인멸 우려가 없는지다. 그 중에서도 증거인멸은 대표적인 구속 사유로 꼽힌다. “풀어주면 증거를 인멸할 테니 법원이 막아달라"는 논리에서다.
이런 점에서 검찰이 증거인멸죄를 별도 혐의로 수사하는 건 일석이조다. 증거인멸죄라는 별도의 범죄 혐의를 입증하는 동시에 한 가지 구속 사유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 교수의 투자 자문 역할을 한 한국투자증권 PB(프라이빗 뱅커) 김모씨는 자신의 증거인멸 행위에 대해 전반적으로 시인하고 있다. 정 교수가 연구실 PC를 반출할 때 도운 사실도 CCTV 영상 등을 통해 물증이 확보됐고, 조 전 장관 부부의 서초구 방배동 자택에 있는 PC 하드 드라이브 교체에도 동원됐다는 사실도 탄탄하다.
그렇다면 그런 일을 시킨 정 교수의 교사범 혐의 입증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사모펀드를 이용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려면 논문 수십 편으로도 부족하지만, 증거인멸죄는 ‘증거 인멸을 했느냐 안했느냐'만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런 면에서 검찰은 정 교수의 신병을 확실히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