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검의와 의대 교수가 샅샅이 깨부순 정인이 양모의 주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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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검의와 의대 교수가 샅샅이 깨부순 정인이 양모의 주장들

2021. 03. 18 19:51 작성2021. 03. 18 19:52 수정
김재희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zay@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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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죄 벗으려는 양모 주장들 부정한 전문가들

"배 앞 쪽에서 들어온 힘 때문에 사망했다"고 입 모아

16개월 된 입양 딸 정인 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의 4차 공판이 열린 17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 앞에서 시민들이 팻말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우발적으로 떨어뜨려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정인이 양모의 주장이 의학 전문가들에 의해 산산조각 났다.


지난 17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서울 양천구 입양아동 학대 사망사건(일명 정인이 사건)'의 네 번째 공판에서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김성호 국립과학수사원 법의관(정인이 부검의)과 법의학자인 유성호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양모 측 주장을 하나하나 논박했다.


양모 측 변호인이 새롭게 제시한 "심폐소생술(CPR) 하다가 발생한 장기 손상"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두 의학 전문가들은 "성립하기 어려운 주장"이라고 단언했다.


이로써 검찰은 "정인이 양모가 살인죄를 저질렀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매우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법률 전문가들은 "7부 능선을 넘은 것"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양모 측 "우발적으로 떨어뜨렸다" vs. 전문가들 "그런 일로 췌장 손상 생기기 어렵다"

이번 사건 초기부터 양모 측 주장은 일관적이었다. "고의가 아닌 우발적으로 떨어뜨렸고, 이로 인해 복부 손상이 발생했다"는 것. 살인하려는 의도 없이 훈육하다가 일어난 사고라는 주장이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아이가 밥을 먹지 않아서 흔들다가 아이를 떨어뜨려" → "범보의자(목을 못 가눌 정도로 어린 영아를 앉힐 때 쓰는 전용 의자)에 등허리 부분이 의자에 부딪혔고" → "결과적으로 췌장 절단 등 복부 손상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날 법정에 출석한 전문가들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근거는 크게 두 가지였다.


① 양모 주장이 사실이라면 척추뼈도 함께 부러졌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② 췌장의 해부학적인 위치상 범보의자에 부딪혀 절단될 가능성은 없다.


① 척추뼈가 부러진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정인이는 '췌장 절단 및 장간막 열창(찢어짐) 등 복부 손상'으로 사망했다. 부검에서 췌장과 함께, 췌장에 붙어있던 췌장종단동맥이 파열된 것을 확인됐다.


췌장 뒤쪽에 척추뼈가 수직으로 지난다. 등 쪽에서 오는 충격으로 췌장이 두 부분으로 나뉘려면 척추뼈가 췌장을 눌러야(압착해야) 가능하다. 몸 뒤편에서 오는 충격으로 췌장이 절단되려면, 그 충격을 췌장보다 먼저 받는 척추뼈 또한 성할 수 없다. 하지만 피해 아동의 척추뼈는 손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성호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관은 "췌장이 절단된 사례는 교통사고 때 운전대나 안전벨트로 배가 세게 눌리는 경우에 보고된다"고 말했다. 김 법의관이 제시한 경우도 몸 앞쪽에서 오는 충격에서 비롯한 것이다.


유성호 교수 역시 "췌장이 뒤쪽에서 가해진 힘으로 절단되려면 척추뼈가 골절돼야 한다"고 답했다.


따라서 척추뼈 골절 없이 췌장이 손상됐다는 것은, 몸 앞쪽에서 직각으로 들어오는 강한 힘 때문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② 범보의자에 부딪힌 정도로 췌장이 절단되지 않는다

양모 장씨는 165cm 키의 성인 여성이 자신의 눈높이에서 체중 9~9.5kg인 아이를 떨어뜨렸고, 아이가 범보의자에 찍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췌장 절단과 장간막 열창이 발생했다는 것.


유성호 교수는 양모의 주장에 반박했다. 췌장이 절단된 이유를 "배 앞쪽에서 압착하는(누르는) 기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복부 속 장기가 손상되려면 4000N(뉴턴)만큼의 힘이 필요하다. 이 힘은 400kg로 복부에 누르는 압력과 비슷하다. 물론 사망 당시 정인이의 상태가 다른 아이들보다 마르고 약했기 때문에 낮은 정도의 힘으로도 췌장이 절단될 가능성은 있다.


유 교수는 "췌장 위치가 오묘하기 때문에 (떨어뜨린 것보다) 발로 밟는 경우가 가장 합당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김 법의관도 "집에서 보통 아이를 키우면 복부 손상이 생기기 드물고, 혹시나 생길 수 있다고 하더라도 췌장이나 장간막이 손상되기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검에서 확인한 손상을 "사고가 아닌 폭행으로 생겼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CPR 하다 장기 다친 것"이란 주장에 대해서도 고개를 저었다

양모 장씨 측은 복부 손상이 CPR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한 논문을 인용하면서 "복강 내 상해가 부검에서 발견되면 심폐소생술로 생긴 것이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성호 법의관은 "(심폐소생술로 인한 복강 손상이) 보고된 예가 없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딱 잘라 말했다. "늑골(갈비뼈) 골절이 생기는 경우가 있지만, 소아는 골절이 생기는 경우가 없다"고 했다. 소아는 심폐소생술 때 성인보다 약하게 하는 데다 뼈 자체 탄성이 좋기 때문이다.


유성호 교수 역시 양모 장씨 측 주장을 부정했다.


"잘못된 심폐소생술 탓에 복부 손상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없느냐"는 변호인 질문에 유 교수는 오히려 "(배와 등을) 압착해서 하는 경우가 있을까요?"라며 오히려 반문했다. 가능성이 없다는 답변이었다.


유 교수는 "장간막은 생각보다 안 찢어진다"며 "UFC 선수 정도나 돼야 (주먹으로 때렸을 때) 찢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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