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로 감싸도, 천막으로 가려도⋯저작권 논란 피할 수 없는 '태백 평화의 소녀상'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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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로 감싸도, 천막으로 가려도⋯저작권 논란 피할 수 없는 '태백 평화의 소녀상' 운명

2020. 05. 29 20:11 작성2020. 06. 09 18:58 수정
최종윤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jy.choi@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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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논란으로 '폐기 위기'인 태백 평화의 소녀상

"공익적 목적의 작품" vs. "저작권 등록된 작품" 법적 공방 예상

태백 평화의 소녀상 기념사업회가 오는 23일 태백청소년평화나비와 공동주관으로 진행하려던 태백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을 잠정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가운데, 이 태백 소녀상이 "저작권법을 위반했으니 폐기 처분하라"고 요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태백 평화의 소녀상의 수난은 계속됐다. 헌 이불로 꽁꽁 감싸졌다가, "흉하다"는 시민들의 지적에 이번엔 파란 천막 속으로 들어갔다. 아픈 역사를 잊지 않고, 계속 기억하기 위해 만들어진 소녀상은 왜 감춰져야만 했을까.


바로 저작권 때문이다. 강원도 태백시 태백문화예술회관 앞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은 지난 23일 제막식을 열 계획이었지만 무기한 연기됐다. 최초로 '평화의 소녀상'을 제작했던 김운성, 김서경 작가 부부가 "저작권 위반"이라며 폐기 처분을 요구하면서다. 김 작가 부부는 해당 평화의 소녀상 디자인에 대해 저작권을 지난 2015년 등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평화의 소녀상'이 처음 설치된 건 지난 2011년 12월 14일. 일본 정부의 정식 사과를 요구하며 이어나갔던 '수요집회' 1000회를 맞아 처음 만들어졌고, 이후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상징해 왔다.


한복에 단발머리를 한 모습으로 의자에 앉아 있는 '소녀상'은 이후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현재 설치된 곳만 전국에 120여곳. 국내를 넘어 미국 워싱턴 DC, 호주 멜버른 등 해외에도 세워져 일본 '위안부' 문제를 알리고 있다. 그 자체로 '공익적' 목적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이런 '공익’ 목적을 가지고 있는 소녀상도 저작권 침해가 될 수 있을까. 아울러 저작권 침해가 맞다면 태백시가 이불과 천막을 씌우며 소녀상을 가린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로톡뉴스가 알아봤다.


'태백 평화의 소녀상' 저작권 논란을 본 변호사들의 시선

사실 알게 모르게 '평화의 소녀상'을 둘러싼 저작권 논란은 계속 있었다. 그러다 보니 전국에 여러 디자인의 소녀상이 등장했다. 단발머리가 아닌 쪽머리를 한 소녀상, 어깨에 새가 아닌 나비를 단 소녀상도 있고, 소쿠리를 들고 있는 소녀상도 있다.


법률 자문
법무법인(유한) 한별 권단 변호사, 법률사무소 솔의 정진섭 변호사. /로톡 DB
법무법인(유한) 한별 권단 변호사, 법률사무소 솔의 정진섭 변호사. /로톡 DB


사안을 검토한 변호사들은 '저작권 침해'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저작권법은 일정한 기준을 정해 저작자가 아닌 사람도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제35조의2). 이를 '공정이용'이라고 한다. 이는 ①이용 목적 ②이용 용도 ③원저작물이 차지하는 비중 ④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 4가지 기준이 종합적으로 고려돼 판단된다.


법무법인(유한) 한별의 권단 변호사는 "(공정이용 여부는) 4가지 기준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아니하는 경우에 인정된다"면서 "소녀상의 경우 '공익 목적'(①)인 점을 제외하면 '공정이용'에 해당할 수 있는 나머지 요소는 부족해 보인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휴텍의 김정욱 변호사는 "원저작자(김운성, 김서경 작가)가 소녀상을 이용해 영리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작가가 유사한 소녀상을 만들 경우 원저작자의 영리활동이 제약을 받게 될 수 있다"며 "저작권 침해가 된다"고 밝혔다.


'공익성'이 인정된다고 해도 실제로 두 소녀상이 비슷하다면 저작권 침해로 인정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권 변호사는 "공익적 목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저작자의 허락 없이 무단 복제, 전시하는 행위는 저작재산권 가운데 복제권, 전시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법률사무소 솔의 정진섭 변호사는 "소녀상 문제는 보편적 인권과 공익적 가치가 높다"며 "최초 작가의 보호도 중요하지만, 유사한 저작물에 대한 제작⋅전시를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이용'의 허용 한계를 넓게 해석해 소송까지 가지 않는 게 양쪽에게 모두 바람직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 변호사는 검사 시절 지적재산권 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룬 변호사다.


한편 법무법인101의 한상훈 변호사는 "소녀상을 공공미술품으로 본다면, 저작권자는 저작권 행사의 제한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저작권자는 당연히 그 침해를 주장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한상훈 변호사는 "나중에 제작된 소녀상이 얼마나 독창적인 표현방식으로 제작됐는지가 중요 쟁점이 될 것"이라며 "독자적인 표현방식으로 판단되면 저작권 침해가 아닐 수 있다"고 밝혔다.


법률 자문
법무법인 휴텍의 김정욱 변호사, 법무법인101의 한상훈 변호사, 법무법인 태림의 김선하 변호사. /로톡 DB⋅법무법인 101 제공
법무법인 휴텍의 김정욱 변호사, 법무법인101의 한상훈 변호사, 법무법인 태림의 김선하 변호사. /로톡 DB⋅법무법인 101 제공


저작권 위반 인정되면? 이불로 가려도, 천막을 쳐도 문제

태백시는 당초 저작권이 문제가 되자 소녀상을 이불로 감싸놓았다가 이제는 파란 천막을 쳐놓았다. 하지만 이미 저작권이 침해된 상태라면, 이는 의미 있는 행동으로 볼 수는 없다.


한국저작권위원회 법률상담 담당자는 "저작권 침해 여부를 창작물 자체로 판단하지, 가렸다고 해서 (저작권 침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즉, 저작권 침해 논란을 겪는 소녀상을 안 보이게 가린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변호사들도 모두 "이미 저작권은 침해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권단 변호사도 "실질적으로 유사해 저작권 침해가 인정된다면, 천막으로 가린 행위로 전시권 침해는 막을 수 있으나 이미 복제권은 침해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태림의 김선하 변호사는 "헌이불로 감싼 시점 이후로는 전시권 침해가 성립하지 않겠지만, 감싸기 이전 공개됐던 사실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즉, 전시권 침해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김정욱 변호사도 "단순히 저작물을 가린 것에 불과하다"면서 "다만 이 사안으로 재판까지 간다면, 양형에 참작 사유 정도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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