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기다린 내 집, 땅은 경매로…조합장은 "기다리면 돈 준다"는데
4년 기다린 내 집, 땅은 경매로…조합장은 "기다리면 돈 준다"는데
변호사들 "현실성 없는 약속"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4년간 표류한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토지 경매와 가압류로 좌초 위기에 처한 가운데, 조합장이 '민간 매각'을 내세워 조합원들의 탈퇴를 만류하고 있다. 내 집 마련의 꿈이 악몽으로 변한 한 조합원의 사연을 통해 지역주택조합 투자 위험과 구제 절차를 짚어봤다.
직장인 A씨가 부푼 꿈을 안고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한 것은 4년 전이었다. A씨는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희망에 꼬박꼬박 분담금을 납부했다. 하지만 시간은 속절없이 흘렀고, 사업은 조합설립인가조차 받지 못한 추진위원회 단계에 머물렀다. 불안감은 동료 조합원들이 하나둘 탈퇴 소송을 제기했다는 소식을 들으며 공포로 바뀌었다.
결정타는 조합이 매입했던 사업 부지가 경매로 넘어갔다는 소식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소송에서 이긴 탈퇴 조합원들이 남은 조합 재산에 가압류와 강제집행을 걸면서 사업은 사실상 사망 선고를 받았다. A씨의 꿈은 산산조각 났다.
조합장의 마지막 제안, 희망인가 시간끌기인가
모든 것을 포기하려던 순간, 조합장이 남은 조합원들을 소집했다. 그는 "사업을 인수하려는 민간개발업자가 나타났다"며 마지막 희망을 제시했다.
조합장의 설명은 파격적이었다. 사업이 매각되면, 지금까지 조합의 기틀을 닦은 무형적 가치를 인정받아 각자 낸 분담금의 일부를 돌려받게 해주겠다는 것이었다.
조합장의 설득에 A씨와 남은 조합원들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이것이 마지막 동아줄일까, 아니면 더 깊은 수렁으로 빠뜨릴 시간끌기일까.
변호사들 "현실성 없는 약속…법적 근거도 희박"
변호사들은 조합장의 제안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고 입을 모았다. 다수의 변호사들은 사업의 핵심 자산인 토지가 사라지고 수많은 법적 분쟁에 휩싸인 사업을 민간개발업자가 인수할 실익이 없다고 분석했다.
이푸름 법률사무소의 이푸름 변호사는 "이미 토지가 경매로 넘어가고 조합 재산에 강제집행이 이뤄진 상황에서 사업성을 근본적으로 상실했다"며 "이러한 조건에서 민간개발업자가 인수에 나설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잘라 말했다.
법률사무소 공간과길 권문규 변호사 역시 "민간개발업자가 바보가 아닌 이상 표류 중인 사업을 인수하지 않는다"며 조합장의 제안을 조합원 탈퇴를 막기 위한 최후의 발악으로 평가했다.
돈 돌려받아도 내가 먼저?…채권 변제 순서의 냉혹한 현실
설령 기적적으로 사업 매각이 성사된다 해도 A씨와 같은 남은 조합원들이 돈을 돌려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법적으로 채무 변제에는 정해진 순서가 있기 때문이다.
파이브스톤즈법률사무소 이응돈 변호사는 "분담금 반환은 조합에 대한 선순위 채권자(가압류권자, 승소 판결을 받은 탈퇴 조합원 등)에게 우선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먼저 소송을 통해 승소 판결을 받고 조합 재산을 묶어둔 탈퇴 조합원들이 법적으로 보호받는 우선 변제권을 갖는다는 의미다.
조합장이 내세운 '무형적 가치에 대한 대가'라는 명분 또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다. 법무법인 명륜 오지영 변호사는 "해당 주장은 법적 근거가 없다"며 "조합원의 분담금은 조합 재산을 구성하며 채무 변제에 우선 충당되어야 하므로 조합장이 임의로 처분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더 큰 손실 막으려면…
변호사들은 만장일치로 신속한 법적 대응을 주문했다. 조합장의 막연한 약속을 믿고 기다리는 것은 손실을 키울 뿐이라는 것이다.
변호사 김일권 법률사무소의 김일권 변호사는 "지금이라도 탈퇴 및 납입금 반환 소송을 진행해야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더든든 법률사무소 조수진 변호사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조합 재산은 줄어들고 선순위 채권자는 늘어나므로 신속한 법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더 이상의 손실을 막기 위해 즉시 탈퇴 소송을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