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수면제 먹인 뒤 살해하려 한 아버지…재판부가 집행유예를 선고한 까닭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아들에게 수면제 먹인 뒤 살해하려 한 아버지…재판부가 집행유예를 선고한 까닭

2021. 11. 08 18:31 작성2021. 11. 11 16:56 수정
박선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w.park@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가족들에게 폭력 휘두른 아들 견디다 못해⋯아들 살해하려 한 아버지

재판부 "보호해야 할 피해자를 살해하려 했다" 지적했지만 집행유예 선고

점점 폭력적으로 변해가는 아들을 가족들은 견디기 힘들었다. 장기간 계속된 상황에 아버지 A씨는 아들을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수면제 성분의 졸피뎀을 섞은 음료수를 마시게 한 뒤 범행을 저지른 것. 하지만 미수에 그친 범행. 법원은 A씨에게 집행유예로 선처했다.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지난 5월, 남성 A씨가 '살인미수' 혐의로 수원지법 평택지원의 법정에 섰다. 그가 살해하려고 했던 사람은 자신의 아들.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는 끔찍한 범죄 혐의였지만, 그의 가족들은 선처를 구했다. 피해자인 아들 역시 아버지의 처벌을 원하지 않았다. 그가 오랫동안 몸담았던 직장의 동료들 역시 그랬다.


아들을 죽이려 했던 A씨. 사람들은 왜 그의 죄를 감쌌던 걸까.


아픈 손가락인 아들이었지만, 점점 감당하기 힘들어졌다

A씨에게 아들 B군은 아픈 손가락이었다. B군은 생후 8개월 때 사고로 인해 시력장애를 얻었다. A씨가 운전을 하다가 교통사고를 내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당시 B군뿐만 아니라 A씨의 아내도 크게 다쳤지만, 아들이 장애를 갖게 되며 그 죄책감은 배가 됐다.


애지중지 키웠던 아들이었지만, 사춘기에 접어든 B군은 A씨와 자주 갈등을 겪었다. 왕따를 당해 학교에 적응하지 못했고 감정 조절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다 B군의 폭력성이 극에 달하게 됐다. 그가 자신의 시력장애가 아버지의 사고 때문이라는 걸 우연히 병원에서 알게 되면서다. 이후 자신의 인생이 불만족스러운 이유는 모두 A씨 때문이라고 여기기 시작했다.


B군은 결국 학교를 자퇴했다. 그리고 자신의 화를 모두 가족에게 풀었다. A씨뿐만 아니라 어머니, 다른 자녀 역시 그 폭력을 피할 수는 없었다. 조울증(양극성 정동장애) 진단까지 받은 뒤 B군의 폭력은 점점 심해졌고, "12억을 내놓으라"고 하거나 가족들에게 존댓말을 쓰라고 황당한 요구를 하기도 했다. 이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야말로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가족들은 급기야 B군을 피해 도망 다니기 시작했다.


견디다 못한 A씨는 결국 B군의 요구대로 집을 따로 얻어줬다. 아르바이트까지 따로 해서 마련한 돈이었다. 하지만 B군은 만족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돈을 요구했다. A씨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B군으로 인해 A씨 가족의 삶은 위태로워졌다. A씨는 이 과정에서 극도의 피로감과 상실감, 좌절감을 느꼈다.


그리고 따로 살던 B군이 또다시 "다 죽여버리겠다"며 야구방망이를 들고 찾아오자 그는 결심했다. 아들을 죽이기로.


사실, A씨도 범행 직전까지 망설인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든 화가 잔뜩 난 B군을 달래기 위해 B군을 차에 태우고 정처 없이 움직였다. 하지만 B군은 자신의 손에 음료가 묻은 것을 계기로 또다시 폭주했다. 욕설과 함께 야구방망이로 차량을 마구 내려치기 시작했다. 간신히 진정한 B군에게 A씨는 근처 편의점에서 사 온 음료수를 건넸다. 이를 마신 B군은 곧 정신이 혼미해졌다. A씨가 수면제 성분의 졸피뎀을 그 안에 섞은 것이었다. 그리고 A씨는 "미안하다. 아들아"라는 말과 함께 B군의 목을 졸랐다.


하지만 B군의 저항은 만만치 않았고, 결국 A씨는 자신의 행동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후 혼자 차량을 타고 도주한 A씨는 몇 시간 뒤, 의식을 잃은 채로 발견됐다.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기 때문이었다.


재판부 "장기간 가정폭력 겪다 우발적 범행" 집행유예 2년

결국 A씨는 아들을 살해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재판에서 B군의 반항이 없었다면 범행을 이어갔을 것이고, 'B군이 사망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점을 인정했다.


사건을 맡은 수원지법 평택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김세용 부장판사)는 지난 5월 "사람의 생명은 소중하고 절대적인 가치로 함부로 재단될 수 없다"며 "피해자인 B군이 가족들에게 지속적인 고통을 가했다고 하더라도 A씨는 자신이 보호·양육해야 할 피해자를 살해하려고 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김 부장판사는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형법상 살인미수(제250조)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하고 있다. 다만, 범행이 미수에 그쳤을 경우엔 형량을 절반으로 줄이는 법률상 감경을 할 수 있다(형법 제55조).


A씨의 경우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점이 고려됐다. 김 부장판사는 "장기간 가족들에게 가정폭력을 행사한 B군을 최선을 다해 보살피다가 정신건강이 극도로 악화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A씨가 B군의 협박, 폭행 등으로 극도의 불안감과 좌절감에 시달렸을 것으로 보인다고 심정을 헤아리기도 했다.


이밖에도 △피해자인 B군이 처벌불원 의사를 밝히고 △A씨 역시 반성하며 아들을 잘 돌볼 것을 다짐하고 있는 점 △범행이 미수에 그친 점 등이 고려됐다.


사실 이러한 선고엔 B군을 감당할 수 있는 가족이 없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B군의 어머니이자, A씨의 아내는 A씨의 범행 직후 자신은 감당할 수 없으니 "아들을 병원에 입원시켜달라"고 요청할 정도였다. 그리고 B군이 퇴원하고 A씨가 재판을 받는 동안, B군은 어머니와 가족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등 범죄를 저질러 입건되기도 했다.


그렇게 A씨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집으로 돌아갔다.

이 기사는 로톡뉴스의 윤리강령에 부합하는 사실 확인을 거쳤습니다.

독자와의 약속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