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이 이사까지 했는데…” 스토킹 지옥, 끝나도 끝나지 않은 고통
“온 가족이 이사까지 했는데…” 스토킹 지옥, 끝나도 끝나지 않은 고통
형사 유죄 판결은 민사 승소의 '보증수표'
이사 비용·정신과 치료비 등 피해 입증이 위자료 액수 가른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온 가족이 이사를 했고, 회사 동료들이 매일 집까지 바래다준다. 이건 지옥이다.”
이 절규는 스토킹 가해자가 형사재판에 넘겨진 뒤에도 끝나지 않은 피해자 A씨의 현실이다.
SNS 협박과 집요한 편지에 일상은 송두리째 무너졌고, 재판 중에도 반성 없는 가해자의 태도에 A씨 가족은 결국 살던 집을 등져야 했다.
법원이 가해자에게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벌금 500만 원. A씨는 이 돈만으로는 결코 자신의 망가진 삶을 되돌릴 수 없다고 말한다. 이제 그녀는 스토킹이 남긴 깊은 상처를 보상받기 위한 두 번째 싸움, ‘민사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가해자는 재판 중인데… '손해배상 소송', 언제 시작해야 할까?
가장 큰 고민은 민사소송을 시작할 시점이다. 이에 대해 법률 전문가들은 “바로 지금 시작해도 된다”고 입을 모은다.
홍대범 변호사는 “민사소송이 일반적으로 6개월 정도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지금 소송을 제기한 후 형사사건 판결문을 민사 법원에 제출하는 것이 시간을 아끼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형사재판의 유죄 판결은 민사소송에서 가해자의 불법행위를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하진규 변호사 역시 “형사 판결문은 민사소송에 매우 유력한 자료”라며 형사 판결 이후 소송을 진행하는 방법도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소멸시효’다. 김준성 변호사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피해자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이 지나면 시효로 소멸할 수 있다”며 신속한 대응을 강조했다. 마치 식품의 ‘유통기한’처럼,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뜻이다.
즉, 형사재판 결과를 기다리다 자칫 배상을 청구할 권리 자체를 잃을 수도 있다는 경고다.
'1000만 원'의 상처, 법원은 인정해줄까?
A씨는 정신과 진료 기록과 이사 비용, 일상생활의 파탄 등을 근거로 1000만 원 전후의 위자료를 기대하고 있다. 변호사들은 ‘피해 사실의 구체적인 입증’이 관건이라고 말한다.
홍대범 변호사는 “가족 전체가 이사하고, 회사 동료들이 집까지 데려다줄 정도로 공포심을 느꼈다면 천만 원 전후의 위자료가 책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반면 최광희 변호사는 “벌금액수와 피해 정도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1000만 원을 넘지는 못할 수도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결국 승소 가능성은 매우 높지만, 위자료 액수는 A씨가 얼마나 철저하게 피해를 입증하느냐에 달렸다. 정신과 진단서, 이사 비용 영수증, 주변인들의 사실확인서 등 객관적인 자료를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다.
변호사 비용까지 가해자에게? '완전한 승리'를 위한 마지막 관문
민사소송을 결심해도 변호사 선임 비용은 부담이다. 통상 소송 제기 전 착수금을 먼저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
김경태 변호사는 “민사소송에서 승소하면 패소한 상대방에게 변호사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소송비용확정 절차를 통해 법원이 인정한 범위 내에서 돌려받는 것이지만, 가해자에게 법적 책임뿐 아니라 비용 부담까지 지울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승소 판결은 끝이 아닌 시작이다. 김준성 변호사는 승소 판결 이후의 ‘강제집행’ 절차를 강조했다. 그는 “판결문을 받아도 상대가 돈을 주지 않으면 ‘종이 한 장’에 불과하다”며 “재산명시·재산조회 신청으로 가해자의 재산을 파악하고, 통장이나 차량 등을 압류해 채권을 회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재산이 없다면 ‘채무불이행자명부등재’를 통해 금융 거래에 제약을 가하는 압박 수단도 활용할 수 있다.
가해자를 법의 심판대에 세우는 첫 번째 싸움은 끝을 향해 가고 있다. 이제 A씨는 법정에서 받은 판결문을 무기 삼아, 스토킹이 할퀴고 간 금전적·정신적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고 ‘평범했던 어제’를 되찾기 위한 두 번째 싸움을 시작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