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당한 지 20일, “술 취해 기억 안 나” 발뺌하는 가해자 처벌될까?
폭행당한 지 20일, “술 취해 기억 안 나” 발뺌하는 가해자 처벌될까?
상처는 아물고 진단서도 없는 상황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약 20일 전 폭행과 폭언을 당한 A씨.
당시에는 정신적으로 혼란스러워 신고를 미루다 이제라도 법적 절차를 밟으려 한다. 하지만 시간이 꽤 흘렀고, 당시 입었던 상처도 대부분 아물어 병원 진단서도 없다.
A씨는 지금이라도 신고하는 게 가능한지, 신고가 늦었다는 사실이 불리하게 작용하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특히 가해자가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할 경우 처벌이 어려워지는 것은 아닌지 답답한 마음이다.
시간이 지나 명확한 물증이 부족해 보이는 이 상황, A씨는 가해자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폭행당한 지 20일, 신고하기엔 너무 늦었나
사건 발생 후 20일이 지났더라도 신고나 고소는 충분히 가능하다.
변호사들은 신고가 늦었다는 사실만으로 사건 접수가 거부되거나 처벌 가능성이 낮아지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푸름 법률사무소 이푸름 변호사는 “사건 발생 후 약 20일이 지났더라도 신고나 고소는 가능하며, 신고가 늦었다는 사정만으로 폭행 등에 대한 처벌 가능성이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법적으로 폭행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수사할 수 있는 ‘친고죄’가 아니므로, 범인을 안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고소해야 한다는 시간제한이 없다. 공소시효가 지나기 전이라면 언제든 신고할 수 있다.
다만 증거 확보를 위해서는 더 이상 지체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법무법인 우선 이민철 변호사는 “통상적으로 길거리나 매장의 CCTV 보존 기한은 15일에서 30일 남짓”이라며 “가장 확실하게 범행을 깰 수 있는 현장 영상이 영영 삭제되기 직전의 골든타임”이라고 지적했다.
‘술 취해 기억 안 난다’는 주장, 법정에서 통할까
가해자가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하더라도 법적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 변호사들은 음주 상태였다는 이유만으로 처벌이 어려워지는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법무법인 쉴드 조재황 변호사는 “상대방이 음주로 인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하더라도 이는 형을 감경받을 수 있는 사유로 고려될 뿐 책임 자체를 면하는 사유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법원 역시 범행 후 ‘블랙아웃’으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주장만으로 심신장애를 인정하지 않는다. 범행 당시의 행동이나 대화 등 객관적인 정황을 토대로 책임을 묻기 때문에, 가해자의 기억상실 주장은 처벌을 피할 면죄부가 될 수 없다.
법무법인 태강 고재영 변호사 역시 “상대방이 단순히 술에 취해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정만으로 폭행이나 상해에 대한 형사책임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짚었다.
진단서 없어도 괜찮을까…카톡·사진도 중요한 증거
상처가 아물어 진단서가 없는 상황이라도 폭행 사실 입증은 가능하다. 변호사들은 당시 상황을 담은 다른 객관적인 자료가 있다면 충분히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KB 김태안 변호사는 “진단서가 없어도 사건 입증은 가능하다”며 “특히 당시 상처 사진, 사건 직후 지인에게 알린 대화, 상대방의 사과나 사건을 언급한 메시지는 보존해 두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실제로 카카오톡 대화 내용, 통화기록, 당시 찍어둔 상처 사진, 목격자 진술 등은 모두 폭행 사실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정황 증거가 될 수 있다.
다만 진단서가 없다면 상해의 정도를 입증하기 어려워 ‘상해죄’가 아닌 ‘폭행죄’로 사건이 진행될 가능성은 있다.
법무법인 도모 김강희 변호사는 “진단서가 없어도 폭행죄 자체는 성립할 수 있다”면서도 “카카오톡 대화, 통화기록, 당시 사진, 사건 직후 지인에게 알린 메시지, 목격자 연락처를 시간순으로 정리해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