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 커뮤니티에서 핫한 '상간자 평생 피 말리는 소송법'…팩트체크 해보니
불륜 커뮤니티에서 핫한 '상간자 평생 피 말리는 소송법'…팩트체크 해보니
재접촉 시 1회당 300만 원 청구는 가능하지만 과도하면 무효
'직장 소문내기용 가압류'는 권리남용 위험

상간자와의 재접촉 시 위약금을 정하는 조정조서는 가능하지만, 금액과 범위가 과도하면 무효가 될 수 있다. /셔터스톡
최근 유튜브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상간자 영혼까지 털어내는 독한 소송법"이라는 게시물이 급속도로 확산되며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법원 앞에서 판사와 함께 작성하는 조정조서에 "다시 만날 때마다 1회당 300만 원의 위약금을 지급한다"는 조항을 박아 평생의 족쇄를 채운다는 내용이다. 이른바 '상간자 피 말리기 팁'의 법적 실체와 맹점을 낱낱이 짚어봤다.
① "만날 때마다 300만 원 청구"⋯법적으로 가능할까?
게시물에서 주장하는 위약금 조항은 대체로 사실이다. 조정조서에 "재접촉 시 1회당 위약금 300만 원"을 약정하는 것은 실무상 자주 쓰이며, 이는 법적으로 위약벌 또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8다248855) 등에 따르면 법원은 당사자가 약정한 목적과 의무의 성격 등을 종합해 이 조항의 효력을 인정하고 있다.
다만 조심해야 할 명백한 한계가 존재한다. 첫째, 금액이 지나치게 과다하면 무효가 될 수 있다. 위약벌 약정은 법원이 마음대로 감액할 수 없지만, 의무 강제로 얻는 이익에 비해 약정된 벌이 과도하게 무거우면 약정 전체나 일부가 무효로 돌아간다.
둘째, 상대방이 서명을 거부하면 그만이다. 조정은 쌍방 합의가 전제이므로 상간자가 거부하면 조서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아울러 배우자와 이미 이혼이 확정된 상태라면 혼인관계 유지를 전제로 한 접촉금지 의무의 법적 근거가 약해진다는 점도 법원의 판단이다(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2025가단60350 판결).
② "회사 통장 가압류로 망신 주기" 역풍 맞을 수도
상간자의 직장 인사팀에 불륜 소문을 퍼뜨리기 위해 "회사 통장을 가압류하겠다"고 압박하는 전략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법적으로 가압류 신청 자체는 가능하지만 매우 위험한 선택이다.
위자료 소송을 제기하며 채권 보전을 위해 가압류를 신청하면 제3채무자인 회사로 통지서가 발송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가압류의 본래 목적이 채권 보전이 아니라 '직장 내 소문 유포와 망신 주기'에 있다면 이는 권리남용으로 평가되어 법원에서 강제집행이 허용되지 않을 수 있다.
서울북부지방법원 판결(2014가단109461)에 따르면 "성실한 권리행사로 볼 수 없는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집행은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다.
만약 본안 소송에서 패소하거나 가압류가 부당하다고 밝혀지면, 민사집행법 등에 따라 가압류 신청인이 도리어 거액의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하므로 신중해야 한다.
③ "합법적 신용불량자 만든다" 과장된 법적 효과
약속한 위약금을 주지 않을 때 채무불이행자명부 등재를 신청해 금융거래를 정지시킨다는 약속은 부분적으로만 사실이며 상당 부분 과장됐다. 민사집행법에 따라 집행권원이 확정된 후 돈을 갚지 않으면 명부 등재 신청이 가능한 것은 맞다.
하지만 등재된다고 해서 "모든 금융 거래가 자동으로 정지된다"는 주장은 명백한 오류다.
법원이 한국신용정보원에 부본을 보내면 금융기관이 이를 신용 평가에 반영해 불이익을 줄 뿐, 법률상 당연히 모든 금융 거래가 일시에 차단되는 효과가 발생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또한 만날 때마다 즉시 등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조정조서가 작성되더라도 최소 6개월이 지나야 신청이 가능하며, 실제 위반(접촉 사실)이 있었다는 객관적 증명을 거쳐 법원으로부터 집행문을 받아야만 비로소 법적 조치에 나설 수 있다.
④ 구체적 조항 작성과 추가 소송의 소멸시효
조정조서를 작성할 때 사적 만남뿐 아니라 카카오톡, SNS, 문자 등 모든 통신 매체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라는 조언은 실무상 매우 정확하고 유용하다. 범위가 구체적일수록 위반 여부 판단이 명확해져 위약금을 청구하기 쉽기 때문이다.
단, 자녀와의 연락까지 영구 차단하는 등 행동의 자유를 사적 자치 한계를 넘어 과도하게 제약하면 민법 제103조 위반으로 조항 자체가 무효가 될 수 있다.
증거를 수집할 때도 배우자의 자발적 동의 없이 휴대폰을 무단 열람하면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조정 이후에도 상간자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부정행위를 멈추지 않는다면 이는 완전히 새로운 불법행위로 간주되어 추가 소송이 가능하다.
민법상 소멸시효 기산점에 따라 새로운 부정행위를 안 날로부터 3년, 그 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10년 이내라면 기존 위약금과 별개로 또다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
이때 기존 조정조서에 부제소합의(더 이상 법적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약속) 조항이 있더라도, 조정 이후 발생한 새로운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소송 제기 효력이 제한되지 않는다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다.
결론적으로 불륜 카페의 '독한 상간소송 팁'은 실무적인 방향성은 맞으나 법적 요건과 한계를 단순화하여 과장한 부분이 있다.
감정적 보복에 치우쳐 법을 남용하면 도리어 소송 제기자가 손해배상 역청구를 당하는 등 독박을 쓸 위험이 크다. 법의 무기는 정확하게 조율하여 휘두를 때만 스스로를 지켜주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