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 해머 드릴로 이웃 담장 박살…경찰도 말린 철거가 합법이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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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해머 드릴로 이웃 담장 박살…경찰도 말린 철거가 합법이 된 이유

2025. 11. 27 15:13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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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땅에 무단으로 설치한 담장, 소유권은 누구에게 있나

이웃이 무단 설치한 담장을 해머 드릴로 철거했다가 특수재물손괴로 기소된 A씨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셔터스톡

"두두두두..."


2022년 11월 7일 오후, 서울 서초구의 한 공사 현장에 요란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현장 총괄 관리자인 A씨가 든 것은 거대한 해머 드릴. 그의 드릴이 향한 곳은 다름 아닌 이웃 건물 소유주 B씨가 갓 세운 벽돌 담장이었다.


A씨는 드릴로 담장에 구멍을 내고 부수기 시작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제지했지만, A씨는 3일 뒤인 11월 10일 다시 해머 드릴을 들고 나타나 기어이 담장을 철거해버렸다.


부서진 담장의 시공비만 약 484만 원. 위험한 물건인 해머 드릴을 이용해 타인의 재물을 부순 혐의, 즉 '특수재물손괴'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법원은 어떤 판결을 내렸을까. 놀랍게도 결과는 무죄였다.


경계 침범한 담장, 누구의 것인가

사건의 발단은 2022년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8월, 폭우 등으로 인해 A씨가 관리하던 공사 현장과 이웃 B씨의 건물 사이 담장이 무너져 내렸다. 이를 계기로 양측은 토지 경계를 두고 갈등을 빚기 시작했다.


경계를 명확히 하기 위해 9월 16일 측량을 실시했다. 결과는 B씨에게 불리했다. 기존 담장이 A씨 측 회사 소유 토지를 침범해 설치돼 있었던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문제는 그 이후 발생했다. 담장 설치 위치를 두고 협의가 진행 중이던 9월 25일, B씨가 임의로 기존 위치에 다시 담장을 세워버린 것이다. 이에 격분한 A씨가 해머 드릴을 들고 나선 것이 이 사건의 전말이다. 검찰은 A씨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피해자 B씨 소유의 재물을 손괴했다고 보고 기소했다.


법원의 판단 "내 땅 위의 담장은 내 것"

하지만 서울중앙지방법원 김지영 판사의 판단은 달랐다. 핵심 쟁점은 '부서진 담장이 과연 피해자 B씨의 소유인가'였다. 재물손괴죄는 타인의 재물을 부술 때 성립하는 범죄이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민법상 '부합' 법리를 적용했다. 부합이란 소유자를 달리하는 여러 개의 물건이 결합하여 훼손하지 아니하면 분리할 수 없거나, 분리에 과다한 비용을 요하는 경우 하나의 물건이 되는 것을 말한다. 특히 토지 위에 정착된 물건은 원칙적으로 토지 소유자의 것이 된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담장 설치 위치에 대하여 협의하던 중 임의로 위 토지 위에 이 사건 담장을 설치한 점 등을 종합하면, 피해자가 설치한 이 사건 담장은 위 토지에 부합되어 위 토지 소유자에게 소유권이 귀속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즉, B씨가 비록 484만 원을 들여 담장을 쌓았더라도, 그 담장은 남의 땅에 무단으로 설치된 정착물이므로 법적으로는 땅 주인인 토지 소유자(A씨 측 회사)의 것이 되었다는 논리다.


"자기 물건 부순 셈"… 범죄 성립 안 돼

결국 법리적으로 A씨는 타인의 재물을 부순 것이 아니라, 자기 회사 소유의 땅에 귀속된(부합된) 담장을 철거한 셈이 된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담장이 피해자의 소유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밝히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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