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심 8개 팔아 24만원 수입, 징역 3년·벌금 1.5억 위기
유심 8개 팔아 24만원 수입, 징역 3년·벌금 1.5억 위기
'해킹 피해' 주장하자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딜레마
유심 팔았다가 1억 세금폭탄, 나는 피해자일까 공범일까?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과거 푼돈을 받고 팔아넘긴 선불 유심(USIM)이 1억원에 육박하는 '세금 폭탄'이 되어 돌아왔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게임 아이템 거래로 9500만원의 매출이 발생했다는 국세청 통보에 계좌 압류까지 예고된 A씨. 그는 해킹 피해자인 동시에 자신의 과거 행위로 처벌받을 수 있는 범죄 혐의자라는 딜레마에 빠졌다.
24만원의 유혹, 9500만원 세금폭탄으로 돌아오다
사건의 시작은 2020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당시 회선당 3만원을 받고 선불 유심 8개를 타인에게 판매했다. 총 24만원의 수입을 올린 뒤 까맣게 잊고 지냈지만, 문제는 수년 뒤 터져 나왔다.
최근 국세청으로부터 '게임 아이템 판매로 약 9500만원의 매출이 발생했으니 세금을 내라'는 우편물을 받은 것이다. 월말까지 세금을 내지 않으면 계좌가 압류된다는 경고도 함께였다.
A씨는 자신이 판매한 적 없는 매출 내역에 어리둥절했지만, 이내 과거 팔았던 선불 유심이 범인임을 직감했다.
누군가 그 유심 번호를 이용해 A씨 명의의 게임 아이템 거래 사이트 계정을 해킹하고, 비밀번호와 주소를 변경한 뒤 거액의 거래를 일으킨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눈앞에 닥친 억대 세금과 계좌 압류 위기에 A씨는 법률 상담의 문을 두드렸다.
"나는 해킹 피해자"…경찰 신고만으론 압류 못 막는다
변호사들은 A씨가 처한 복합적인 상황을 명확히 분리해 대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우선 A씨는 명백한 '사이버범죄 피해자'다. 법무법인 명륜의 오지영 변호사는 "계정 해킹으로 인한 불법 거래는 실제 소득이 발생하지 않았으므로 과세 대상이 아니다"라며 "즉시 관할 세무서에 이의신청을 하여 해킹 사실을 소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해킹 피해를 입증하기 위한 첫걸음은 경찰 신고다. 사이버범죄 신고 후 사건 접수증이나 수사 기록을 확보하는 것이 국세청을 상대로 한 싸움에서 결정적인 증거가 된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경찰 신고만으로 국세청의 압류 절차가 자동으로 멈추지는 않는다고 경고했다. 변호사 서아람 법률사무소의 서아람 변호사는 "세무당국의 압류는 형사 절차와 별개로 진행된다"며 "별도로 국세청에 징수유예나 집행정지 신청을 직접 해야만 계좌 동결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의 잘못이 발목 잡다…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A씨가 세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킹 피해'를 주장하는 순간, 그 원인이 된 '선불 유심 판매'라는 자신의 과거 불법 행위가 수면 위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타인에게 본인 명의로 개통된 유심을 판매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이다.
이푸름 법률사무소의 이푸름 변호사는 "선불유심을 개통하여 타인에게 제공한 경우, 전기통신사업법 제30조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법 조항은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판매된 유심이 보이스피싱 등 다른 범죄에 사용되었을 경우다. 이 경우 A씨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범죄 조직의 '공범' 또는 '방조범'으로 몰려 더 큰 형사 처벌을 받을 위험에 처하게 된다.
피해자이자 피의자, 딜레마…변호사들 "투트랙 대응이 핵심"
결국 A씨는 부당한 세금을 피하기 위해 해킹 피해를 입증해야 하는 '피해자'인 동시에, 그 과정에서 자신의 범죄 혐의를 자백해야 할 수도 있는 '피의자'의 입장에 놓였다.
이처럼 복잡하게 얽힌 상황에 대해 법률 전문가들은 '투트랙(Two-track)' 전략을 제시했다.
첫째, 해킹 피해자로서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주장해야 한다. 경찰에 신속히 피해 사실을 고소하고, 확보된 증거를 바탕으로 국세청에 과세 처분 이의신청과 징수유예를 신청해 당장의 금전적 피해를 막아야 한다.
둘째, 과거 선불 유심 판매 행위에 대한 형사 처벌에 대비해야 한다. 법무법인 오른의 백창협 변호사는 "선불유심 판매에 대해서는 자수 절차를 진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듯, 수사기관에 먼저 사실을 알리고 협조하는 태도를 보여 처벌 수위를 낮추는 전략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이 피해자이자 피의자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