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예우' 근절 사명(使命) 맡은 윤진수 제8대 법조윤리협의회 위원장
'전관예우' 근절 사명(使命) 맡은 윤진수 제8대 법조윤리협의회 위원장
고수익 전관 변호사 마다하고 학자 길 택한 이력
"국민 눈높이 맞추려면 협의회 인력·예산 뒷받침 시급하다"

윤진수 제8대 법조윤리협의회 위원장이 지난 3일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의 한 기념관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안세연 기자
[편집자 주] 설립 13년 차인 법조윤리협의회에 제8대 위원장이 취임했다. 수원지방법원 부장판사를 끝으로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으로 자리를 옮겼던 윤진수 교수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등을 지낸 그는 현재 국내 대표적인 민사법학자 중 한 사람이다. 특히 가족법 분야의 권위자로 평가 받고 있다. 한국법경제학회장, 한국비교사법학회장, 한국가족법학회장, 한국민사법학회장, 한국민사판례연구회장 등을 역임했고 여러 차례 법무부 가족법개정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 윤진수 제8대 법조윤리협의회 위원장 /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윤진수 법조윤리협의회 위원장이 팔짱을 끼고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안세연 기자
부장판사 출신이 변호사를 개업하면 고수익이 보장되던 시절, 그는 이례적으로 학계로 갔다. 한 원로 법관에 따르면 그는 ‘부장판사 마치고 학계로 간 법조 역사상 두 번째 인물’이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전관예우를 막고 법조윤리를 확립할 신임 위원장에 윤 교수를 지명한 배경에는 이런 이력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2007년 출범한 법조윤리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참여정부 하에서 ‘50년 묵은 사법제도 개혁’의 소명을 안고 출범한 사법개혁위원회로부터 싹텄다. 사법역사 전환기에서 사법개혁의 중요한 축으로 기능하기 위해 탄생한 것이다.
변호사법 제88조가 선언하고 있는 법조윤리협의회의 존재 이유는 ‘법조윤리 확립’과 ‘건전한 법조풍토 조성’이다. 보다 직접적으로는 ‘전관예우’를 근절해 주기 바라는 국민적 염원을 담아 만들어졌다.
로톡뉴스가 지난 3일, 법조윤리협의회 제8대 위원장으로 취임한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윤진수 교수를 인터뷰했다. 윤 위원장은 “협의회의 존재 자체가 법조윤리 확립에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협의회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촉구했다.
그는 “전관예우와 브로커는 국민 인식에 깊이 뿌리내린 부정적인 문제들이라 위원장으로서 자신 있게 ‘임기 내 근절하겠다’고 장담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많이 고민하고 노력을 기울이겠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아울러 국민 눈높이에 맞는 수준의 성과를 내려면 인력과 예산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라는 당부도 전했다. 정부와 국회의 지원이 요청된다는 취지다.
다음은 윤 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
“초반부터 언급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모르겠으나, 가장 먼저는 정부와 국회로부터 협의회에 대한 폭넓은 지원을 얻어내는 일이 시급합니다. 소위 말해 ‘예산을 딴다’고 하는데, 한 조직을 맡은 수장들이 가장 열심히 해야 할 일이기도 하지요(웃음).
협의회는 사법개혁의 한 축으로서 만들어진 기구입니다. 협의회가 없던 시절에 비하면 존재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성과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만, 많은 관심이 필요합니다.”
“예산의 비중은 변호사협회(변협)에서 오는 게 가장 크고, 그다음 대법원과 법무부입니다. 대법원과 법무부가 지원하려 해도 다른 정부부처가 막아서는 일이 왕왕 있었다고 하더군요. 아직도 인력과 예산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입니다.
전관예우 같은 법조계의 굵직한 윤리 문제들이 한 번씩 매스컴의 주목을 받으면, 협의회의 존재를 아는 국민들은 ‘협의회 뭐 하냐’며 비난하고, 사실상 큰 권한이 없다는 걸 아는 쪽에서는 ‘협의회가 하는 일이 뭐가 있냐’며 예산이나 인력 지원을 안 하려고 하지요.
이는 협의회의 기능과 역할이 정확히 전달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심지어 협의회의 존재를 모르는 변호사들도 있습니다.
반면 일부 국민들께서는 협의회를 ‘법조계의 공수처’라며 오인하신다고 합니다. 협의회가 수사기관은 아닌데, 그만큼 협의회에 기대하는 바가 많은 거라고 해석할 수 있지요. 협의회가 어느 정도 국민 눈높이에 맞는 역할을 하려면 예산과 인력 확충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협의회 활동의 근거는 변호사법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두 가지로 요약하면 첫째는 ‘전관’, 즉 공직에서 퇴임한 변호사들의 사건 수임을 감시하는 일이고, 두 번째는 사건 수임이 다른 변호사들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많은, 이른바 ‘특정변호사’들의 사건 수임 경위를 조사하는 일입니다.
이들을 조사한 결과 사건 수임 과정에 비정상적인 행태가 발견된다면, 협의회는 대한변호사협회에 징계 요구를 합니다. 변협이 변호사를 징계하는 대부분은 협의회에서 징계를 요청한 사안들이지요. 이 중에서도 특히 비위가 심각하다 싶은 경우에는 검찰에 수사를 의뢰합니다.
지난 6년간 협의회는 징계 개시 신청을 362건, 주의 촉구(경고)를 337건, 수사 의뢰를 12건, 과태료 부과 청구를 5건 했습니다. 크지 않은 조직 규모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협의회에서는 소위 ‘전문위원’이라고 하는 전문가들에게 조사를 맡깁니다. 하지만 변호사들이나 의뢰인이 조사 과정에 대개 협조적이지 않습니다. 그런 어려움이 인력과 비용의 확충으로 상당 부분 타개될 수 있습니다.”
/영상 촬영, 편집 안세연 기자
“분야마다 변호사들이 한 해에 수임할 수 있는 평균적인 양이 있습니다. 그에 비교해 어느 변호사의 수임 건수가 눈에 띄게 불어났다 싶으면 ‘특정변호사’로 보고 예의주시합니다. 보통 변호사 평균의 2.5배 이상 수임하는 변호사들입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로스쿨 제도 도입 이후 변호사 숫자가 늘어났기 때문에 변호사들의 사건 수임 건수는 줄어들어야 하는데, 오히려 ‘특정 변호사’에 해당하는 사례들은 증가했습니다.
요즘 인터넷 광고라든가 변호사들의 마케팅 방식이 다양해진 점이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파악하고 있는데, 변호사들은 이에 대해 ‘건수만 늘었지 실익은 없다’고 답변한다고 합니다. 면밀히 살펴봐야 할 부분입니다.”
“상당히 어려운 문제입니다. ‘위원장으로서 특단의 대책을 세워 임기 내 근절하겠다’와 같은 확신 있는 발언은 드릴 수가 없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깊이 고민을 하고 있고 노력을 할 예정입니다.
브로커들이 전관에 많이 접근하는 현상이 있어 동시에 문제 되기도 하지만 둘은 별개 현상이고 잡아내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브로커를 잡으면 전관예우 문제가 잡힌다거나, 혹은 그 반대의 명제도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지요.
과거에는 이런 부분에 대해 국민들로부터 직접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협의회에 창구를 마련하자는 제안도 나왔지만, 검토 결과 이 역할은 변협이 직접 맡는 것이 운영이나 역할 면에서 더욱 적절하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윤진수 제8대 법조윤리협의회 위원장은 "협의회가 국민 눈높이를 맞추려면 인력·예산 뒷받침 시급하다"고 말했다. /안세연 기자
“국회에 제출된 법안 중에는 꼭 통과를 목적으로 했다기보다는, 발의 자체에 목적을 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이 단계에 놓인 법안들을 평가하는 것은 크게 적절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물론 협의회가 변호사들의 수임액을 보고받으면 조사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에 대해 여러 변호사가 반대 의견을 제기하고 있지요.
수임 제한 기간을 늘리는 안은 다른 법안에 비해 통과할 확률이 높은 성격이긴 합니다. 다만 조사 기간이 늘어나면 그만큼 협의회는 일이 많아지는 것이기 때문에 역할을 주는 만큼 국회는 그에 합당한 지원을 뒷받침해 주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