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 매장서 “일본 제품 꼭 사야 하냐”며 말다툼한 60대에 적용될 혐의 두 가지
유니클로 매장서 “일본 제품 꼭 사야 하냐”며 말다툼한 60대에 적용될 혐의 두 가지
불구속 입건된 60대, 업무방해죄 성립은 어렵지만 퇴거불응죄는 가능
불매운동,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아니라면 자유

유니클로 매장의 고객에게 “일본 제품인데 꼭 사야 하냐”고 말한 60대가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사진은 시민들이 유니클로 앞을 지나는 모습. /연합뉴스
유니클로 매장의 고객에게 “일본 제품인데 꼭 사야 하냐”고 말한 60대가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대전 둔산경찰서는 지난 19일 유니클로 매장에서 물품을 구매하려던 사람과 말다툼을 벌인 A(64)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일본 수출 규제가 촉발한 불매운동 여파로 발생한 갈등이 입건으로까지 이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법조계에서는 A씨에게 업무방해죄와 퇴거불응죄 두 가지가 적용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A씨를 수사 중인 경찰도 이 두 혐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무방해죄가 인정되려면 '위력(威力)'이 있어야 한다. 위력은 다른 사람을 압박하여 자신의 의사와 다른 행위를 하도록 강제하는 행위를 말한다.
형법 제314조(업무방해) ① 제313조의 방법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A씨의 행동은 위력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분석이 많다. 법률사무소 온길의 최진원 변호사는 “단순히 말다툼을 벌인 것으로는 업무방해죄의 ‘위력’이 인정될 가능성이 작다”며 “위력이란 사람의 의사자유를 제압, 혼란케 할 정도의 세력 내지 방법을 의미한다”고 했다. 최 변호사는 “화물차로 창고 문을 막은 경우, 음식점에서 상당시간 고성을 지르며 기물을 파손하는 행위가 대표적 예다”고 설명했다. 그 정도가 아니라면 업무방해가 되지 않는 취지다.
정현 법률사무소의 송인욱 변호사도 ”업무방해죄의 ‘위력’은 범행의 일시·장소, 동기와 목적, 인원수, 피해자의 지위 등을 객관적으로 판단한다“며 ”60대가 특별한 협박성의 말을 하지 않았다면 그만한 위력이라고 판단되지는 않는다“고 했다.
다만 법무법인 시월의 류인규 변호사는 “만약 60대의 발언이 말다툼으로 이어지지 않고, 손님이 무시하였음에도 60대가 따라다니며 방해하거나 불쾌하게 만들었다면 업무방해가 성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니클로 측은 A씨가 영업을 방해하고 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만약 A씨가 직원의 요청에도 나가지 않았다면 퇴거불응죄에 해당할 수 있다. 최진원 변호사는 “직원이 단 1회의 퇴거 요구를 하였어도 이에 응하여 건물 밖으로 나가지 않을 경우 퇴거불응죄가 성립한다”고 했다. 류인규 변호사는 “매장에서 물건을 살 생각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특별히 정당한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인욱 변호사도 “구매와 관련된 일이 아니다”며 의견을 같이했다.
형법 제319조(주거침입, 퇴거불응) ①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전항의 장소에서 퇴거요구를 받고 응하지 아니한 자도 전항의 형과 같다.
일본의 보복성 수출규제에 맞선 일본제품 불매 운동이 50일째 이어지면서 다양한 양태를 보이고 있다. 매장 앞 1인 시위와 택배 배송 거부, 일본 자동차에 대한 정비나 주유를 거부하는 운동까지 확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위법의 소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2013년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소비자 불매운동은 헌법상 보장되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나 일반적 행동의 자유”인 동시에 “전체 법질서상 용인 불가한 정도로 사회적 정당성을 갖추지 못한 때에는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할 수 있는 등 위법하다”고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매장 앞 1인 시위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소비자의 권리에 해당한다. 류 변호사는 “시위의 내용이 개인의 명예와 관련된 것이거나, 허위의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업무방해죄는 물론 다른 법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했다.
택배 노동자들의 유니클로 배송 거부도 “택배 노동자들이 배송을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업무방해로 보이지 않는다”는 게 송 변호사의 의견이다. 최 변호사도 “일종의 파업행위로 볼 수 있는데 파업은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이루어져 사업운영에 심각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해야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덧붙였다.
일본 자동차에 대한 정비나 주유 거부에 대해서는 류 변호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약자유의 원칙에 따라 손님을 가려받을 수 있으므로 위법의 소지가 없다”고 했다. 다만 최 변호사는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정당한 사유 없이는 자동차의 수리나 주유를 거부할 수 없다”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자동차는 사고가 나면 다수의 인명피해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순히 ‘일본차 수리 거부’나 식당에서 ‘일본인 출입 금지’ 등의 플래카드를 부착하는 건 위법성 여부를 따지기 어렵다. 류 변호사는 “일본차, 일본인 등은 특정성이 없기 때문에 위의 표현 자체만으로는 법적인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구체적인 인물을 특정하여 ‘아베 출입 금지’라고 했을 땐 “아베에 대한 명예훼손의 가능성은 있다”는 게 송 변호사의 의견이지만 역시 업무방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