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옷 거꾸로 입은 채 발견된 BJ아영…의문사 2년, 진실은 왜 캄보디아에 갇혔나
속옷 거꾸로 입은 채 발견된 BJ아영…의문사 2년, 진실은 왜 캄보디아에 갇혔나
BJ아영의 죽음 앞에 놓인 법적 족쇄

고(故) BJ 아영의 모습. /BJ 아영 인스타그램 캡처
2년 전 캄보디아의 한 웅덩이에서 발견된 BJ아영(본명 변아영)의 시신은 속옷 하의가 거꾸로 입혀져 있었다. 그녀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은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캄보디아에 갇혀 있다.
2023년 6월, BJ 은퇴를 선언하고 캄보디아로 떠난 아영은 며칠 뒤 프놈펜 인근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현지 경찰은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병원을 운영하던 중국인 부부를 체포했다. 그들은 "아영씨가 치료 중 발작을 일으켜 사망했고, 당황해서 시신을 유기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제기한 의문들은 사건을 미궁으로 몰아넣었다. 현지 관계자는 "사인은 질식사로 보이며 고문 등 외상은 없었다"면서도 "속옷 상의는 입지 않았고 하의는 거꾸로 입고 있어 성폭행을 의심했다"고 밝혔다.
피의자 남편은 "주사를 놔주지 않자 잠들었고, 이후 거품을 물고 사망했다"고 진술했지만, 부검 결과 마약은 검출되지 않았다. 폭행 흔적과 심하게 부은 시신, 엇갈리는 진술 등 의혹은 꼬리를 물었다.
2년이 흐른 지금, 아영의 죽음이 여전히 '의문사'로 남아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배경에는 국경을 넘는 순간 맞닥뜨리게 되는 냉엄한 법적, 제도적 한계가 자리하고 있다.
국경 너머 수사권, 넘을 수 없는 주권의 벽
가장 근본적인 한계는 형사관할권이다. 우리 형법은 대한민국 영토 내에서 벌어진 범죄를 처벌하는 '속지주의'를 원칙으로 한다(형법 제2조). BJ아영 사건은 캄보디아에서 발생했기에 수사와 재판의 주도권은 전적으로 캄보디아 사법 당국에 있다.
물론 우리 국민이 해외에서 범죄 피해를 당했을 때 우리 법을 적용할 여지는 있다(형법 제6조). 하지만 이는 재판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일 뿐, 현지 당국의 허가 없이 우리 경찰이 캄보디아로 날아가 현장을 감식하고 피의자를 체포할 수는 없다.
서울고등법원 역시 "해외에 인력을 파견해 수사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어려울뿐더러, 타국의 주권을 침해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서울고등법원 2005나27906 판결)고 판시한 바 있다.
결국 우리 수사기관이 할 수 있는 최선은 '국제형사사법공조'를 요청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절차는 외교 채널을 통해 공식 문서를 보내는 방식으로, 시간이 오래 걸리고 상대국의 협조 의지에 따라 실효성이 크게 달라진다. 증거가 사라지고 목격자의 기억이 흐려지기엔 충분한 시간이다.
누구의 손에 맡겨졌나…진실의 첫 단추 '검시'
의문사 사건의 진실을 규명할 첫 단추는 검시와 부검이다. 국내였다면 변사 사건 발생 시 검사가 즉시 검시 또는 부검을 지휘해(형사소송법 제222조) 사인을 명확히 밝히는 절차에 들어간다.
하지만 아영의 경우, 우리는 캄보디아 당국의 검시 결과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질식사로 보인다"는 현지 소견과 "성폭행이 의심된다"는 정황 사이의 간극을 우리 수사기관이 직접 부검을 통해 메울 수 없었던 것이다. 사건의 가장 중요한 기초 사실인 '사인'부터 타국의 손에 맡겨진 셈이다.
영사 조력의 한계, "수사는 할 수 없습니다"
흔히 재외공관(대사관)이 적극적으로 나서 진실을 파헤쳐 줄 것이라 기대하지만, 영사 조력에도 명백한 한계가 있다. '재외국민보호를 위한 영사조력법'은 재외공관의 장이 "사망자의 사인에 대한 조사 및 시신의 처리 등에 관한 주재국 절차 안내, 주재국 관계 기관에의 협조 요청"(제13조 제2항)을 하도록 규정한다.
이는 어디까지나 현지 절차를 '안내'하고 '협조를 요청'하는 역할에 그칠 뿐, 직접 수사권을 행사하거나 현지 수사 결과를 뒤집을 권한은 없다.
심지어 헌법재판소는 유가족이라 할지라도 재외공관에 현지 재판 기록 등을 요구할 구체적인 신청권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헌법재판소 2019헌마175 결정). 유가족의 알 권리조차 국경 앞에선 힘을 잃기 쉽다.
결국 아영의 죽음은 대한민국 영토 밖에서 발생했다는 이유로 우리 사법 시스템의 보호를 온전히 받지 못하고 있다. 관할권의 한계, 더딘 국제공조, 제한된 부검과 영사 조력의 벽에 부딪혀 핵심적인 의혹들조차 명쾌하게 해소되지 못한 것이다. 2년이 지나도록 그녀의 마지막 순간을 둘러싼 진실이 여전히 캄보디아에 갇혀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