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채를 제대로 잡고 때리면 살인죄, 골프채를 거꾸로 잡고 때리면 상해치사?
골프채를 제대로 잡고 때리면 살인죄, 골프채를 거꾸로 잡고 때리면 상해치사?
유승현 전 김포시의회 의장 '아내 사망 사건' 항소심⋯징역 15년→징역 7년 감형
재판의 쟁점 '살해의 고의성' 여부⋯사건 당시 휘둘렀던 골프채가 핵심 증거로
2심 재판부 "골프채 '헤드' 아닌 '막대기' 부분으로 때려⋯살해 의도는 없었다고 봐야"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유승현 전 김포시의회 의장이 항소심에서는 ‘살인죄 무죄’ 선고를 받았다. 대신 상해치사가 적용돼 징역 7년으로 감형됐는데 그 근거는 골프채였다. /셔터스톡
"골프채가 살인 도구가 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유승현 전 김포시의회 의장. 3일 열린 항소심(2심)에서는 '살인죄 무죄' 선고를 받았다. 대신 '상해치사' 혐의가 적용돼 징역 7년으로 감형됐다.
결정적 이유는 유 전 의장에게 살인에 대한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를 1⋅2심 재판부가 달리 봤기 때문이다. 1심에서는 살인의 고의를 인정했지만, 2심은 인정하지 않았다. 그 근거 중 하나가 사건 당시 유 전 의장이 휘두른 범행 도구인 골프채였다.
골프채 손잡이(그립)를 잡고 헤드로 가격한 게 아니라, 헤드를 잡고 손잡이 부분으로 아내를 때렸다는 점이 인정돼 감형으로 이끈 것이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골프채가 가른 재판"이라는 말이 나왔다.
지난해 5월 119에 다급한 신고 전화가 접수됐다. "아내가 숨을 쉬지 않아요." 전화를 건 사람은 유 전 의장이었다.
119구조대와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을 당시 유 전 의장의 아내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온몸이 피투성이였고, 곳곳에 심한 멍이 들어있었다. 주변에는 깨진 소주병과 부러진 골프채 2개가 널브러져 있었다.
유 전 의장은 골프채와 주먹으로 때려 아내를 숨지게 한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유 전 의장은 줄곧 "아내를 죽일 생각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술에 취한 아내가 깨진 유리병으로 자해를 하려 했고, 이를 말리다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아내를 폭행한 점은 인정했지만 '살인의 고의' 만큼은 완강히 부인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유 전 의장이 휘두른 폭행의 정도가 심각하다고 판단했다. '살인의 미필적 고의'에 이르렀다고 본 것이다. 미필적 고의란 "내 행동으로 어떤 범죄가 발생할 것을 뻔히 인식했으면서, 그 행동을 했을 때" 인정되는 개념이다.
이번 사건에 적용해 보면 골프채로 아내를 때리면 '사망할 수 있다'는 걸 예상하면서도, 폭행을 이어나갔다면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1심 재판부였던 인천지법 부천지원 형사1부(재판장 임해지 부장판사)는 지난해 11월 8일 유 전 의장에게 살인죄를 인정해 징역 15년에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이에 유 전 의장은 "형량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다. 그리고 2심에서는 "살해할 생각은 없었다"는 주장을 일부 받아들이며 유 전 의장에게 살인죄를 인정했던 원심(1심)을 파기하고 징역 7년과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 부장판사)는 1심에서 인정한 살인죄는 무죄로 보고, 대신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그러면서 "유 전 의장에게 상해의 고의는 있었어도, 살인의 고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상해치사'란 살해할 의도가 없이 상해를 가했는데, 이것이 원인이 돼 결과적으로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에 적용된다.
재판부는 또한 범행 도구인 '골프채'를 주목했다. 유 전 의장이 아내를 단단한 골프채의 헤드가 아니라, 막대기 부분으로 폭행했는데, 이를 살해를 목적으로 휘두른 도구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 근거로 사망한 아내의 몸에 헤드로 가격당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 점과 유 전 의장의 혈흔을 분석했을 때 손잡이를 쥔 게 아니라 헤드를 쥐고 골프채를 휘두른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이 열거됐다.
이와 관련해서 1심에서는 "(피고인 주장대로) 헤드를 잡고 손잡이로 때렸다면 골프채 두 개 모두가 헤드 부분이 부러져 분리된 것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지만, 2심에서는 유 전 의장이 헤드를 잡고 휘둘렀다고 판단했다.
그 밖에도 재판부는 "당시 모두 술에 취한 상태였기 때문에 피고인은 자신의 폭력으로 뇌상에 의한 2차 쇼크로 (피해자가) 사망에 이를 수 있음을 알지 못했을 것"이라며 119에 신고하는 등 피해자 구호에 노력한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