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문턱 넘는 '가짜뉴스 5배 배상법'... 정의구현인가, 비판세력 옥죄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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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문턱 넘는 '가짜뉴스 5배 배상법'... 정의구현인가, 비판세력 옥죄기인가

2025. 12. 24 10:26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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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피해자 구제가 우선"

시민단체 "공익 침해 기준 모호"

국민의힘 최수진 의원이 23일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에 대한 무제한 토론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국회 본회의장의 공기가 뜨겁다. 이른바 '허위조작정보근절법'으로 불리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처리가 초읽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핵심은 허위·조작 정보를 유포해 피해를 입힐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하게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이다.


여당은 "인격 살인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시민사회는 "공론장 붕괴"를 우려한다.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펼쳐진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오병일 디지털정의네트워크 대표의 설전을 통해 법적 쟁점을 뜯어봤다.


누가 가짜를 판별하나..."엄격한 3단 거름망" vs "모호한 고무줄 잣대"

가장 큰 논란은 무엇을 처벌할 것인가다. 민주당은 이번 수정안에서 대상을 허위·조작정보로 좁혔다고 강조했다.


이정헌 의원은 처벌 대상을 가리기 위한 '3단계 필터'를 제시했다. ▲허위·조작임을 알면서도(고의성) ▲손해를 가하거나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목적성) ▲인격권이나 공익을 침해했을 때(침해 결과)만 처벌한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단순히 누군가에게 들은 얘기를 전하는 수준이 아니라, 잘못된 정보임을 알면서도 악의적으로 유포하는 경우만 해당한다"며 법 적용의 남용 가능성을 일축했다.


하지만 시민사회의 시각은 다르다. '공공의 이익 침해'라는 문구가 독소조항이라는 것이다.


오병일 대표는 "특정 개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더라도 막연히 공공의 이익을 해친다는 이유로 규제하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는 "허위 사실 여부는 팩트체크가 가능하지만, 유포자의 내심의 의도를 어떻게 수사기관이나 행정기관이 명확히 판단하겠느냐"며 자의적 법 집행 가능성을 경고했다.


유튜버와 언론의 미래..."책임 강화" vs "위축 효과"

법안이 통과되면 당장 유튜버와 1인 미디어, 그리고 언론사의 보도 환경은 어떻게 변할까.


민주당은 정치 권력이나 자본에 대한 감시 기능은 위축되지 않을 것이라고 방어막을 쳤다. 이 의원은 "공익적 비판을 봉쇄하려는 악의적 소송(가중 손해배상 청구)을 막는 조항을 넣었고, 법원이 가처분 등을 통해 신속히 판단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오 대표는 현실은 법전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키워드는 '위축 효과'다. 오 대표는 "재정적, 행정적 대응 능력이 부족한 소규모 언론이나 유튜버들은 소송을 당할 위험만으로도 스스로 표현을 검열하거나 아예 침묵하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너 의도 있었지?"라고 묻는 순간, 이미 표현의 자유는 질식한다는 논리다.


살아남은 '사실적시 명예훼손'... 법리 충돌인가, 의지 부족인가

쟁점은 또 있다. 바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존치 여부다. 당초 민주당은 이 죄의 폐지를 주장해왔으나, 이번 개정안에는 관련 내용이 빠졌다.


이 의원은 이를 현실적인 법 체계의 문제로 설명했다. "형법에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엄연히 살아있는 상황에서 정보통신망법만 개정하면 법 체계 간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추후 형법 개정과 함께 다루겠다는 속도 조절론이다.


이에 대해 오 대표는 "설득력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보통신망법의 명예훼손 조항 자체가 형법보다 가중 처벌하기 위해 나중에 만들어진 특별법 성격인 만큼, 여기서 먼저 삭제하고 형법을 손보는 것이 순서라는 것이다. 그는 "두 법 모두 조속히 개정해 사실적시 명예훼손을 폐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 대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권한 확대도 우려했다. 법원은 최종 판단을 내리지만, 그전 단계에서 방심위가 '사회 혼란 야기' 등을 이유로 게시물 삭제를 명령할 수 있는 길이 여전히 열려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필리버스터가 종료되면 오늘 처리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법안 통과가 유력한 상황이다. 오 대표는 "법이 통과되면 위헌 소송과 국제기구 제소 등으로 대응하겠다"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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