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에 찍힌 "n번방에서 영상 봤다"⋯범죄 증거로 인정될 수 있을까?
유튜버에 찍힌 "n번방에서 영상 봤다"⋯범죄 증거로 인정될 수 있을까?
경찰 물증 확보 못 하면 결국 '영상'이 유일한 증거
"n번방 봤다" 촬영 영상이 증거로 인정받기 위해 넘어야 할 산

한 술집에서 남성 3~4명이 "'n번방'에서 영상을 봤다"는 내용의 대화를 한 영상 하나가 지난달 27일 유튜브에 올라왔다. 하지만 경찰은 신고를 받고도 한 달 가까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됐다. /유튜브 캡처
"'n번방'에서 영상을 봤다"는 내용의 대화가 담긴 영상 하나가 지난달 27일 유튜브에 올라왔다. 3~4명으로 보이는 남성 일행이 술집에서 나누는 대화는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다.
발언이 사실이라면 그들 중 일부는 'n번방' 가입자들이기 때문이다. 영상을 올린 유튜버는 촬영과 동시에 경찰에 신고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은 신고를 받고도 한 달 가까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응이 논란이 되자 경찰은 부랴부랴 지난 27일 뒤늦게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영상 속 남성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아청법상 아동⋅청소년 이용 성착취물 소지죄'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n번방'이 개설됐던 텔레그램(Telegram)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아 영상을 보려면 자동 다운로드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한 달가량의 시간이 지난 상태. n번방 사건이 이슈화되며 그 남성은 증거인멸 등의 조치를 취했을 가능성도 있다. 경찰이 영상 속 남성을 잡더라도 확실한 물증을 확보하지 못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영상 속 발언이 유일한 증거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을지 변호사와 함께 알아봤다.
경찰에 붙잡혔을 때, 남성의 반응은 ①범행을 인정하고 자백할 경우와 ②범행을 부인할 경우로 나누어 분석할 수 있다.
먼저 범행을 인정하고 자백할 경우에는, 이 영상이 남성을 처벌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영상이 없다면 처벌할 방법이 없는데, 이 영상을 통해 처벌에 필요한 최소한의 증거 요건이 갖춰지기 때문이다.

우리 헌법과 형사소송법상 자백이 피고인에게 불리한 '유일한 증거'일 때는 이를 유죄의 증거로 처벌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헌법 제12조 7항, 형사소송법 제310조). 이 경우 '자백'을 증명하는 또 다른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이를 보강증거라고 한다.
'법률사무소 황금률'의 박성현 변호사는 "발언이 찍힌 영상이 보강증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성현 변호사는 "자백에 대한 보강증거는 직접증거뿐 아니라 정황증거나 간접증거도 될 수 있다"면서 "자백을 한 이상, 해당 영상도 보강증거로 충분해 보인다"고 밝혔다.
해당 영상이 있는 이상 증거로 활용해 영상 속 남성을 처벌할 수 있다는 뜻이다.
남성이 범행을 부인할 경우에는 좀 더 복잡하다. 이런 경우 영상이 유일한 증거가 되고, 이를 재판에서 증거로서 인정받아야만 한다.
박성현 변호사는 이 유튜브 영상이 증거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봤다.
형사소송법에서는 '피고인이 진술한 내용이 포함된 영상 등의 정보로 컴퓨터용 디스크,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정보저장매체에 저장된 것'(313조)도 진술서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박성현 변호사는 "영상 속 남성이 이 영상의 증거능력에 동의하지 않아도, 재판에서 영상 촬영자의 진술에 의해 진정성이 증명되면 증거로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27일 유튜브에 올라온 <N번방 가해자들을 실제로 만났습니다> 영상. / '한중국제커플 정 레이' 채널
그러나 증거능력을 인정받았다고 해서 끝난 것은 아니다. 증명력도 인정받아야 진정한 증거로서 인정된다.
박 변호사는 "형사소송법 제308조에서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로운 판단에 맡기는 '자유심증주의'를 규정하고 있다"고 했다. 즉, 재판을 맡은 법관이 해당 영상을 증거로 얼마나 인정하는지에 따라서 유죄 인정 여부가 달라질 것이라는 것이다.
한 달의 시간을 허비한 경찰이 결정적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결국 판사의 결정에 모든 것을 맡길 수밖에 없다.
